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백성실록 - 우리 역사의 맨얼굴을 만나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조선왕조 5백년 역사를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조선왕조실록>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은 각왕별로 편찬되으며, 각 왕들의 실록을 보면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중심으로 그 시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은 왕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실록을 자세하게 살펴 보게 되면 그 속에는 백성들의 이야기가 틈새마다 끼워져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중심으로 쓴 조선 왕조 관련 책들은 많았지만,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백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간혹, 실록 속에서 조선의 살인사건이나 치정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 본 사람들은 있었지만, 백성들의 이야기만을 뽑아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경우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백성실록>은 바로 실록 속에서 백성들의 사소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소개해준다.

특히, 백성들에게 가장 힘겨운 것은 배고픔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굶주린  백성들이 어떻게 식량난을 극복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소개된다.

1423년 3월 13일에 쓰여진 세종실록에는 굶주린 백성들이 메밀 맛이 나는 흙을 파내 떡과 죽을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백성들에게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도록 허락했다는 기록도 있다.

김종서의 측근이었던 이징옥의 형인 이징석은 새로운 품종의 벼종자를 찾아내는데, 50일이면 수확할 수 있다 해서 오십일 벼라고 했다 한다.

또한, 세종은 '도라지 가루 한 숟갈과 채소 한 줌에 장과 소금을 넣어 달여 먹으면 허기를 면할 수 있으니 백성들에게 널리 알리라' (p. 55)는 명을 내렸다 한다.

그밖에 '굶주림을 면하는 방법들'도 실록 속에서 찾을 수 있으니, 그당시에는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굶주림에 시달렸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록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백성들의 이야기로는 살인사건, 간통사건, 법의 잣대에 대한 내용들도 많으니, 당시의 시대상을 미루어 짐작하게 해 준다.

조선에는 경국대전이라는 법률이 있었지만, 법이 만인 앞에 평등했던 것은 아니다. 왕을 비롯한 지배 계층의 비호에 의해서 살인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은 예는 이석산 살인사건에 잘 나타나 있다.

왕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오만방자한 행동을 일삼았던 자들이 있으니 정의가 사라진 세상의 자화상이 실록 속에 담겨 있다.

재미있는 사건으로는 일본에서 조선에 보내진 공물 중에 코끼리가 있었는데, 이를  보기 위해서 구경꾼들이 몰려 들게 되고, 그로 인하여 코끼리에 밟혀 죽은 사람도 있게 된다. 그 코끼리는 당시로서는 큰 골치거리였고, 사람까지 죽이게 되니 전라도 장도로 쫒겨났다가 다시 육지로 돌아 오게 되지만, 어떤 곳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건 코끼리가 한 해에 쌀 48섬, 콩 24섬을 먹어 치우니, 식량이 귀하던 그 시절에는 곡식을 축내는 천덕꾸러기 였다.

이처럼 <조선백성실록>에는 조선 시대의 사회상을 찾아 볼 수 있는 백성들의 애환과 이야기거리가 담겨 있다. 이혼, 간통, 재혼금지, 동성애, 남녀 차별, 권력형 비리, 지배 계층의 친인척을 사칭한 사기 행각, 살인 등의 이야기가 많이 소개된다.

'조선판 팜므파탈', '조선판 주홍글씨'라고 하는 이야기들이 있으니, 도덕관념이 엄격했던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도 성추문이나 스캔들도 많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의 저자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커피향이 좋아 바리스타가 되었고, 파주 출판단지에서 카페를 하던 중에 책에 매료되어 책 속으로 빠져 들게 되면서 역사 관련 책들을 집필하게 된다. 그래서 역사 속에서 불꽃같은 사랑이야기를, 혁명적인 여성 이야기를, 한국사 속에서 암살 이야기를 찾아 내서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또 어떤 이야기를 역사 속에서 찾아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흔히, 우리는 역사는 왕을 중심으로 한 지배 계층에 의해서 쓰여졌다고 생각하지만, 역사 속을 잘 들여다 보면 그 속에 민초들의 삶이 담겨져 있다.

<조선백성실록>을 통해 역사 속에 숨겨진 작은 이야기들을 찾아 냈지만, 그것이 바로 역사를 이끌었던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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