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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페르노 2 ㅣ 로버트 랭던 시리즈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7월
평점 :
<인페르노>는 이야기의 전개도 흥미롭지만 그 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불후의 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 '단테'의 <신곡>의 내용들이다.
<신곡>은 서사시이기에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꿰뚫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댄 브라운'은 <인페르노>를 통해서 어느 정도이나마 알려준다.
" 다분히 우화적인 요소가 내포된 단테의 글은 종교와 정치, 철학에 대한 언급을 교묘히 숨기고 있는 대목이 워낙 많기 때문에, 랭던은 종종 학생들에게 이 이탈리아 시인의 작품을 공부할 때는 성경을 공부할 때와 마찬가지로 행간을 읽고 그 속에 감추어진 더 깊은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충고를 들려주곤 했다." (p. 77)
보티첼리에 의해서 그림으로 그려진 딘테가 상상하는 지옥의 모습은 그 누구도 그런 모습으로 상상하지는 못 했을 것이다. 9층 구조로 된 거꾸로 박힌 원뿔형의 지옥의 층마다 괴로움에 신음하는 사후의 인간들. 그런 고통을 상상한다면 인간은 좀 더 올바르게 세상을 살아가지 않을까.
단테는 지옥에서 연옥, 그리고 천국까지를 순례하게 되는데, '댄 브라운는 과연 지옥의 문을 열고 나올 수 있을까.
<인페르노 1>은 단테의 자취가 남아 있는 피렌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장소적 배경은 베네치아로 옮겨 간다. '댄 브라운'의 소설들의 특징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시를 마치 여행자가 길을 찾아 걷듯이 자세하게 묘사하는데, <인페르노>에서도 '댄 브라운'은 세계적인 명소가 가득 차 있는 피렌체, 베네치아, 그리고 이스탄불에 이르기까지 거리 곳곳을, 그리고 그 도시의 명소들을 빠짐없이 그려 나간다.
이 작품은 특히 도시와 건축물, 유적 등에 대한 묘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에 그 세 도시를 여행한 적이 있는 나에게는 장소적 배경의 묘사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또한 '댄 브라운'의 소설은 추격전을 방불케 하는 주인공의 쫒기는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하기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하는데, <인페르노>는 '댄 브라운'의 어떤 소설 보다도 영화로 보아야 실감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로버트 랭던은 쫒기면서 자신의 박학다식한 지식을 동원하여 사건의 퍼즐을 하나 하나 찾아 나가게 되는데, <인페르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반전의 묘미를 항상 염두에 두고 소설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댄 브라운'의 소설을 한 권이라도 읽은 독자들이라면 당연하게 생각하는 소설읽기이기에 '로버트 랭던'의 측근 인물까지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인페르노2>의 중반부에 이르러서 갑자기 앞의 이야기들을 뒤집는 반전의 설정은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거둘 수 없기에 또 다른 반전을 기대하지만....
<인페르노>는 '단테'의 <신곡>중의 지옥편을 21세기 현재의 시각으로 재조명해 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한데,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 중에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가 지구에 미치게 되는 상황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인 WHO의 엘리자베스 신스키와 비밀단체 컨소시엄의 버트란트 조브리스트의 대립이 있게 되는데, 조브리스트는 지구의 파멸을 예고하는 끔찍한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남기게 되고, 그것을 찾아 없애야 하는 상황에 로버트 랭던이 투입된다.
그러나, 그는 머리 총상에 의해 단기 기억상실증을 나타내게 되는데...
조브리스트가 인구를 억제하기 위해서 퍼뜨리려고 하는 것은 아마도 흑사병 병원균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데...
"이제 그 날이 가까워 온다. 내 밑에 잠들어 있는 인페르노는 자궁에서 솟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소닉 몬스터와 복수의 여신들이 그것을 지켜 볼 것이다.
나의 행동은 한없이 거룩하지만,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죄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일곱 가지 죄악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죄, 누구도 외면하기 힘든 유혹에 빠지는 죄를 지엇다.
(...) 인류는 구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 무시무시한 인페르노의 문을 영원히 봉인한 자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 (...) 하마터면 인류를 죽일 뻔했던 바로 그 기하급수적인 생명의 폭발이 또한 인류의 구원이 될 것이다. 살아 있는 유기체의 아름다움.... 선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이 유일한 전망을 가진 신의 법칙을 따를 것이다. " (p.p. 88~89)
인구 과잉을 막기 위한 테러 카운트 다운은 내일로 다가오고, 그것을 막기 위하여 랭던은 '그라운드 제로'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 속에서 우린 무얼 생각해야 할까?
지구에 닥칠 재앙은 비단 인구문제만은 아닐텐데, 그 해결을 위해서 인간은 어떤 입장을 택해야 할 것인가.
조브리스트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문제해결의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구상에 일어나는 도덕적 위기에 무관심한 것은 그 또한 최대의 죄악이라고 한다.
<인페르노>를 읽는내내 '단테'의 <신곡>이 머리에 맴돈다. 이번 기회에 <신곡>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