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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제너레이션 - 좀비로부터 당신이 살아남는 법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5월
평점 :
좀비는 부두교 주술사들이 저주를 걸어서 탄생시킨 살아 있는 시체들을 지칭하는 말인데, 이런 좀비들은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 서 있는 괴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들은 인간을 잡아 먹거나 물어서 전염을 시키기도 한다. 좀비들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로는 2007년에 발행된 <고고학>이란 책에는 기원전 3000년경에 고대 이집트시대에 좀비가 실제로 존재한 흔적을 무덤 내부의 벽에서 찾았다. 머리가 없는 좀비 벽화나 수천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시신들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다만 가설에 불과한 것이지 입증된 연구 실적은 없다.
이보다 더 오래된 기록으로는 18세기 중반에 서인도제도의 아이티에서 발굴되었다는 설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좀비 불신론자라고 할 수 있으며 소설이나 드라마, 만화 등에서나 등장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명이 발달한 지금에도 신종 바이러스 등의 공포에 시달리다 보니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좀비와 연결 지어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좀비 제너레이션>은 신종바이러스의 증세인 고열, 구토, 갑작스러운 사망, 발병 전파가 빠르다는 것을 좀비가 나타나는 징후들로 보고 있다.
그래서 좀비사태의 발생 직후부터 이동 과정, 이동하는 와중에 만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규합할 것인가, 안전지역으로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장비가 필요한 것인가, 좀비에 대처하는 행동요령, 남겨진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아 놓은 추리소설이다.
그렇지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만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내용들이 또 담겨 있다. 좀비를 죽이기 위한 도구는 어떤 것을 제작하여야 하는지, 도시를 비롯한 섬 지역까지 좀비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어서 설명해 주고 있으니, 이 책이 소설책인지 아니면 좀비 대처 매뉴얼 책인지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서울 인근 지역에 좀비가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매뉴얼을 쓰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서울에 좀비가 나타나서 아수라장이 되어 도망을 치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들과 함께 살아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슬기롭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가에 대하여 며칠 간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좀비가 나타나고 초기 봉쇄에 실패하게 되니 전국은 좀비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게 되면서 이들 좀비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물고 뜯고 죽이게 되고, 이렇게 죽은 사람들은 다시 좀비가 되니 좀비는 늘어난다.
썩어서 흐릿해진 눈동자와 검게 타바린 얼굴의 좀비들을 피해서 살아 남은 사람들은 군대가 지키고 있는 M 타워를 찾아 가야만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가족들과 세상에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 그 와중에도 매뉴얼을 완성시키야만 하니... 각 상황별로, 장소별로 살아 날 수 있는 생존방법은 무엇일까?
모든 초점을 좀비에게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생존에 맞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비들에 대한 방어도 중요하지만 생존자들 간의 관계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으나, 동료들은 나의 생존을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 책은 '국내 최초의 좀비 박물지'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좀비의 역사, 의미, 이들과의 싸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하여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좀비라는 것의 실체가 꼭 시체가 다시 살아 돌아 온 것과 같은 흉악한 모습의 좀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종 플루나 에이즈, 살인 진드기 등과 같이 갑자기 어디론가에서 나타나서 전염병처럼 전파되어서 사람들을 위험에 빠지게 하는 그 모든 것이 바로 좀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독특한 구성으로 짜여진 책이기에 독자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점들이 있는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과 같은 관점으로 책을 쓴다는 것도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기도 하고, 새로운 시도라는 생각도 함께 가지게 된다. 그러나 아직은 <좀비 제너레이션>과 같은 책은 대중들에게 다가가기에는 좀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