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후
기욤 뮈소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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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소설을 이전에도 몇 권을 읽기는 했는데, 서평을 남겨 놓지 않아서 그 소설들을 읽었을 때의 생각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근래에 읽은 소설로는 <종이여자>와 <천사의 부름>이 있는데, 2권의 소설 모두를 흥미진진하게 읽었기에 그의 소설이 출간되면 꼭 챙겨 읽으려고 한다.

<종이여자>가 러브 스토리와 판타지 소설이 접목되었다면, <천사의 부름>은 러브 스토리와 스릴러가 접목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욤 뮈소의 소설은 사랑이야기에 스릴러적 요소가 가미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소설의 후반부에는 기막힌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기욤 뮈소는 <종이 여자>의 '감사의 말'을 통해서 " 삶은 한 편의 소설"( 종이여자, p. 483)이라고 하기도 했고, <7년 후>의 책 뒷표지의 글에는 자신의 소설이 베스트 셀러가 되는 이유를 " 단지 내가 독자의 입장에서 읽고 싶은 소설을 쓰는 게 내 나름의 방업이라면 방법이다." 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기욤 뮈소의 소설은 정말 평범한 이야기가 아닌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설정이 돋보이기도 하지만, 때론 너무 소설적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을 정도로 드라마틱하기만 하다.

바로 <7년 후>가 그런 요소가 진하게 담긴 소설이다. <종이여자>와 <천사의 부름>을 읽으면서 기욤 뮈소의 소설의 경향을 익히 알게 되어서 인지, 이번에는 그런 것들이 신선하다기 보다는 너무도 기욤 뮈소의 소설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소설은 초반부에서는 흥미진진하게 읽다가, 후반부에 접어 들면서 조금씩 스릴러적 요소가 누군가가 꾸며낸 조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것이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에는 허탈감이 들게 된다.

이미 기본틀이 다 그려져 있는 종이를 이렇게 저렇게 잘라서 만든 퍼즐의 조각들이 서서히 맞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의 다 맞추어진 상태에서 나머지 퍼즐의 위치가 다 드러난 듯한 그런 기분이다.

그런 경우에 퍼즐을 맞추었다는 기쁨보다는 퍼즐 맞추기가 쉬워서 재미가 반감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천사의 부름>이 로맨스와 스릴러의 결합이었고, <7년 후>의 이야기의 시작이 세바스찬과 니키의 아들의 실종사건으로부터 시작하기에 스릴러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읽어 내려갔는데, 이 작품은 기욤 뮈소의 새로운 변신인 로맨틱 코미디 소설이라는 것이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가정환경과 성장배경, 성격을 가진 세바스찬과 니키가 결혼 후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혼하게 되고, 그들은 이란성 쌍둥이인 자녀를 각각 1명씩 키우게 된다.

유복한 가정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세바스찬은 현악기 제조를 하는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장인인 명망있는 남자인데, 이혼 후에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딸 카미유를 키운다.

성해방론자이고 진보적 가치의 신봉자이고 성격은 격렬하고 무절제한 생활을 하는 니키는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아들인 제레미를 키운다.

세바스찬과 니키는 출신배경, 자라온 환경, 교육 정도, 종교, 기질, 성격 등 무엇 하나 비슷한 점이 없는 부부였다. 그들의 만남도 세바스찬이 화장품을 훔쳐서 곤경에 빠진 니키를 구해주면서 한 눈에 반하게 되어서 결혼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혼...

" 난 내 생애에서 불처럼 뜨거운 사랑, 오직 하나뿐인 사랑을 만났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우리에게 모든 걸 주었다가 빼앗아간 사랑, 우리의 삶을 한순간 환하게 비추었다가 다시 영원히 폐허로 만들어 버린 사랑을... " (p. 196)

그런데, 이혼한지 7년이 지난 어느날 니키가 키우던 15살된 아들 제레미가 실종되면서 그를 찾기 위하여 만났게 된다. 그런데, 제레미의 방에서 1kg 이 넘는 코카인이 발견되게 되고, 그 코카인의 출처를 찾다가 살인 현장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현장에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저지르게 된다.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제레미의 실종에 관한 소식과 아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단서들이 여기 저기에서 발견된다.

그래서 그것을 추적하여 가는 과정에서 제레미와 니키가 다시 사랑을 찾게 되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이 스릴러적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가 맞추어지게 되는 것이다.

기욤 뮈소의 소설의 특징 중의 하나는 소설의 배경이 지구위를 넘나든다는 것이다. <7년 후>에서도 뉴욕과 파리를 넘어 브라질까지 뻗어 나간다.

특히, 뉴욕의 각 지역들, 파리의 센 강변의 다리 위의 묘사는 책을 읽고 있는데도 뉴욕의 거리에 서 있는 듯, 센 강위를 배를 타고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생생하게 장면 구성을 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가 돋보인다.

그리고 한 순간도 놓치면 안 될 것같아서 책에서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빠른 전개와 긴장감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작품마다 기욤 뮈소의 작품임을 알 수 있을 것같은 작가의 감성과 취향들도 소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부분들이다.

그렇다면 기욤 뮈소는 소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 용서, 화해라고 한다. 그의 소설에서 꼭 찾을 수 있는 것이 러브 스토리이며 거기에 또 다른 요소가 가미된다. 판타지 기법일 수도 있고, 스릴러 요소 일 수도 있고, 코믹 요소일 수도 있는 것이다.

" 내가 열 네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아마 내 생에서 최악의 시기는 바로 그때였을 거예요. 내 가슴은 갑자기 갈가리 찢겨나가는 듯했고, 내가 믿었던 모든 가치들이 한순간에 보잘것없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으니까요. (...)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 대부분은 은연중 엄마 아빠가 언젠가 재결합해 함께 사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고 해요. 그리고...."(p. 330)

이 소설은 이혼한 부모를 바라보는 자녀들의 훈훈한 마음이 가슴에 감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이다.

누군가의 고약한 장난에 번번이 당하고 있는 꼴이었던 세바스찬과 니키. 꼭두각시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니면서 벌이는 한 판의 대결. 그것이 이미 꾸며진 무대였다는 것. 그러나, 거기에 또다른 변수가 작용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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