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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들의 사생활 - 역사책이 가르쳐주지 않는
윌리엄 제이콥 쿠피 지음, 남기철 옮김 / 이숲 / 2013년 6월
평점 :
<제왕들의 사생활>는 '윌 커피'가 약 16년간에 걸쳐서 쓴 글들인데, 미처 끝맺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에 그의 친구이자 편집자였던 '프레드 펠트캠프' 에 의해서 출간되었다.
그런데, 책을 편집하여 출간하기 위한 작업을 하던 중에 '프레드 펠드캠프'는 '윌 커피'가 그동안 모아 놓은 자료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어떤 주제와 관련하여 '윌 커피'가 조사하고 찾아낸 자료들은 방대하였으며, 그 자료들을 3x5인치 크기의 카드에 제목을 달고 내용을 정리하여 수천 장의 카드를 만들어 놓았으며, 100자 정도의 짧은 기사를 쓰는데도 25권 정도의 두꺼운 책을 읽고 수백 장의 카드를 만들어 그를 참조했다고 하니, 그의 글은 쉽게 쓰여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윌 커피'는 생전에 <뉴욕헤럴드 프리뷴>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는데, 주로 역사적 인물과 자연에 관한 풍자적인 글들을 많이 남겨서 당대 최고의 유머 작가로 인정받았다.
<제왕들의 사생활>에는 세계사를 공부한 독자들이라면 그 누구나 알 수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원본의 경우에는 세계사를 대표하는 제왕들과 탐험가 등 역사적 인물25명과 궁정 풍습을 소개하는 글이 담겨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 책이 출간되는 과정에서는 제왕 21명의 일화와 함께 왕실의 풍습만을 담았다. 그래서 제외된 인물로는 콜롬버스, 존 스미스, 마일즈 스탠디쉬, 에리프 에릭손, 레이디 고다이바의 일화가 제외되었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제왕들의 일화는 역사 관련 서적을 통해서 많이 접해온 이야기이기에 제외된 인물들에 더 관심이 간다.
PARTⅠ 이집트의 파라오 쿠푸 | 하트셉수트 | 클레오파트라
PARTⅡ 그리스·로마의 통치자 페리클레스 | 네로
PART Ⅲ 세기의 정복자와 피정복자 한니발 | 알렉산드로스 대왕 | 아틸라 |
샤를마뉴 대제 | 몬테수마 2세
PART IV 영국의 국왕 정복왕 윌리엄 | 헨리 8세 | 엘리자베스 여왕 | 조지 3세
PART Ⅴ 라틴의 왕족 루크레치아 보르자 | 펠리페 2세
PART Ⅵ 프랑스의 군주 루이 14세 | 루이 15세
PART Ⅶ 러시아·프로이센의 황제 표트르 대제 | 예카테리나 여제 | 프리드리히 대왕
PART Ⅷ 왕실의 풍속 왕실의 오락 | 왕실의 식도락
위의 목차에서 볼 수 있듯이, 너무도 잘 알려진 제왕들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역사적인 역할 뿐만아니라 에피소드도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다. 그래서 책의 내용은 역사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알고 있을 내용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새롭게 읽게 되는 내용일 수도 있다.

그리고 고대세계에서 근세까지를 아우르는 인물들이기에 이 책을 읽게 되면 세계사의 전반적인 흐름도 알 수 있게 된다.
이집트의 파라오 중에는 쿠푸와 클레오파트라는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하트셉수트는 잘 낯설게 생각될 수도 있는 제왕이다. 하트셉수트는 이집트 여왕 중에서 재위기간이 가장 길었으며, 그의 이름은 '가장 고귀한 숙녀'라는 뜻이다. 그녀의 총애를 받았던 건축가 인센쿠트와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데, 그와의 관련 때문인지 이 시대에는 견고한 많은 건축물들이 세워진다. 그의 후계자인 투트모세3세는 그녀의 사후에 그녀의 조각상의 코를 떼어내고 채석장에 묻어 버리고 그녀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부분을 모두 도려내 버리지만, 훗날 발굴되어 복원되었다.
알렉산드로스의 경우에는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제왕이지만, 당시 여러 지역에 걸쳐 그 누구보다도 많은 사람을 죽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그는 정복한 나라에 그리스 문화를 전하해야 하다는 생각에서 그런 만행을 저지르지만,
" 엄밀하게 말하면 그는 그리스인도 아니었고, 교양이 있는 인간도 아니었지만, 역사에 길이 남은 정복왕이니 내가 어찌 감히 그를 부정할 수 있겠는가?" (p. 101)
" 알렉산드로스의 제국도 금세 산산조각이 났다. 대왕이 남긴 업적은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 외에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는 건설적인 일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 그가 남긴 업적이 있다면 유럽에 가지를 들여온 정도였다. (...) 나는 그에게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는 평소에 눈살을 찌푸리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그래야 했을 것이다. " (p. 111)
우리가 그동안 세계사를 통해서 알았던 알렉산드로스에 대한 평가와 '윌 커피'의 글이 일치하는가?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일치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그동안 역사가들은 제왕들을 평가할 때에 업적를 중시했다면 '윌 커피'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인간'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마제국의 멸망을 이야기할 때에 '훈족'의 대이동을 거론하지만, 5세기 전반 훈족의 왕이었던 아틸라는 로마제국이 무너질 당시에 로마 근처에도 있지 않았다고 한다.

'아틸라' 그리고 에스파냐가 멕시코를 침략할 당시의 아즈텍 왕국의 지배자였던 '몬테수마 2세'의 이야기는 좀처럼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섞여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일화가 가장 많은 제왕이라면 헨리8세 ~엘리자베스 1세에 이르는 시대일 것이고, 프랑스라면 루이 14세에서 루이 16세에 이르는 시대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교황 중에서 가장 문제가 많았던 인물은 알렉산데르 6세일 것이다. 그의 사생아 중의 한 명인 루크레치아 보르자에 대한 일화는 알려진 이야기가 많다. 서양사에서 그녀 이야기가 빠진다면 재미가 없으리라.

이 책의 마지막 PART인 8장에서는 왕실의 풍속을 이야기하는데, 왕실의 오락과 왕실의 식도락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제왕들도 짓궂은 면이 있었는지, 왕비가 앉아 있는 의자를 몰래 빼서 넘어지게 만들기도 했다고 하니. 왕의 위엄과는 상반되는 놀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럽에서의 왕실에서는 먹는 것에 상당히 치중했었기에 대부분의 제왕들이 대식가였다고 한다. 그들이 하루에 먹은 음식들을 보니 입이 안 닫혀질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세금에서 충당했을 것이니 백성들의 허리가 휠 만도 하다.
이 책은 이렇게 숨겨진 제왕들의 사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인데, 어떤 제왕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와 관련된 인물들까지 모두 알 수 있도록 참고자료를 달아 놓았다. 그리고 책 속의 내용들에도 주해가 많이 달려 있는데, 책의 내용 보다 주해의 내용이 더 위트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 실린 제왕들의 이야기를 차례대로 읽다보면 서양사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알 수 있기에 한 권의 책이 가지는 지식과 정보는 방대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