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 나의 친구, 나의 투정꾼, 한 번도 스스로를 위해 면류관을 쓰지 않은 나의 엄마에게
이충걸 지음 / 예담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그 어느날이 아니 그렇겠냐만은, 5월이면 더 가슴이 아려오는 것이 엄마라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엄마와 자식과의 관계가 어떻든간에 엄마는 그 단어만으로도 마음이 아파오는 것이 비단 나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나의 엄마는 오래전에 아름다운 나라로 떠나셨고, 그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는 나는 한 아들의 엄마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내가 그리워하는 엄마라는 관점 보다는 아들의 엄마라는 입장에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어느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의 증보 개정판인데, 저자인 이충걸은 '지큐 코리아'의 편집장으로 몇 살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해 나가기에도 바쁜 일상 속에 살아가는 그런 아들이다. 그의 엄마는 '세월에 장사 없다'고 이곳 저곳 아픈 곳이 많은 엄마이다.

아들은 그런 엄마에게 이 세상의 어떤 아들이 저렇게 엄마의 마음을 속속 들이 꿰뚫어 보고, 세심하게 보살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마 생각에 빠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의 관점에서 볼 때에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라면 엄마가 아들에게 헌신적인 희생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의 엄마는 나이도 들고, 병도 들어서 인지 아들에게 어리광 아닌 트집을 잡기도 한다. 그것을 아들은 알면서도 엄마 마음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그렇게 엄마에게 잘 하는 아들이지만 엄마는 이것 저것 못 마땅한 것들이 많기도 하다. 이렇게 모자는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서로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과연 이런 아들에게 여자 친구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 모자라기 보다는 친구같은 사이이기에 그런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런 모자 관계가 된 것은 부자의 정이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우린 언제나 서로에게서 열외돼 있었지. 아버지의 품 속을 파고 든 적 없는 아들과, 무릎 위에 아들을 앉힌 적이 없는 아버지, 우리 사이는 점점 시들어 꽃받침만 남은 꽃과 같았다. " (p. 90)

이 세상의 모든 자녀들은 '엄마가 조금씩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 때에 가장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이 책의 엄마는 하루 하루 조금씩 사그라 들고 있다. 그것을 아는 엄마인지라 영정사진을 찍어 두겠다고 하지만, 아들은 그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아들은 이미 몇 년전에 사진 작가에게 부탁을 하여 엄마 몰래 영정사진을 찍어 두었다. 엄마의 조금이나마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할 수 있는 사진으로서의 영정사진을.

" 엄마는 세상에서 자기가 밟을 장소를 찾아내는 법을 배우는 소녀와 같았다. 하지만 나고 죽는 것에 대한 내 마음속의 모서리는 이미 깎인 뒤였다. " (p. 120)

서랍을 약으로 채운 엄마, 여러 차례의 수술을 할 때마다 죽음까지도 생각해야 했던 엄마.

그래서 아들은 엄마가 점점 사그라드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들이 엄마를 생각해 볼 때에 엄마는 ' 한 번도 스스로를 위해 면류관을' ( 책 속의 글 중에서)써 보지 않았다. 왜 이 책의 엄마만이 그렇겠는가? 그 시대를 살아 온 엄마들은 그 누구나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기 보다는 아들을 위해서 살아 왔을 것이다.

조금은 까탈스럽게 느껴지는 엄마, 그 엄마의 마음을 맞추어 주는 아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생경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이 책은 내용 보다도 문장이 너무도 아름답다. 비유가 도드라지기도 하면서 문장 자체에서 빛이 나기도 한다.

엄마와 아들, 요즘 이런 모자관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별한 관계인 엄마와 아들.

무뚝뚝한 내 아들에게서는 결코 찾아 볼 수 없는 아들의 모습인데, 아마도 많은 엄마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아들이 부럽지는 않다. 말을 아끼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면서 목표를 향해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내 아들이 더 자랑스럽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함께 밥도 먹고, 쇼핑도 하고, 여행을 하면서 추억을 만들어 나가는 그런 엄마와 아들이 될 수 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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