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를 위한 이주헌의 창조의 미술관 - 예술가들의 9가지 발상전환 이야기
이주헌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대하여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미술사조도 알고, 미술가에 대해서도 알아야만 올바른 감상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런 배경지식이 있다면 작품 감상에 큰 도움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미술작품은 자신이 그 작품을 보고 느끼는 그대로가 자신의 감상법이라고 생각된다. 좀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미술관련 책들을 읽는 것도 좋고,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참석하는 것도 좋다. 전시회의 경우에는 도슨트 시간을 알아 두었다가 그 시간에 맞추어서 가면 감상 포인트를 알려주기에 작품 감상이 쉬워진다.

미술작품을 접하는 것도 성장기의 습관이 중요하다고 본다. 어려서부터 각종 전시회를 찾아 다니면 그만큼 미술작품들과 친해질 수 있다. 그러나 자녀들이 별 관심이 없는데도 전시회를 데리고 다니면서 주입식으로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도록 하는 엄마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자녀들이 미술감상과 멀어지게 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창조의 미술관>은 미술 평론가인 '이주헌'이 십대들을 위해서 쓴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주헌은 '미술에 관하여 국내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나간다. 그래서 그가 쓴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창조의 미술관>도 십대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미술작품을 이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 너머의 세상까지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 예술은 삶의 물결이 막힘없이 흐르도록 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초월자가 되어 삶을 재단하기 위해 있는게 아닙니다. 예술은 누구나 쉽게 다가가고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우리 삶의 반영물인 것입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예술를 한 마디로 이야기한다면, '창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를 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시대를 앞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때로는 쓰레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기상천외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그런 작품들을 창조라는 말로 미화시켜 버리기도 한다. 아무튼 창조는 예술의 바탕에 깔린 근본 정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십대들이 읽을 수 있는 미술감상에 관한 책이라면 흔히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파 미술 등으로 미술사조 중심으로 작품 해설을 하곤 한다. 오히려 그런 책의 구성은 십대들로 하여금 골치 아픈 미술사조와 미술가를 연결짓고, 그들의 작품을 해설하려는 어려움에 빠지게 만들어주기에 책을 읽을 흥미도 미술감상을 하려는 흥미도 잃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의 미술감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9개의 발상 전환의 주제에 맞추어서 미술감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모든 작품 활동이 창조에서 비롯된다면 창조를 위한 발상 전환이 필요한데, 저자는 그런 발상 전환을 9개의 키워드로 분류하였다.

파괴, 놀이, 몰입, 기원, 감각, 직관, 연상, 패턴, 행복의 9개의 키워드는 미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발상의 전환들인 것이다.

창조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에 대한 파괴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존의 미술가들의 양식과 사조를 허물고 새로운 사조와 양식을 만들어 낸 사람들이 있다.

추상화가들이 여기에 속하는데, 찢고 뜯어내는 데콜라주나 덜어내고, 더하고 뒤엎으면서 우연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 파괴의 현장에서 주위의 것들을 다시 찌그러뜨리고, 우그러뜨러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창조인 것이다.

충격적인 작품들로는 '앤디 워홀'의 '산화'를 들 수 있다. 물감을 묻힌 캔버스에 오줌을 싸고, 또 다른 사삼도 오줌을 싸게 해서는 오줌 성분과 물감성분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에 의한 신비한 색채와 형상을 얻어 내는 것이다. 이 과정을 우리는 '미친 짓'이라고 힐난할 수도 있다.

더 '미친 짓'의 경우를 소개하자면, '마크 퀸'의 '셀프'이다. 자신의 모습을 조각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피를 5년간 모아서 거푸집에 얼려 작품을 만들었다. 그 작품을 보는 우리는 섬뜩하여 말문이 막힐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이런 작품활동을 우리는 창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몰입으로서의 미술'에서 눈에 띄는 두 작품이 있다. '김홍도'의 <소림명월도>와 '고흐'의 <해바라기>이다. '고흐'의 <해바라기>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어서 더 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하지도 않겠지만, 온통 화폭을 물들이는 노랑색이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이다. '빛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해석이 붙는 작품이다. 거기에 비하면 '김홍도'의 <소림명월도>는 나무 사이에 가린 달을 그린 작품으로 고즈넉한 풍경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해준다.

'해링'의 <세 개의 눈을 가진 얼굴>, '아르참볼도'의 <여름>을 보면 창조는 놀이를 통해서도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미술관을 가서 작품 감상을 할 때에 중세 유럽의 미술작품을 마주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수, 마리아, 성인 등을 그리거나 조각한 작품들을 보면 경건한 마음이 들게 된다. 십자가를 비롯한 성물들이 그려진 작품을 볼 때도 마찬가지 생각이 든다. 중세 유럽에서 발달한 이콘이라는 성화는 연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다.

작품 속에 거룩한 존재들을 표현함으로써 그들이 능력을 베풀어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의미의 작품은 동양의 '십장생'그림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에 아무런 지식도 없이 감상하는 것보다는 그 작품에 숨어 있는 의미를 안다면 더 좋을 작품들도 있다. '헤메센'의 '바니타스'에서는 거울에 비친 해골을 통해 인생은 찰나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만약 그런 의미를 알지 못했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과 거울 속의 해골의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런 장치는 서양과 동양의 미술 작품 속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는 의미를 해석해야 할 소품들이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예술가들의 9가지 발상전환의 이야기를 서평을 통해서는 다 적을 수 없지만, 예술작품에서 어떻게 창의력이 발휘되었는가를 이해한다면 앞으로 어떤 미술작품을 감상하게 되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들어가며'에서도 밝혔듯이, 우리가 예술작품을 대할 때에 어떤 편견을 갖지 말고 다가가서 자신이 느끼는대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좀더 깊이있는 미술감상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미술관련 서적들을 꾸준히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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