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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 천국을 향해 가는 순례자의 여정 ㅣ 포이에마 고전 시리즈 (Poiema Christian Classics) 1
존 버니언 지음, C. J. 로빅 엮음, 최종훈 옮김, 마이크 윔머 그림 / 포이에마 / 2011년 1월
평점 :
젊은 날에 읽었던 책 중에 '꼭 다시 한 번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책이 <천로역정>이다. 그런데 며칠간 이벤트 기간이어서 책값도 반값이고 책표지도 산뜻하여 이번 기회에 다시 읽기로 했다.
17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설교자인 '존 버니언'의 작품이니 약 30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건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1660년에서 1672년까지 12년동안 찰스 2세의 종교 탄압으로 인하여 감옥생활을 할 때에 집필을 한 작품인데, 오직 성경만을 참고로 해서 <천로역정>의 초고를 완성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우화소설이지만 '존 버니언'의 고백이기도 하고, 순례자들의 일반적인 이야기를 담아 놓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감옥에 갇혀서 성경을 읽으면서 이 작품을 집필했기에 소설 속에는 성경 구절들이 많이 담겨 있는데, 그리스도 인이 아니라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그리스도 인이라면 성경 구절들을 통해서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은유의 표현으로 미리 짐작할 수도 있다.
아마도 내가 오래전에 읽었던 <천로역정>은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책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존 버니언'이 쓴 원문을 읽기 쉽게 'C.J. 로빅'이 다듬어서 편집하였고, '마이크 윔머'가 그린 33 장면의 그림이 담긴 책이다. 그리고 책의 뒷 부분에는 55 페이지 정도의 '편집자 주'가 달려 있다.
"(...) 발행인과 편집인의 의도는 원문의 아름답고 반짝이는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옛날식 어투와 까다로운 문장구조를 현대식으로 바꾸고 스토리가 가진 힘과 진리, 탁월한 창의성이 한결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하자는게 전부다. " ( 발행인의 글 중에서)
워낙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책이 더 감동적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내용은 순례길에 올랐던 크리스천이 멸망의 도시를 떠나 영원한 나라인 시온성으로 들어가게 되는 여정에서 겪게 되는 위험한 모험담을 들려준다. 은유의 표현방법이 이 책이 가지는 특징이기도 한데, 주인공인 '크리스천'은 예전에는 '타락한'이라 불리었던 사람이다. '타락한', '크리스천','신중', '우매', '자선', '나태' 등의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그가 이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순례길을 떠나는 크리스천을 아내와 자녀를 비롯한 사람들은 말리지만 그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길을 떠난다.

가는 길에 전도사가 나타나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난과 고통을 견뎌야 함을 일깨워준다. 그는 순례길 도중에 몇 번인가 나타나 크리스천에게 도움의 말을 전하다.


'가는 길에 갈림길과 굽은 길, 샛길이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바른길은 늘 곧고 좁다는 것'을 알려준다.
길을 떠난 후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그는 길에서 어떤 분이 피를 흘리며 나무에 달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순간, 짐보따리는 등에서 떨어져 나간다. 십자가에 달리신 분, 그 순간 해처럼 밝게 빛나는 천사 셋이 다가온다.
크리스천이 순례길의 초입에서 만나게 되는 분이 누구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크리스천의 짐을 내려 놓게 하시는 분....

허망 동네를 지나갈 때에는 그곳 사람들에게 붙잡혀서 채찍질을 당하기도 하고, 사형언도를 받기도 하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을 수 있게 된다.

"길을 떠나는 이들은 많지만 이렇게 멀리 나오는 이들은 거의 없거든요" (p. 239)

크리스천은 마침내 예루살렘 성에 이르게 되는데,
"순간, 퍼뜩 잠에서 깼다. 모두가 한바탕 꿈이었다." (p. 313)
이 모든 이야기는 '일장춘몽'이었단 말인가~~
많은 그리스도 인들은 <천로역정>을 성경 다음으로 소중한 책으로 생각한다. 책을 읽어보면 책의 구석 구석에 담긴 성경 구절이나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성이 한 권의 이야기책이라기 보다는 성경을 쉽게 풀이한 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 (...) 잠들지 않은 채 꿈을 꾸고 싶은가?
환하게 웃으면서 동시에 눈물을 흘리며 울고 싶은가?
넋을 잃었다가 악한 것에 사로 잡히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고 싶은가?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한 장 한 장 그 뜻을 다 헤아리지 못할지라도,
자신을 살피며 과연 축복을 받은 백성인지 알아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어서 오라, 이 책의 세계로. - 존 버니언 " (이 책에 대한 변명 중에서)
이렇게 '존 버니언'은 '이 책에 대한 변명'을 써서 자신이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에게 책에 대한 관심을 끌기도 하지만, '맺는 말'을 통해서 독자들이 이 책에서 무엇을 깨달아야 할 것인가를 덧붙이기도 한다.
" (...)
내 꿈의 껍질만 만지작 거리며 극단에 치우치지 않도록
인물이나 비유를 가지고 조롱하거나 입씨름을 벌이지 않도록
(...)
비유들을 곰곰이 짚어 부디 실수하지 않기를,
찾고 도 찾으면 하나 하나가
진실한 심령에 이로움을 깨닫게 되리라. " (맺는 말 중에서)
이 책을 읽다보면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책과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