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인간
이석원 지음 / 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실내인간>의 저자인 이석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12년 겨울이 끝나갈 즈음에 읽게 된 <보통의 존재>를 통해서 였다.

<보통의 존재>는 2009년에 출간되었는데, 그 책의 존재를 나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다 보니, 그 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또 다른 책을 읽던 중에도 그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대관절 <보통의 존재>가 누가 쓴 어떤 책일까 하는 궁금증에 읽게 되었다.  

책표지로는 사용하지 않을 듯한 햇병아리처럼 노란색 바탕에 간결한 책 제목과 삽화가 눈에 확 들어왔다.

'사랑과 건강을 한꺼번에 잃고 비로소 삶의 의미에 대햔 탐구를 시작했다는 작가의 글들은 아주 우울하기도 하고, 깊은 외로움이 담겨 있기도 하고, 승화된 슬픔이 흘러 나오기도 한다.

그는 '언니네 이발관'이란 모던 락밴드의 보컬이니, 자연스럽게 음악 이야기도 들려준다.

<보통의 존재>는 이석원의 소소하고 사소한 일상의 기록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들려주기에 읽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을 느끼게 한다.  

<보통의 존재>를 출간한 후 4년 만에 그는 소설로 독자들을 찾아 왔다. 이번에는 Blue 계열의 깔끔한 책표지가 돋보인다. 그리고 거기에 <보통의 존재> 미니북이 딸려 왔으니, 언젠가 여행길에 다시 한 번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가 아닌 그가 4년 동안에 걸쳐서 집필하면서 '과연 끝맺을 수 있을까 ' 하는 생각으로 썼다는 소설은 <실내인간>이다.

<보통의 존재>가 독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번져 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면, <실내인간>은 그의 산문집을 읽고 좋은 느낌을 받았던 독자들이라면 서슴치 않고 읽게 되는 이석원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용우가 기르는 개 워리의 사형 이야기부터 시작되기에 처음부터 조금은 혼란스럽다. 그러나 그건 이 소설의 한 장치일 뿐...

실연의 아픔은 새로운 곳에 안주하는 것으로 깨끗하게 잊혀질 수 있을까? 용우는 이사를 가게 되는데, 주인이 내세운 조건은 옥상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옥상은 올라가는 곳이 없는데, 밤이면 누군가가 옥상에 드나드는 것같은 소리가 들리게 된다.

그는 앞집에 사는 용휘와 친밀하게 지내게 되는데, 용휘는 무언가를  밝히기 꺼리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어느날 우연히 서점에서 그의 행동에 의심을 품게 되면서 그의 이야기를 파헤치게 되는데, 용휘는 문단에 등단하지는 않았지만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책을 파는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임을 알게 된다.

방세옥이란 필명을 가진 은둔작가인 용휘는 각종 루머에 시달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용휘라는 소설가의 삶을 통해서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것들, 그가 쌓고자 했던 것들이 결국에는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일깨워 준다.

그가 왜 소설을 쓰게 되었는가?

용휘는 헤어진 연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하여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고, 자신의 책이 서점의 베스트 셀러 칸에 놓여 있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허망했던가를 알게 되는 그 날.....

“그는,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다. 그 사람이 어디에 있든, 서점에 가면 그의 책들이 곳곳에서 그 대신에 그녀에게 인사랄 수 있도록. 나 여기 이렇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널 잊지 않고 있다고. 가능한 많은 책들이 가능한 많은 곳에서 그 사람에게 말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글을 썼다. 그러나 지닌 육 년간 그런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온 그의 책들은, 그에게 자부심과 실낱같은 희망과 생명을 주던 그의 책들은 그날 따라 이상하리만치 초라하고 쓸쓸하게만 보였다. ” (p. 260)

용우의 친구인 제롬이 용휘를 일컬었던 '실내인간'이란 의미는.

" 자기가 정해 놓은 틀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 그는 자기가 익숙한 곳, 다시 말해 자신의 능력과 자신감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는 공간에만 있으려 한다는 것이다. “ (p. 141)

이 소설은 처음 어느 정도까지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는 소설의 전개 과정이 어수선한 부분도 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용휘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통해서 모두 밝혀진다.

" 인간이, 자신이 믿는대로 자신만의 탑을 높이높이 쌓아가다. 마침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게 되면, 그는 그 위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 (p. 266)

 그런 부분들이 어느 정도는 이 소설의 재미을 반감시킨다는 생각이 나름대로 든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글을 적고 있다.

" (...) 세상에 또 한번 저는 책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있네요.

당신에게 어느 날 절대로,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생긴다면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갖겠느냐고. "  ( 작가의 말 중에서 )

우린 어떤 것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 그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속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기에 그런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을 꼭 잡았다고 해서 그것이 절대 불변의 것은 아니리라. 

그건 어쩌면 그저 허상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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