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웃나라>가 마지막 여행을 끝냈다. 약 30 여년이 넘는 세월동안에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 까지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책이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 15 에스파냐>편을 마지막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이 책은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많이 사주었던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누군가의 집에 갔을 때에 책장에 이 책이 꽂혀져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1981년에 <소년한국일보>에 첫 연재를 하게 되고, 그후에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당시만 해도 만화라는 개념이 오늘날과는 많이 달랐었다.
요즘은 교양만화, 학습만화 등이 많이 그려지기에 어려운 교과목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로 쉽고도 이해하기 쉽게 읽는다는 의미가 있지만 30 여년전만 해도 자녀가 만화책을 읽으면 '만화책 보지 말고, 공부해라!'하는 말을 부모들은 하곤했다. 그런데, <먼나라 이웃나라>를 읽게 된 부모들은 오히려 자녀들에게 이 책을 사주면서 읽어보도록 할 정도가 되었으니, 이 책은 '만화'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어 놓은 책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먼나라 이웃나라>는 개정판이 거듭나오면서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로 책이름이 바뀌었다. 내가 처음 <먼나라 이웃나라>를 읽게 된 것은 아마도 1990년대 중반쯤으로 기억된다.
동네의 자주 가는 서점에서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 6권을 구입하여 아들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흑백으로 그려진 만화를 통해서 네덜란드, 프랑스, 도이칠란트,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의 역사, 문화, 예술 등을 접할 수 있었고, 그 이후에도 <새로나온 먼나라 이웃나라>로 미국편과 중국편도 읽을 수 있었다.
이원복 교수는 <먼나라 이웃나라>의 마지막 여행지로 에스파냐를 우리들에게 소개해 준다. 우리는 그동안 서양의 역사를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역사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아메리카 역사를 공부해 왔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에스파냐의 역사는 소홀하게 생각했는데, 에스파냐는 역사책 첫 부분부터 언급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구석기 시대부터 인류가 살아왔음을 알려주는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바로 에스파냐에 있는 것이다. 역사의 첫 부분을 장식하는 에스파냐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이슬람의 지배를 700년이나 받았기에 유럽 국가 중에는 가장 동양적인 정취가 풍기는 나라.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영국보다 200년이나 앞서서 신대륙에 최초로 진출한 나라.
그래서 에스파냐는 유럽과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며, 동서양 문명을 잇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 종교가 혼재된 곳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 중의 하나는 에스파냐인들이 열광하는 투우에 대한 의미이다.
"투우란 한마디로 가장 남성적인 인간과 가장 남성적인 동물의 대결이기 때문이지, 가장 남성적인 동물로 상징되는 숫소는 동물일 수도 있고, 재앙일 수도, 불행일 수도 있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딪힐 수 있는 모든 불행과 난관을 상징할 수도 있어. 즉 아무리 많은 관중이 들어차 있어도 아레나에 서 있는 투우사는 혼자이며 죽음과 불행, 재난과 맞서 당당히 싸워 이겨 나가야 할 인생, 그 자체이기도 해. " (p. 19)
우린 그동안 투우의 격렬함과 소의 죽음만을 생각하여 동물학대, 야만적인 경기라는 생각만을 해 왔는데, 에스파냐인들은 투우를 보면서 외롭게 삶의 현장에서 죽음과 적을 맞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유난히도 에스파냐는 이민족의 침입과 내전 등을 거쳐야 했기에 그들에게 투우는 곧 " 삶과 죽음'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래도 나는 투우는 사라져야 할 경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에스파냐는 이슬람이 지배했던 곳이기도 하기에 이베리아 반도의 민족과 종교 구성은 다양하다.

그리고 에스파냐 역사에서 세계를 향해 힘차고 찬란한 나래를 펼쳤던 것은 1492년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이며, 그 발견은 영국보다 일찍 '해가 지는 날이 없는 제국'을 만들어 식민지로부터 부를 축적하던 '대항해 시대'를 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에스파냐의 역사를 보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날들이 많다. 이슬람의 침략, 왕위계승전쟁, 내전, 그리고 이해관계가 얽힌 나라들과의 충돌도 있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한 나라의 역사, 정치, 경제, 종교, 사회 등을 체계적으로 알기 쉽게 풀어나가는 책이기에 그 누가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더군다나 이 책에서는 독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쉽게 이해시켜 주기 위해서 때로는 한국사와 관련된 사항이나 요즘의 유행어, 한국적 사투리 등도 간간히 섞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특징이 있다.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 15> 에스파냐 편으로 <먼나라 이웃나라>는 완간이 되지만, 그동안 <먼나라 이웃나라>가 강대국의 세계사 였다면, <가로세로 세계사>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사에서 소외된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책인데, 작가는 이제부터는 <가로세로 세계사>(3권 출간)시리즈에 집중하겠다고 한다.

<먼나라 이웃나라> 완간까지 30 여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에스파냐를 마지막으로 이 책이 끝난다는 것은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아쉬운 마음도 있다.
세계사를 쉽게 공부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