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잡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픽처>가 남긴 강한 인상은 그 이후 그의 소설이 출간될 때마다 읽게 되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 출간된 그의 작품 중에 < 리빙 더 월드>와 <행복의 추구1,2>를 제외한 7권의 소설을 읽다보니, 이제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 가지는 큰 그림을 얼추 따라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그의 소설을 번역한 '조동섭'이 <더 잡>의 마지막 페이지에 남긴 '옮긴이의 말'에서 찾아 볼 수 있듯이 " 어쩔 수 없는 상황에 휩쓸려 길을 잃지만 욕망과 도덕심 사이에서 갈등을 겪다가 결국 올바른 길을 택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들을 잇는 큰 흐름의 한 가지라 할 수 있다. " (p. 566- 옮긴이의 말 중에서)

물론, <파리 5구의 여인>에서는 "완벽하게 순수한 선의에서 나오는 행동은 없다" (<파리5구의 여인 중에서)고 했듯이 주인공인 해리가 죽기 전에는 악마의 덫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황으로 끝맺기도 하고,

<모멘트>에서는 순간의 선택을 해야 할 때에 항상 도망치고 달아나려고 했던 토마스의 행동을 통해서 " 모든 순간 순간이 모여 지금의 삶을 이루었다는 것" (<모멘트>중에서)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 주인공이 그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가에 그 촛점이 맞추어지곤 한다.

<더 잡>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더글라스 케네디'의 추구하는 소설의 구성과 전개의 전형적인 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소설이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를 다루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살인사건에 연루되는 스릴러적 요소를 접하게 되면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른 작품들에서 읽었던 이야기들이 오버랩 될 정도로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이야기들이 떠오르게 된다.

한창 잘 나가는 인물이 어느날 어떤 사건에 얽히게 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궁핍해지고, 가정은 파탄이 나게 되고, 엉뚱한 사건이 주인공의 발목을 잡게 되는 등의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이고, 그런 주인공의 인생 이야기 속에서 성공과 실패, 재기, 행복과 불행, 사랑과 가정 파탄 등은 어김없이 이야기의 주축을 이룬다.

<더 잡>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업계 3위의 컴퓨터 잡지인 <컴퓨월드>의 광고 수주를 담당한 '네드 앨런'은 유능한 세일즈 맨이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인물로 <컴퓨월드>를 업계 2위의 잡지사로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어느날 그가 다니는 회사에 위기가 닥쳐온다. 독일인이 경영하는 <클랑산 덜링>사에 인수합병이 되는데, 새 발행인인 '크레플린'은 은밀하게 그에게 <컴퓨월드>의 새 발행인 자리를 약속한다.

1월 2일 시무식 자리에서 발표하기로 되어 있던 그 약속은 물거품이 되는데, 그건 회사를 인수한 <클랑산덜링>사가 다시 <컴퓨월드>를 <스펜서 루드먼>에 매각하면서 <컴퓨월드>는 폐간하기로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이전에 광고수주 문제로 크게 다투었던  '테드 피터슨'과 <스펜서 루드먼>의 '크레플린'의 방해공작으로 앨런은 취업의 어려움을 겪게 되고....

고교동창생인 '제리'가 요구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해서야 그가 시키는 일은 탈세와 돈세탁을 위한 자금을 해외은행에 운반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을 알게 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앨런은 제리가 꾸민  살인사건에 연루되면서 제리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98년 뉴욕의 맨해턴인데, 마치 요즘의 이야기인 것처럼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요즘의 비즈니스 세계와 닮아 있다.

페리퍼 컴퍼니를 만들어서 불법을 자행하고 부당거래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치밀한 구성과 스피드한 전개로 소설을 읽는 사람들을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드는 재능을 가진 소설가인데, 이 책에서도 이야기는 스피드하게 전개된다.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은 읽는 사람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이런 모든 장점을 가진 작가이지만 그동안에 출간된 소설들에서 얼핏 얼핏 나왔던 장면들이 떠오를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오기에 <더 잡>은 신선한 느낌은 반감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소설의 스릴러 부분이나 반전도 다른 소설들에 비하여 좀 엉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빅 픽처>를 읽던 그때의 그 감동에는 많이 못 미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 다시 성공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다시 성공할 수 있다. " (p. 332)

'인생은 절대로 쉬운 여정이 아니며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우왕좌왕하며 보낸다' (p.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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