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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근 교수의 수학 오디세이 1 - 이집트 이스라엘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편 ㅣ 이만근 교수의 수학 오디세이 1
이만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수학에 대해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같다. 고등학생들 중에는 이미 수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있을 정도로 수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공부를 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은 학문이고, 원리를 깨닫게 되면 그 풀이 과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문이기도 하다.
학창시절에는 수학 공부를 할 때에 정리나 증명문제가 참 싫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아들과 조카의 수학공부를 도와주다 보니, 왜 정리를 꼼꼼히 챙겨야 하고, 증명하는 과정이 왜 중요한가를 알게 되었다.
<이만근 교수의 수학 오디세이>는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좋은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는 책이다. 저자인 '이만근'은 수학자로서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수학의 기원과 역사를 찾아 나선다.
수학자가 수학자들의 고향을 찾아 나선 여행길이라고 볼 수 있는데, 2011년과 2012년에 걸쳐서 세 번의 여행을 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수학자들의 흔적과 수학 이론 등을 소개해 준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수학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였기에 그만큼 뜻깊은 여행이기도 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여행과 함께 수학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는 여정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1권은 이집트, 이스라엘,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편이고, 2권은 프랑스, 독일, 스위스, 네덜라드, 영국 편이다.
아무래도 2권보다는 1권이 수학의 원류를 찾아 나서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이곳에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문명도 이곳에서 태동하였으니...
수학의 시작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라고 볼 수 있는데, 수학적 최초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르봉보빼를 비롯한 동물의 뼈에 새겨진 눈금을 보면 대개가 28~30개가 새겨져 있다. 그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 달의 주기나 여성의 생리주기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 문명이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공부하다 보면 이미 이때부터 기하학이나 측량학이 발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집트에서 기하학이나 측량학이 발달하게 된 이유가 비옥한 농토가 있는 나일강변이 매년 홍수로 인하여 범람하게 되니 소유권 분쟁이 일어나게 되고 그것의 해결 방법으로 측량술과 기하학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이집트 신전 벽면에 그려져 있는 그림 숫자에는 신에게 바친 재물, 노예, 곡식의 양을 기록했다. 9세기경에는 이라크 바그다드에 '지혜의 집'이라는 도서관이 설립되어 무슬림들이 이곳에서 인도의 수학을 배우고 번역하기도 했다.

유클리드의 <원론>은 러셀과 양주동이 현기증이 나도록 놀라웠다고 했다는 일화가 있는데, 기하학의 원류와 같은 책이다. 이책 속에는 465개의 정리가 담겨 있다.
" <원론>의 수학이 2,000년 넘게 이어지면서 논증적인 추론 방법이 철학과 과학적 사실을 탐구하는 기본 원리로 자리잡게 되었다. 근대적 교육이 도입된 이래로 유럽에서는 이 <원론>을 교과서로 채택하고 있다. " (p. 95)
이스라엘에서는 우선 B.C. 와 A.D의 기원을 찾으면서 예수의 생일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 책의 저자가 가톨릭 신자이기에 이곳에서는 성지순례까지 할 수 있는 책읽기가 된다.
터키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단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 왜 ! 직각도 100도, 1시간은 100분이 아닌가?" (p. 149)
십진법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은가? 무슨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고대 바빌로니아인은 태양을 기준으로 360일 정도에서 계절의 반복이 있음을 알아 냈다. 그래서 1회전을 360도, 1도는 하루, 4계절은 90도라는 이론이 나오게 되었고, 여기에서 삼각형의 성질까지 알아내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모든 단위를 십진법으로 통일한 예가 있는데, 프랑스 혁명정부에서는 십진법 달력과 십진법 시계를 사용했지만, 10년이 지나도 통일이 되지 않고 혼란만 있어서 폐기해 버린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가게 되면 본격적으로 쳬계가 잡힌 수학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수학과 철학의 구분이 없었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 철학자들은 수학자이기도 하다.

피타고라스 정리의 피타고라스의 원리를 찾아서 그리스 피타고리온으로, 아르키메데의 원리를 찾아서 이탈리아로.
아르키메데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최고의 수학자였으며, 현대 수학자까지 아우른 중에서도 당연 최고의 평가를 받는 학자이다. 그런데, 그의 죽음에 얽힌 일화가 아르키메데스의 학구열을 알게 해 준다.
로마병사들이 아르키메데스가 살고 있는 시라쿠사를 공격했을 때에 그는 땅바닥에 문제를 그려 놓고 풀고 있었다고 한다. 그를 알아 보지 못한 로마병사에 의해서 그는 문제를 풀는데 열중하다가 목이 베어졌다고 하니... '유레카'의 전설과 함께 그의 면모를 알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갈릴레오가 낙하실험을 했던 피사의 사탑, 스페인의 파밀리아 성당의 정면 현관의 조각상 옆에 있는 마방진...

저자는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수학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여러 나라들을 직접 여행하면서 들려준다. 수학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과 함께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겪었던 이야기들까지 담겨 있어서, 수학이야기와 여행 이야기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