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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사랑하고 싶어져 - 시간산책 감성 팟캐스터가 발로 쓴 인도이야기
김지현 글.사진 / 서교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김지현, 그녀는 감성 음악 팟캐스트 <김지현의 시간산책>의 팟캐스터이면서 대학에서 관현악과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이십 대 중반에 걸쳐져 있는 나이에 자신의 진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유학을 갈 것인가 아니면 사회로 나갈 것인가....'
이 나이의 청춘들이라면 그 누구나 갖고 있는 진로 선택에 대한 생각인데, 그녀는 과감하게 그 모든 고민을 내려 놓고 인도 배낭여행을 선택하게 된다. 사전 준비 조차 없는 장기간의 배낭여행.

물론, 처음에는 홀로 떠나는 인도 배낭여행에 대한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부모님은 '잘 다녀오라'는 말로 딸의 홀로서기를 지원해 주게 된다.
배낭여행자들에게는 특별한 여행지인 인도. 그러나 이곳에서 여대생의 성폭행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나니 안심하고 갈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지인이 나에게 '인도를 같이 가지 않겠느냐?'하고 물었을 때에 '지금은 너무 열악한 곳인 것같아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정도로, 인도 여행은 나에게는 별로 내키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 간직된 문화유산이나 아름다운 풍광에는 끌리지만, 여행중에 견디어 내야 할 어려움이 너무 많을 것 같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인도여행에 대한 관심은 있기에 그동안 많은 인도 여행기를 읽어 보았지만, 이 책의 내용에서도 나오듯이 길거리에 굴러 다니는 소똥과 오물. 장소에 관계없이 여기 저기에서 '1달러'를 구걸하는 사람들, 화장실 등을 비롯한 청결 불량상태, 대중교통수단의 난폭운전, 바가니 요금, 오토바이가 도로를 질주하면서 행인에게 입히는 타박상.
거기에 여자들에게는 피해 갈 수 없는 엉덩이 성추행 사건....
아무리 삶의 깊은 성찰을 가져다 주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선뜻 여행길에 오르기에는 쉽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곳에 가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젊음이 있다면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이기는 한가 보다.


이 책의 저자는 홀로 인도에 갔지만, 뉴델리 공항에서 소미언니와 진이를 만나서 같이 인도 여행을 하게 된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많은 에피소드도 담겨 있고, 인도의 결혼식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녀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누군가 내게 해옥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답하리라. "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perface 중에서)
"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다. 어떤 기준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내 내면에서의 상대적인 행복은 불행이 있을 때만 존재한다. " (p. 158)
그녀의 나이에 터득하기에는 너무도 큰 선물과도 같은 깨달음이 아닐까.

그녀는 여행중에 불가촉 천민 소년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KFC에서 동반자들과 함께 먹을 치킨을 사들고 나오는 순간 만나게 된 소년이 치킨을 구걸한다. 소년에게 치킨 한 조각을 들려주고 온 그날밤 그녀는 슬픔과 번뇌에 빠져서 이유 모를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치킨 한 조각을 받아든 소년은 그녀가 이 세상에서 본 가장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소년은 아마도 이런 행운을 다시 얻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이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소년은 이후에도 동냥을 당연시 할 수 있으니까.

이런 이야기는 네팔을 찾았던 지인에게서도 들었던 이야기이다. 콜라를 마시고 있는 그에게 다가온 소년은 아무 말도 없이 그 모습을 부러운 듯이 쳐다 보았다고 한다. 그 모습이 안스러워서 콜라를 들려 주니, 아까워서 꿀꺽 꿀꺽 마시지도 못하고 핧아 먹더라는 이야기였다.
빈곤한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여기 저기에서 '1달러'를 외치면서 따라 오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 우린 신중한 행동을 하여야 할 것이다.
라자스탄의 조드푸르는 블루시티로 유명한 도시이다. 브라만이 모여 살면서 자기들의 영역 표시를 위해서 집 문에 파란색을 칠하면서 블루시티가 되었다.
바라나시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보나 카페의 주인은 이런 말을 한다.
" 세상은 바라보는 대로 보이는 거야. 느낄 수 있는 준비가 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거야. " (p. 251)

그녀가 인도 배낭여행을 통해서 느낀 가장 큰 성과는,
" 모든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찾는 게 인도 여행을 하며 얻은 소중한 성과다. 인도는 자유를 그릴 수 있는 나라니까 말이다. " (p. 285)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경쟁 속에서 살아 온 날들을 돌아 보면서 인도여행이 가져다 준 이 소중한 성과를 마음 속에 새기면서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