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그리다, 빠지다, 담다 - 마음 가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뉴욕아트에세이
박아람 글.사진 / 무한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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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다시 가게 된다면, 나는 미술관으로 달려갈 것이다. 환희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가를 뉴욕의 미술관에서 알게 되었다.

바티칸의 성시스티나 성당에서 본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보았을 때에의 장엄함도 대단했지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만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은 발길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야만 했다. 언젠가는 다시 와서 며칠간 미술관만 꼼꼼하게 돌아 보리라는 생각을 들게 해 주었던 곳이 뉴욕이다.

그런데, <뉴욕 그리다,빠지다, 담다>의 저자는 뉴욕 현대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인턴과정으로 일한 후에 지금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근무한다. 얼마나 행복할까?

여행은 여행자의 취향에 따라서 같은 곳을 여행하더라도 볼거리는 여행자마다 달라진다. 이 책은 예술 감상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어울리게 뉴욕의 29개 미술관을 책으로 여행할 수 있게 꾸며진 '뉴욕 아트 에세이'이다.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뉴욕 현대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뉴뮤지엄은 기본으로 소개하고, 그밖에 여행자들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미술관을 뉴욕별로 나누어서 여행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아 놓았다.

유대인 문화유산 미술관, 국립 아메리칸 박물관, 중국 미술관, 이탈리안 아메리칸 미술관, 티베트 하우스, 유대인 미술관, 뉴욕시 역사 박물관 등과 같이 역사나 지역의 특색이 담긴 미술관이나 박물관.

그리고 고충건물 미술관, 디자인 미술관, 조각센터와 같이 어떤 분야에 관한 미술관 등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가장 처음에 소개된 '유대인 문화유산 미술관'은 맨해튼의 가장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1층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멸시와 차별을 받았던 모습을, 2층은 유대인의 대학살 현장을, 3층은 학살이 끝나고 마침내 살아 남은 사람들이 자유와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사진, 비디오, 오디오, 인스톨레이션을 통해 보여준다.

국립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은 미국 전역에 12,000년 동안 존재했던 1,200 여 개의 다양한 인디언 문화를 조명한다.

차이나 타운에서 리틀 이탈리아에 가던 중에 길을 잃어서 헤메다가 특이한 건물이 눈에 들어와서 보니 뉴뮤지엄이었는데, 개관시간이 남아 있어서 문을 열지 않았기에 관람을 하지 못했던 곳이다.

이렇게 여행자에게는 시간에 쫒겨서 가지 못했던 미술관이 있기 마련인데, 책으로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해 준다. 뉴뮤지엄은 철저하게 현대미술적 관점으로 구성된 전시를 하기에 관람자에 따라서 그 평가가 엇갈린다. '작품이 없는 미술관'이라고 하기도 하고, '작품이 다인 미술관'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뉴뮤지엄의 작품들은 벽에 걸려 말이 없는 갤러리의 2차원적인 작품이 아니다. 3차원과 4차원을 넘나들며 공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현대미술 작품이었다. " (p. 71)

이 부분을 읽으니, 뉴뮤지엄을 가지 못했던 것이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티베트 하우스는 티베트의 현재를 보여주는 사진전과 티베트의 정통적인 불교 미술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모건 미술관은 금융가이자 미술 컬렉터인 모건이 자신의 저택 옆에 세운 미술관으로 그가 소장했던 중세 종교 예술품이나 거장들의 드로잉, 제단화가 중심이 된다.

선박왕인 오나시스가 설립한 오나시스 문화센터에는 헬레니즘과 비잔틴 미술을 조명할 수 있는 곳이다.

이처럼 부를 가진 재벌들이 소유했던 소장품들은 다른 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취향이 있어서 어떤 시대나 어떤 장르의 미술품만을 전시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 모마라고 해야 더 잘 알 수 있는 모마 미술관의 갤러리 토크는 상당히 수준높은 토크인데, 저자는 이를 통해서 더 깊이있는 미술품 관람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뉴욕현대미술관 인턴사원으로 일할 때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Where is 'Water Lilies?", " Where is The Starry Night?" 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모네의 '수련' 연작이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이다.

저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일컬어 '최상의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한다. 그런 찬사를 보내는 그곳에서근무하고 있으니, 자신의 일에 긍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부록으로, 저자와 같은 일을 하기를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뉴욕미술관 입문하기' 마련해 놓았다. 지원부서 파악하기, 영문 레쥬메 쓰기, 영문 에세이 쓰기, 추천서 받기, 영어 인터뷰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올려 놓았다.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뉴욕을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실린 29곳의 미술관 중에 몇 곳을 선택해서 관람할 때에 어떤 것들을 중점적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뉴욕을 갈 기회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뉴욕의 다양한 미술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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