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알수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장수미 옮김 / 단숨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책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적이다. 갈수록 범죄의 유형들이 끔찍해져 가고, 범죄의 동기도 단순해져 가는 이즈음에 사이코패스의 범죄 이야기는 소설로도 읽기 싫어져 간다.
살인범들이 어떤 영화나 만화 등을 모방했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말을 듣게 되면 사이코 스릴러 작품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작가들은 되도록 기존의 이야기들과 보다는 더 강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하지만 그것이 미치는 악영향을 생각해 보기는 했을까....
그래서인지 사이코 스릴러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눈알수집가>의 작가인 '제바스티안 피체크'는 독일의 대표적인 사이코 스릴러 소설가이다. 인간의 심리, 무의식 속에 깔린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작가는 해박한 정신 의학 상식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들이 작품 속에 녹아 있다.
이 책은 책의 구성부터 색다르다. 책의 순서가 거꾸로 되어 있다. 맺음말, 마지막장 끝, 83,82,..... 3,2,1, 서문, 첫 장.이 책에 대하여 그리고 감사의 말로 되어 있다.
작가가 왜 이렇게 거꾸로 된 구성을 하였을까 하는 의문은 이 소설의 끝부분에 가서 풀리게 된다. 그것 역시 작가만의 독특한 장치이자 어떤 목적을 가진 구성이다.
이야기는 사건이 발생하기 7년 전에 경찰관이 도시 고속도로 한 가운데에서 한 여인을 쏘아 죽이게 된다. 아이를 유괴한 죄로 감옥에 갔다가 나오자 마자 또 유괴사건을 벌인 것이다. 정신 이상 증세를 가진 이 여인이 유괴한 아이는 운디네 신드롬이란 병을 가진 아이로 자는 동안에는 호흡를 할 수 없어서 기계에 의존하여 잠을 자야 하는데, 여인은 아이를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다. 여인이 아이를 다리 아래로 버리려는 순간 경찰관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유괴범에게 총을 쏘아 죽인다.
이 사건이후 그(초르바흐)는 경찰관을 그만두고 범죄관련 칼럼을 쓰는 신문기자로 변신을 한다. 그에게 따라 다니는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는 트라우마.
7년후 그는 연쇄 살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유괴한 아이의 어머니를 먼저 죽이고 아버지에게 그 아이를 찾을 시간을 준다. 45시간 7분을.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은닉 장소에서 왼쪽 눈알을 제거한 채로 질식해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다.
트라우마를 가진 전직 경찰관이자 범죄 전문 기자인 츠르바흐와 사이코 패스 살인마.
그리고 시각장애인이지만 사람의 과거를 보는 능력을 가진 알리나.
그녀에게 마사지를 받으러 온 자에게서 눈알 수집가임을 감지하게 되고, 그녀의 눈으로 현장을 들여다 보게 되는데, 그것이 이 사건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그 밖의 인물로는 수사반장 스토야, 수습기자 프랑크, 형사 슐레, 초르바흐의 아내 니키, 슈퍼 프로파일러 등이 등장하는데, 추리소설의 백미인 범인 찾기를 위해서는 그 어떤 등장인물도 의심을 가지고 소설을 읽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눈알 수집가, 그는 숨바꼭질이라는 놀이를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을 기억해 두자. 그렇다면 범인은 어린 날의 즐거운 추억인 숨바꼭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자가 아닐까.
인간의 무의식 속에 깔린 심리 중에는 자신이 겪은 어린날의 트라우마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이 소설은 말해 준다.
이 소설에서는 유괴된 아이의 엄마는 살해당하고, 유괴한 아이를 찾을 수 있은 사람은 아버지이다. 왜 아버지가 아이를 찾아야 할까?
"누구도 믿지 마라, 이 죽음의 숨바꼭질에서는"
45시간 7분 동안의 기다림 속에서 아이는 자신을 찾아 올 아빠를 기다리겠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아이는 무엇을 느끼게 될까?
결국에는 아이의 순진한 기다림이 훗날 끔찍한 트라우마로 되살아 날 수 밖에 없었음을...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린 가정을 생각하게 된다. 부모의 역할도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어린날의 기억이 일생을 좌우할 수 있음을 우린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