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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인생을 만들다
요시모토 바나나, 윌리엄 레이넨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8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는 일본 독서시장을 양분하는 소설가라고 흔히들 말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소재나 주제면에서 묵직하고 소설 속에 은유적이 장치들이 많이 들어가서 제대로 읽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비하여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앉은 자리에서 읽고 일어나도 될 정도로 짧은 이야기들로 복선이 깔리지 않은 평범하고 어렵지 않은 내용이다.
그러나 '바나나'의 소설 속에는 부모의 이혼, 사망, 연인의 배신, 결별 등과 같은 아픈 상처들을 간직한 사람들이 스스로 그 상황을 극복하는 치유와 희망의 메지지가 담겨 있다.
그리고 소설 속의 삽화를 보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 <인생을 만들다>를 우리말로 옮긴이는 '요시모토 바나나'를 " 평범한 일상어를 구사하면서도 뭔가 빛이 반짝 반짝 빛나는 금빛...." (p.220, 옮긴이의 말 중에서)이라고 표현한 것이리라.
지금까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만을 읽었던 나에게 <인생을 만들다>는 그녀의 또다른 면모를 엿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책이다.
이 책은 '요시모토 바나나'와 '윌리엄 레이넨'이 1년 넘게 주고 받은 각각의 메일 7편이 실려 있다. 메일이라고 해서 아주 짧막한 글을 생각했는데, 메일이라고 보기에는 좀 긴 편지형식의 글들이다.
공동저자인 '윌리엄 레이넨'는 하와이에 거주하는 세계적인 영혼 치유 전문가이자 전생 전문가이다. 그렇기에 그의 글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글 속에 담긴 의미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제대로 힐링이 되는 글들이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그동안 그녀의 소설을 통해서 힐링의 메시지를 전한 것처럼, '윌리엄 레이넨'도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고 따뜻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모두 누군가에게 빛이 되는 사람이다.
'바나나'는 프롤로그에서,
"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던지는 '행복이날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읽을거리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라고 말했듯이 '성공이란 무엇일까?' , ' 행복이란 무엇일까?', ' 삶이란 무엇일까' 하는 이야기를 자신들의 생각을 서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은연중에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사람이나 동물과의 마음열기, 장애를 가진 강아지 기르기, 가정폭력근절, 입양문제, 자연과의 교감, 영성 등에 대한 이야기가 편지를 통해서 오고 가는 내용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또는 '나는 지금까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가?' 하는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해보게 된다.

" 영혼도, 인간도 지향하는 목표는 균형과 성장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자신에게 편리한 일만 떠맡는 게 살아가는 목적이 아니라 '경험으로써 모든 일에 대처하자'는 삶의 태도를 관철시키는 사람에게는 성공 의식의 프로젝트가 찾아 옵니다. " (p.p. 90~91)
" 당신의 영혼은 당신에게 극복할 수 없는 경험을 떠맡기지 않습니다. 어떤 경험이라도 반드시 대처할 수 있고 극복해낼 수 있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주는 일'과 받는 일'을 의식적으로 실천하면 인생은 더 크고 더 힘차게, 변모할 것입니다. " (p. 117)
"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모험이든 우리에게는 하나의 경험이며 우리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선사합니다.
저마다의 경험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대처할지를 선택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고, 나쁜 경험이 될 수도 있지요." (p. 184)

누군가와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일 것이다. 두 사람이 나누는 편지글은 서로에 대한 격려와 배려와 존경의 마음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요시모토 바나나'의 생각은 소설을 통해서나마 읽을 수 있었지만, '윌리엄 레이넨'의 영혼의 소리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듣게 된다.

그동안 일본의 대지진으로 인하여 힘겨운 일들을 겪었던 '요시모토 바나나'는 "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게 우리가 가장 중시해야 할 일 (...)" (p. 218) 이 책의 글을 끝맺는다.
나도, 역시 이 책을 통해서 두 사람이 전하는 좋은 이야기들을 읽었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는 것은 "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