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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리카 풀키넨 지음, 정회성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아마도 핀란드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북유럽 작가로는 노르웨이의 '요 네스뵈'의 <스노우 맨>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스릴러 소설로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북유럽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이 솔깃하여 <진실>을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특이한 점이 많다. 소설의 화자는 '나' (안나)이지만 장에 따라서는 다른 인물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또한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다. 사건의 진행과정이나 등장인물들을 제대로 따라 잡아야 읽기가 편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야기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의 시작은 저명한 심리학자인 엘사가 췌장암으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마감하려고 한다. 그에게는 화가인 남편 마르티와 의사인 딸 엘레오누라가 있다. 그리고 손녀인 안나와 마리아도 있다.
할머니를 간병하러 온 안나는 할머니의 옷장에서 드레스를 발견한다. 할머니 자신도 그 드레스가 있는 줄 조차 몰랐던 드레스에 얽힌 이야기, 즉 에바라는 여인을 추적하는 것이다.
" 내 인생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묻혀 버릴 테니까요. " (p. 82)
바쁜 할머니를 도와주기 위해서 엘레오누라의 보모 역할을 했던 가정부이자, 할아버지의 숨겨진 여인이었던 에바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그 흔하고 흔한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보게 된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가 아닌 안나와 에바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면서 전개된다.
1964년에서 1968년에 걸친 과거의 이야기는 여러 장에 걸쳐서 전개되는데, 여러 명의 인물들이 같은 사건에 대해서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냐 하는 것이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 들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할머니에서 엄마, 그리고 손녀에 이르기까지 삼대에 걸친 사랑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는 할머니의 사랑과 삶이 그의 딸에게는, 또 그 손녀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생각하게 해주기도 한다.
핀란드 하면 생각나는 것이 사우나일텐데, 소설 속에서도 사우나를 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장면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우나를 같이 함으로써 서로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도 있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아픔도 날려 버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등장 인물 각각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진실. 같은 사건,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짧은 인생을 살았던 에바, 그녀에게 사랑은 어떤 것이었을까.... 한평생을 마르티의 곁에 있었지만, 인생의 어떤 순간에는 남편의 사랑을 빼앗겼던 엘사는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