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독서 / 이희인 ㅣ 북노마드 ㅣ 2010

 

 

 

 

 

 

 

 

 

 

 

 

 

 

여행과 책읽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중의 하나는 항상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것, 그리고 항상 고프다(?)는 것이 아닐까...

여행은 떠났다가 돌아오는 그 순간에 또 다른 여행을 갈망하게 되고, 독서도 역시 책장을 덮는 순간 또 다른 책이 손에 들려 있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가 보았던 곳. 언젠가 읽었던 책. 그 곳과 그 책을 다시 찾고 읽는다고 해도 전과 같은 느낌은 아닌 것이다. 그것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마음 속으로 들어 오는 것이다.

여행과 책. 이 두가지의 이야기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 바로 '여행자의 독서'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부제는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이다. 물론, 나는 책을 읽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 보지는 않았다. 여행길에 읽기 위해서 여행 가방 속에 책 몇 권을 넣어서 떠나기는 하지만.... 그것도 오랜 시간 비행기에 시달려야 하는 경우에 달콤한 휴식과 같은 청량제 역할을 해 주곤 하는 것이 책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여행자의 독서'를 쓴 저자의 이력이 상당히 다채롭다. 문학과 음악, 사진, 여행, 광고 등 문화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을 하고, 또 그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기도 한 사람. 그가 십여 년간 쌓아온 여행과 독서에 관한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살짝 궁금해진다.

 

이 책은 지난 십여 년간 세상 구석구석에서 겪은 인상깊은 여행들과 그와 연관된 책 (특히,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의 말 중에서 p5)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 (p6)

 

 

이 책의 저자는 문명의 밝은 부분을 누리고 있는 유럽이나 북미보다는 문명의 그늘에 가려있는 동남아시아, 인도, 티벳, 중동지역, 남미 등을 주로 여행하면서 책을 읽는다. 그 지역과 관련이 있는 책을 주로 선택해서 읽는다. 때론, 여행지와 어울리는 책들을 여행가방이나 배낭 속에 집어 넣고 길을 떠난다.

 
 

그가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도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이다.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 문학과 함께 소개되곤 하는 곳. 문학과 음악이 함께 있는 곳. 소설가와 음악가의 이야기가 함께 하는 곳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자연스럽게 도스토옙스키의 '백야'와 '죄와 벌' 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시간여행이자, 문학(소설)속으로의 여행이 되는 것이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 한때라도 극심한 문학의 열병을 앓아 본 사람이라면 통과의례처럼 만나고 물리쳐야만 했을 그 이름, 좀처럼 그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름이다.

 

 

그는 지구 둘레 1/4의 거리, 9300km. 7박 8일이 걸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긴 열차여행인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1/3지점인 이르쿠츠크 에서 모스크바까지를 열차에 몸을 싣고 4박 5일의 여행을 즐긴다. 러시아 문호들의 책과 함께.

 
 

또 다른 여행지. 안나푸르나. '산은 내게 내려오지 않는다. 내가 산을 찾아가야 한다. ' 그래서 그가 산을 찾아간다. 역시 책과 함께. 그는 어떤 책을 만났을까?

곡식(안나)이 풍요로운(푸르나)땅이라는 설산에서 만난 책 중의 한 권은 현지에서 구한 '인듀어런스' 그가 들려주는 이 책의 줄거리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에겐 '오래된 미래'로 다가오는 라다크. '슬럼독 밀리어네어', '적절한 균형'이 어울리는 곳이란다.

강대국에 의한 침탈과 전쟁의 상처를 가진 베트남에서는 전쟁을 배경으로 한 '하얀 아오자이' '전쟁의 슬픔'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등. 이외에 빈곤, 아버지의 폭력, 희망없는 미래가 담긴 책 '끝없는 벌판'도 그의 여행가방에 들어 있게 마련이다.

스페인의 겨울. 침울한 안개 속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 누군가를 따라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과 그림자'는 추리형식의 소설이 어울리는 것이고, 터키를 여행하면서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이 어떨까.

낯선 곳을 여행하는 여행자처럼 미지의 내용들을 읽어 내려가는 매력은 여행과 독서의 또다른 닮은 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있다. 여행은 이름난 장소와 풍광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이야기. 사람의 냄새가 곧 여행의 향내가 된다. 낯설거나 익숙한 향내를 찾아 그 사람에게 가고 싶다. (p179)

 

 

여행지에 관한 묘사와 그가 그곳에서 읽은 책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흥미로워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을 하게 된다.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에 읽었던 책들도, 읽다 읽다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난해해서 포기했던 책들도, 그 책에 푹~~ 빠져서 감명을 받았던 책들도, 아니, 그 보다는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는 그 많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리도 재미있게 펼쳐지다니....

 

★ 여행자의 독서 두번째 이야기 / 이희인 /북노마드 ㅣ2013

 

 

 

 

 

 

 

 

 

 

 

 

 

 

 

몇 년전에 우연히 읽게 된 <여행자의 독서>는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던 책이었다. 여행과 독서는 내가 항상 갈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먼 길을 떠났다 돌아오는 그 순간부터 또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은 마음이나, 한 권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다른 책을 펼쳐 드는 마음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행이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감일 수도 있고, 익숙한 곳에 대한 편안함과 추억을 되새겨 보는 일인 것처럼 독서도 새로운 책에 대한 기대감이기도 하고, 오래전에 읽었던 책에 대한 되새김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여행과 독서가 함께 만날 수 있는 것이 여행가방 속에 챙겨가는 몇 권의 책을 읽는 일이 아닐까.

  

 

저자가 이미 <여행자의 독서> 첫번째 이야기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지난 십여 년간 세상 구석구석에서 겪은 인상깊은 여행들과 그와 연관된 책 (특히,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여행자의 독서> 저자의 말 중에서)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 (<여행자의 독서> p.6)

역시, <여행자의 독서 두번째 이야기>에서도 여행지와 그곳에 관한 책들이 소개된다.

(...) 그렇듯, 여행은 제게 기쁨보다는 슬픔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마음에 스며드는 시처럼, 가슴에 번지는 음악처럼. 진짜 여행은 유쾌하고 들뜬 것이라기 보다 슬퍼야 제맛이라는 듯이. (...) 슬픈 여행이야말로 정갈한 기쁨, 맑은 가르침이 숨겨 있다고 믿습니다. 그 슬픔에 언어를 부여하는 일이 아마도 이런 책일겁니다. (...) 제겐 길 위에서 틈틈이 읽는 책들 속에서 또다른 여행의 길이 있었습니다. (<여행자의 독서 두번째 이야기, 작가의 말 중에서 )

그렇다면, 내가 여행을 떠날 때에 오랜 시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여행가방에 챙겨가는 책들과 그 책읽기와는 다른 의미의 '여행자의 독서'가 아닐까....

그가 길 위에서 읽은 책들은 그가 찾아가는 여행지와 관련된 책(소설 등)들이다.

중국 강남의 여행길에서는 <루쉰 전집>, < 허삼관 매혈기>, < 아리랑>

일본 큐슈의 여행길에서는 < 남쪽으로 튀어>, < 원전사고>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의 여행길에서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프라하의 소녀시대>

보스니아, 세르비아의 여행길에서는 <드리나 강의 다리>,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타인의 고통>

파키스탄, 히말라야에서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킴>

잔지바르에서는 < 왜 지구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등을 읽는다.

여행지와 관련되어 소개된 책들이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는 책들이고, 나 역시 읽었던 책들이 대다수이기에 여행중에 왜 그 책을 선택하였는가에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책의 내용들의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읽지 않은 책들 중에도 관심이 가는 책들이 읽어서 독서 리스트에 올려놓게 된다.

특히, 일본의 겨울여행에는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게 되는데, 우리나라 번역본 4종류의 첫 문장을 소개한다.

가끔은 같은 책에 대한 번역본을 놓고 어떤 출판사의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적이 있는데, 같은 책의 약간씩 다른 첫 문장을 접하고 보니, 번역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평소 여행을 즐기는 저자이기에 패키지 여행은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칠순의 어머니와 함께 간 중국 북경과 장자지에(장가계) 여행은 어머니를 위해 패키지 여행을 선택했고, 어머니와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꽃을 보고 오는 게 여행이지, 다른 것이 여행일까. 아직 피지 않은 꽃나무들에 만발한 봄꽃을 상상하는 것이, 그 꽃나무 이파리 지는 걸 나비로 착각하는 것이 여행이지.

바다보다 더 넓게 드러나며 마음을 사로잡았던 세상 어느 곳, 비밀의 화원. (p. 117)

내 경우에는 여행가방 속에 넣는 책은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나 얇은 소설을 주로 담아 가는데, 저자가 소개하는 책 중에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은 '가치에 대한 탐구'라는 부제가 붙은 두께가 799 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두께의 책이다. 이 책은 소설을 가장한 철학서이다. 그래서 한 권의 책 속에 두 권의 책이 존재한다. 하나의 측면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하는 기행문의 의미. 그리고 또 다른 측면은 여행중의 모터사이클 관리를 중심으로 관념에 대한 이야기, 즉 고대 희랍인의 시각과 그러한 시각이 갖는 의미에 관한 철학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에 따라서 철학적인 내용이 힘겹게 읽혀진다면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하는 부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읽어도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한 편의 소설적 구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선과 모터사이클관리술>에 나오는 저자의 여행길은 과거와 마주치는 장소이며, 이야기들이기도 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문학적 의미의 묘사가 돋보이기도 하는 문장들과 철학적 의미의 사유의 계층 체계 속에서 잃어버린 가치를 탐구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책은 철학서이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문학 작품이기도 하다. (...) 작가 자신의 말대로 이 책은 " 관념에 관한 한 권의 책과 사람들에 관한 또 한 권의 책" 이라는 "두 권의 책" (부록 751)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관념에 관한 한 권의 책이 철학서라면 " 사람에 관한 또 한 권의 책" 에 해당하는 것은 바로 소설 형식의 문학 작품이라고 할 수" (p.768) -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역자의 글 중에서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여러 날 붙잡고 씨름을 하듯이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의 뿌듯함은 <여행자의 독서>의 저자가 책에서 말하듯, " 나 이런 책 읽었어! 하고 오만을 떨어도 괜찮을 책" (p. 347)임에는 틀림없지만, 여행가방 속에 선뜻 넣어 갈 생각은 하지 못할 것 같은 책이다. 그러나 여행자가 왜 이 책을 파키스탄 히말라야 여행길에 읽었는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여행자는 과연 제대로 보는 자인가? 여행자는 깊이 볼 수 있는 자인가? 책 속의 진실과 차창 밖의 진실은 어떻게 만나고 갈등하고 화해하는가? 그것이 어쩌면 세상을 알고 싶은 진지한 여행자의 손에 책이 필요한 까닭이 아닐까?  (...) 그 책장 위에는 내가 보지 못한, 만나지 못한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아프리카, 그리고 세상이 있다. 어쩌면 여행자란 영원한 오해(誤解)자인지도 모를 일이다. (p. 425)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여행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또한 나의 독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여행과 독서를 동시에 생각해 보게 된다.

 

 

과연 나는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무엇을 보았던가?, 나는 지금까지 책 속에 무엇을 느꼈던가?

<여행자의 독서> 첫번째 이야기에서도 관심이 갔던 책들이 여러 권이 있는데, 두번째 이야기에서도 꼭 읽고 싶은 책들이 들어온다.

다음에 여행을 떠날 때는 그 여행지와 관련이 있는 책을 몇 권 여행가방 속에 넣어 가야겠다. 이 책을 통해서 그 의미를  깨달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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