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나다 1 - 헬로 스트레인저 길에서 만나다 1
쥬드 프라이데이 글.그림 / 예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아무 생각없이 길을 타박타박 걸어 보면 어떨까?

평소에 잘 가는 길도 좋고, 예전에 자주 걷던 길도 좋고,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그 누군가와 걷던 길을 걸어도 좋고....

그 길 위에서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우연히 만나게 된 그 사람을 다시 길 위에서 만나게 되어 우연이 인연이 된다면....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지 않을까.

<길에서 만나다>는 책을 펼치는 순간, 싱그러움이 물씬 풍겨난다. 서울의 길 위에서 사소하고 소소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서울'이라고 하면 빌딩숲의 삭막함을 생각하게 되는데, 서울에서도 푸르른 나무들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길을 걷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저자는 2011년 네이버 <도전 만화기>에 <길을 만나다>라는 웹툰을 연재하게 되는데, 이를 본 독자들의 반응이 꽤나 좋았다고 한다.

<길에서 만나다>에 나오는 길을 주말마다 걸었다는 사람들도 나오게 되고, 이 이야기 속의 희수처럼 말주변이 없던 사람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 놓는 사람이 되었다는 이도 생기게 된다.

그만큼 이 웹툰은 접하는 순간 가슴이 풋풋해짐을 느끼게 된다.

그건 아마도 <길에서 만나다>의 그림에서 풍기는 수채화의 은은함과 서정적이면서도 감각적인 글들이 마음 속에 깊이 새겨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종이에 직접 스케치하고 채색하는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그런 표현 방법이 독자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물들어 가게 한다.  

<길에서 만나다>의 배경은 서울의 길이다. 남산 N 서울타워, 후암동 골목길, 연대 동문길, 서강대교, 여의도 공원,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아이들의 계절길, 경희궁, 하늘공원,  성곡 미술관길 등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남산에서 은희수와 미키의 우연한 만남이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른 길에서 만나게 되면서 '나'를 알게 되고, '너'와의 관계를 알게 되고, 상대방을 알아가게 된다.

'데뷔하지 못한' 시나리오 작가인 은희수는 그날도 면접을 보고 남산길에 오르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의 모습을 찍겠다는 미키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서울의 길 위에서 또다른 만남이 가지게 되고, 그들이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된다.

이 이야기는 2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에서는 23화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화는 남산길이어서 더 싱그러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N 서울타워를 찾는 연인들이 전망대 난간에 달아 놓는 자물쇠를 통해서 꼭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원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지할 수 있다.

 

" N 서울 타워를 찾는 연인들은 서로의 마음이 굳게 잠긴 채로 영원하길 바라며 전망대 난간에 자물쇠를 채워놓고, 그 열쇠를 남산 아래로 던져 버린다. 영원히 잠겨 버린 마음이라니, 좀 섬뜩하긴 하지만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만큼은 꽤 값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멈춰버리고 싶을 만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이니까 말이다. " (p.p. 17~18)

" 사람의 얼굴처럼 길에도 표정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감촉을 느끼고 싶은 돌담이 있는가 하면 차가운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골목도 있고 담쟁이 덩쿨이 뒤덮여 계절에 따라 극단적으로 표정을 바꾸는 길도 있다. 어느 동네의 골목을 보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p.368)

이처럼 책 속에는 읽는 순간 작은 여울이 만들어지면서 공감이 되는 글들이 많이 있다.

" 잦아든 빗줄기를 바라보며 이대로 뛸까, 아니면 조금 더 기다릴까를 망설이는 모습이 지금 내 모습과 아주 닮아 있다느 생각이 들었다. 미련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앞으로 발을 내딛을 것인가, 아니면 불씨가 꺼질  때까지 기다려 보는 게 좋을까 " (p. 88)

" 누구나 마음 속에는 특별히 아끼는 장소가 한두 군데쯤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곳은 대단히 멋지거나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일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 장소에는 저마다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그러므로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 중의 하나는 아마도 그곳에 대한 누군가의 '기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다시 그곳을 찾아 동일한 좌표 위에 선다 하더라도, 어쩐지 그곳을 '같은 공간'이라고 부르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그곳에 다시 선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구름의 모양에 따라  나뭇잎의 색에 따라 지나치는 사람들의 표정에 따라 다른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그곳에 담긴 기억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 (p. 256~258)

타박타박 걸어 보자, 내 추억이 깃든 길을~~ 아니, 한 번도 걸어 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걸어 보자,

그 길 위에서 나만의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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