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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튜즈데이 - 한 남자의 운명을 바꾼 골든 리트리버
루이스 카를로스 몬탈반.브렛 위터 지음, 조영학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내 추억 속에는 5 마리 정도의 개들이 있다. 중학생 시절의 어느 일요일, 아버지는 친구분이 강아지를 주겠다고 하셨다고 했는데, 그 분이 데리고 온 강아지는 강아지가 아닌 개였다. 우린 예쁘고 작은 앙증맞은 강아지를 생각했다가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진도개 혈통의 그 개는 영리하여 가끔은 쥐도 잡아 놓고, 동네 개들을 제압하기도 했다. 그외에도 몇 마리의 개들이 있었다. 그 개들의 죽음은 언제나 슬펐는데, 아직도 그 때의 추억은 내 사진첩 속에서 내 옆 자리에, 아니면 내 어깨 위에, 내 품 안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12살 된 강아지가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조용히 살고 있다. 1살이 넘어서 우리집에 올 때는 천방지축 말썽꾸러기였는데, 이제는 조용히 소파 위에서 오수를 즐기고 있다. 이렇게 사람의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개들은 인간에게 잔잔한 기쁨을 가져다 준다.
그런데, 때로는 개들로 인하여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도우미견들이 그런 경우인데, <기적의 튜즈데이>에 나오는 도우미견은 한 사람의 망가져 가는 인생을 희망으로 바꾸어 놓은 개이다. 책 속의 주인공 루이스는 튜즈데이를
"그는 하나뿐인 나의 영웅, 나의 심장입니다" ( 책 속의 글 중에서)라고 말한다.

그 어떤 소설 보다도,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감동적인 실화인 루이스와 튜즈데이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은 여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part 1에서는 도우미견인 튜즈데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튜즈데이는 영리하고, 밝고 유쾌하면서도 열정적인 성격을 가진 '골든 리트리버'이다. 개의 이름처럼 화요일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2006년 9월 10일에 태어났는데, 장애인을 위해 개를 훈련시키는 이스트코스트 도우미견 센터에서 태어났다. 생후 3일부터 훈련을 받았으며, 3개월이 되었을 때는 교도소 강아지가 된다. 특정 죄수에게 배당되어서 해당 감옥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는 것인데, 단 한 명의 사육사인 죄수에게 길들여지기에 주인에 대한 애착심이 상당히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튜즈데이는 3개월 후에 다른 교도소로 이감이 된다. 어린 강아지가 가졌던 애착심은 그만큼 큰 상실감을 가져다 주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튜즈데이는 브렌든이라는 문제아에게 훈련을 받게 된다. 튜즈데이는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개이기에 두 번으 인간과의 강한 유대를 이룬 후에 상대방에게 다시 빼앗기는 상실감을 느꼈지만, 브렌든과의 만남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훈련시킨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part 2는 루이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루이스는 이라크 전쟁에 2번이나 참전한 군인정신이 투철한 지휘관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유명한 경제학자이고 어머니는 기업 CEO인 쿠바계 미국인이다. 루이스는 삶의 목표를 '조국을 수호하고 이라크 민중들에게 자유를 찾아 준다'라고 할 정도로 군인의 길을 가기를 원했던 청년이다. '근육질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이 붙어 다닐 정도로 용맹한 군인이었는데, 이라크 참전 중에 시리아인의 테러 습격으로 뇌부상을 비롯한 신체적 부상으로 고질적인 통증에 시달린다. 거기에 스트레스 장애, 광장 공포증, 대인 공포증, 불면증 등을 겪게 된다. '오죽하면 이런 표현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 차라리 잠들고 싶던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군인 정신이 투철했던 그가 가졌던 이라크에 대한 생각은 그저 한낱 몽상이었을 뿐이다. 미국 정부가 일으킨 이라크 전쟁의 실상을 직접 보고 겪으면서 국가가 자신을 배신하였음을 자각하게 된다. 온통 거짓투성이인 전쟁의 실체를 알게 된 것이다. 그에게 이라크는 '처절할 정도로 치욕스러운 곳', '이상을 잃은 곳', ' 명예와 인격은 전선의 전우들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곳' 임을 알게 된다. 그는 끔찍한 트라우마에 시달렸기에 제정신으로는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어 항상 술과 약에 의존하여 살아야만 했다.
part 3은 튜즈데이와 루이스의 이야기이다. 튜즈데이는 도우미견으로 태어나서 몇 번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느끼지만 그 보다 더 큰 상실감을 느낀 상처가 많은 개이다. 그리고 루이스는 자신이 원해서 갔던 이라크에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아고 퇴역한 군인이다. 그들의 상처는 튜즈데이와 루이스의 만남으로 치유가 된다. 루이스는 자식과 같은 장애를 가진 퇴역 군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이메일을 받게 되고 거기에서 튜즈데이라는 도우미견을 만나게 된다.
단절된 세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그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않으려 했던 루이스에게 찾아온 튜즈데이는 그에게 찾아온 행운이자 기적이다. 그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도 있고,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이라크에서 돌아 왔을 때에 아버지가 던진 한 마디 말인 '타락한 낙오병'이라는 말에 아버지에게 가졌던 증오심도 버리고 이제는 가족간에 화해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루이스가 튜즈데이를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장소나 대중교통 이용이 그리 수월하지는 않다. 법적으로는 도우미견을 데리고 다닐 때에 편의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버스를 탈 경우에 운전기사의 탑승거부나 음식점을 이용할 때에 도우미견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업주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이라크 전쟁에서 부상당한 군인이 도우미견과의 만남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만이 담긴 감동실화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이상의 많은 생각들을 담은 책이다.
물론, 루이스와 튜즈데이의 만남을 통하여 정신적 트라우마를 이겨나가는 힐링의 책이기도 하고, 루이스의 삶이 새롭게 펼쳐지는 희망을 담은 책이다.

거기에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에 대한 실체를 담은 책이기도 하다.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군인이 그곳에서 보고 겪었던 전쟁에 대한 실화가 결코 이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되었던 전쟁이었음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자신이 미국 정부로부터 배신당했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 이라크에서 큰 상처를 입고 돌아 온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전투 때문만은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두려움도 부상도 죽음도 아니다. 바로 배신때문이다. 지휘관들이 병사를 배신하고 명분을 배신했다. 이라크와 조국에 대한 약속을 배신했다. 대체 어떻게 이토록 무능력이 판을 치고 도덕적 범죄가 횡행한단 말인가? 얼마나 거짓말을 더 해야 거짓말이 비로소 거짓말이 될 것인가? 이라크 전쟁은 분명 도가 지나쳤다. 난 너무도 화가 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착한 사람들이 죽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똑같은 이유로 사람들이 죽어가기 때문이다. " (p.p. 76~77)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와의 단절되었던 삶이 튜즈데이를 만남으로 하여 화해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또한 그동안 대인공포증으로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피했던 루이스가 세상으로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소통의 기회가 되었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인간으로 인하여 생겼던 상처들이 한 마리의 개로 인하여 새 살이 돋아 날 수 있었으니, 튜즈데이와의 교감이 그 어려운 일을 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는 이 책은 화해와 소통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에서도 도우미견을 대동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이렇게 심한데, 우리나라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배려해주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루이스와 튜즈데이는 앞으로도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주면서 행복하게 살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