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단단하게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중국의 작가라고 하면 '루쉰'과 '위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중국의 문학계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가깝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얼마전에 읽은 '추산산'의 장편소설인 <내 사랑은 눈꽃처럼 핀다>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나선 남녀의 로드무비라고 할 수 있는 현대의 중국 청춘들의 이야기이기에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그에 비하면 '위화'의 첫 번째 장편소설인 <가랑비속의 외침>은 <살아간다는 것>과 <허삼관 매혈기>를 위화소설의 인생 3부작이라고 하는데, 주인공 손광림이 어른이 된 후에 자신의 암울하고 힘들었던 유년의 기억을 편린들을 모아 놓은 소설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1966년부터 10년간 진행된 문화혁명을 전후한 이야기이기에 궁핍하고 암울하고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들의 행동들이 그려진 그런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가지는 문학성을 생각하기 이전에 그런 칙칙한 분위기의 이야기가 마음에 다가오기 보다는 겉도는 느낌만을 남겨 주었다.

이번에 읽은 <물처럼 단단하게>도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이 소설의 문학성을 생각하기 보다는 나의 독서취향과는 거리감을 느끼는 그런 소설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에 대한 몇 편의 서평이나 기대평을 읽어보았는데, 그들은 비교적 좋은 평을 남겨 놓았고, 그 중에는 옌롄커의 소설에 매료당하고 있기에 이 책을 읽으려고 한다는 기대평도 있었다.

이 소설을 쓴 '옌롄커'는 루쉰 문학상과 아로서 문학상 수상작가이고, 이외에도 20여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물처럼 단단하게>는 대표작에 해당하는 장편소설이다.

약 650페이지에 이르는 책의 두께부터가 이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에 부담감을 가져다 준다. <물처럼 단단하게>는 중국에서 출판되자마자 "적색(혁명)과 황색(성)의 금지를 모두 어겼다고 중국 최고 상부기관으로부터 '치명'당했다 ( 책 속의 글 중에서)"고 한다. 그래서 2012년 재판될 때까지도 일부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거나 삭제해야 되었다고 하는데, 이 소설의 그 많은 페이지들은 온통 적색과 황색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다. 책의 표지까지도 적색과 황색으로 되어 있고, 그를 가리려는지 파도치는 물결처럼 파란색 책띠가 둘러쳐져 있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도 <가랑비의 외침>과 같으 1960년대에서 1970년대의 중국 문화 대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의 내용은 나(아오 아이쥔)이 자신의 사형집행을 앞둔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일본인이 휘두른 칼에 죽음을 당한 청강진의 혁명가 집안의 자식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혁명가라고는 하지만, 중국의 역사에 남을 만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고, 잠시 집 밖에 나갔다가 일본인의 칼에 희생당한 것이다. 그는 지부서기의 딸과 결혼을 하게 되는데,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못 생기고 자신의 아버지가 지부서기라는 것을 빌미로 시어머니조차 모시지 않는 여자이다.

아이쥔은 장인의 주선으로 인민해방군 군인이 되어 4년간을 복무하게 된다. 그는 제대후에 청강진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혁명의 간부가 되고자 한다.

그가 제대하던 날, 현성의 철로 변에서 어떤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그곳에서 불타는 사랑을 하게 되는데, 그가 부패하고 타락한, 반혁명적인 행동을 하던 그 순간에 현성에서는 혁명이 일어나고 방송국이 점령당하고 여론의 도구는 혁명가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고향에 돌아온 아이쥔은 마을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청가들에 의한 보수적이고 반혁명적인 체제를 타파라려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 일을 할 젊은 신진 세력들을 규합하기 위하여 청강 대대 혁명 동원회라는 집회를 만들게 된다.

중국의 문화혁명에서 일어났던 일들처럼 그는 청강진의 문화유적인 북송 유학자 정이, 정호의 사당을 부수고, 고서적을 불태우면서 봉건적이고 보수적인 세력들을 몰아내는 작업을 하기로 한다. 그러나, 워낙 청씨 가문의 터전이기에 처음에 그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와중에 아내인 청구이즈가 자살을 하고, 그의 아버지도 실성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혁명에 동반자가 되어 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녀가 샤훙메이이다. 현성에서 철도변에서 사랑을 나누었던 그녀가 자신의 친구의 아내이자 청씨 가문의 며느리인 것이다.

그들은 남의 눈을 피해서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 아이쥔의 집에서부터 샤훙메이의 방 옷장까지 땅굴을 파게 되는데, 그 지하에 신방을 차리고 몰래 만남을 가진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것은 아이쥔과 샤훙메이의 상반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주인공 모두 혁명을 가장 큰 야망으로 내세우면서 그 틈을 타서 서로의 욕망을 채우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반되는 것들은 또 있다. 남자와 여자, 밤과 낮, 국가와 개인, 지상과 지하, 사랑과 죽음...

마오를 부르짖으면서 그의 뜻에 따라 혁명를 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하고 강하고 처절한 행동을 하는 혁명가의 면모를 보이면서도 샤훙메이와의 사랑을 위해서는 지하에 땅굴을 파고 은밀하게 숨어 들어간다는 것이다.

청강진을 신시대의 붉은 혁명 근거지로 만들고자하는 머릿속의 혁명과 샤훙메이의 육체에 대한 갈망은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그들의 이야기는 야망과 욕망 사이를 넘나든다. 그래서 온통 책 속의 이야기는 혁명과 성에 관한 이야기로 범벅이 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필치가 상당히 뛰어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나 내용면에 있어서는 다소 꺼끌럽게 생각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이 시기에 우리는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그리 큰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국가간의 이념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소설들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 소설의 주제나 내용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두 나라의 관계가 변화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책표지에는 "낮에는 뜨거운 혁명의 언어, 밤에는 부드러운 사랑의 밀어"라고 이 책을 말하고 있는데, 바로 그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고 그것이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야망과 욕망을 적절하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직까지 나는 중국 문학은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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