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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 사이 2 ㅣ 밤과 낮 사이 2
빌 프론지니 외 지음, 이지연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3월
평점 :
<밤과 낮 사이>는 1권과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권을 모두 합친다면 약 1,00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책이니 아마도 읽기도 전에 부담감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러나 2권으로 구성되니, 1권을 읽은 후에 며칠간의 여유를 두고 다시 책을 펼칠 수 있었다. 또한 1권과 2권은 내용의 연결도 없으니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기도 하다.
1권에는 16편의 단편소설이, 2권에는 1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소설의 내용은 짧지만, 그 느낌은 더 강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밤과 낮 사이>에 실린 소설들은 다양한 장르의 소설이 한 책 속에 담겨 있다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미스터리 소설, 판타지 소설, 로맨스 소설 등이 다채로운 빛을 발한다.
요즘 영미권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작가들의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낯익은 작가들이 아니고, 그들의 작품 역시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소설들이다.
어쩌면 우리나라 독자들은 폭넓은 독서보다는 편협한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들에만 관심을 가지기에 여러 작가들의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경향이 있기도 하다.
2권에서 가장 많은 생각이 스쳐가는 작품은 <장밋빛 인생>이다. '장밋빛 인생'이란 말 자체가 익숙하기도 하지만, 소설 제목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인생이야기는 아니다. 장밋빛 인생을 살려고 발버둥 치던 어린 소녀의 이야기이기에 더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르노는 실업자로 그동안 자신이 구상해 왔던 소설을 쓰기로 한다. 4장까지 썼지만 더 이상 진전이 없자, 르장드르는 그의 소설 쓰기를 도와주고자 한다.
사립탐정인 르장드르는 근처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탐지하여 그 현장에서 어떤 단서를 찾아내곤 하는데, 그 일을 아르노에게 하도록 한다.
마침 파레드 벨르빌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이 쓰던 소설과 너무도 일치하는 살인사건이 터진 것이다.
소설 주인공은 사립탐정, 희생자는 파리에 거주하는 스트리퍼 또는 매춘부...
17~18세 정도의 혼혈 소녀가 교살되었다. 그 애는 클럽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남자들과 동거를 하기도 한다니... 막힌 소설을 풀어나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아닐까.
르장드르의 지시에 따라 주변 지역을 탐문하다가 근처 철거 예정의 건물에서 한 노인네를 만난다. 그는 아르노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고, 그들은 노인의 집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죽은 아이인 레알라가 어릴적부터 그와는 친근하게 지내며 딸처럼 보살펴 온 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아이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기에 어느날 자신의 집에서 도망을 친다. 그 아이의 성공을 바라며 텔레비전을 보지만, 얼핏 지나가듯 딱 한 번 그 아이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듯하기도 하고...
그후, 그 아이의 소문을 돌고 도는데, 업소에서 춤을 춘다고 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소문이 들려온다.
소문을 듣고 찾아간 업소에서 차마 보기 힘든 아이의 춤을 추는 모습에 뒤돌아 나오려는 순간 그들의 시선은 잠시 스쳐간다.
그리고 그 아이는 어느날 초라한 모습으로 노인을 찾아 온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노래를 할 수 없는 목소리를 가진 채로.
" 노래하렴" 내가 그 애에게 말했습니다. "뭔가 노래를 해봐, 네가 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파이프 노래를 해 보려무나. <장밋빛 인생>을. 노래 해" (p.p. 141~142)
그런데, 이 애는 왜 교살되었을까? 그리고 왜 근처 풀밭에서 핑크빛 우비를 입은 채로 발견되었을까?
아르노는 노인과의 대화를 통해서 '인간의 심리에 완벽하게 무지했던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쓰려던 책을 다시는 쓰지 못할 것을 예감하게 된다.
아르노는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노인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에디트 피아프의 명곡 <장밋빛 인생>을 모티브로 하여 썼다는 것이다.
이 소설 읽기를 끝냈을 때는 마음 속에 애잔한 연민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은 2005 년 영화화 되었다. <장밋빛 인생>은 이 책에 실린 12 편의 소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소설이다.
한 권의 책에서 여러 장르의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독자들이 평소에 접해 보지 않았거나,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장르의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때론, 이렇게 익숙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소설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폭넓은 독서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