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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평점 :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 ㅣ 푸른나무>의 초판은 1988년에 나왔다. 그후에 개정판이 몇 번 나오기는 했지만,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아마도 2002년 전후가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내가 유시민의 책들을 읽게 될 때만 해도 그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이 책은 추천을 받아서 읽게 된 책들인데, '유시민이 누군데?'라고 물었을 때 '서울대생들이 그의 책을 많이 읽는데,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어'라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후에 유시민을 TV토론에서 보게 되고, 곧 그는 정치계에 입문하게 된다. 16대, 17대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그를 일컬어 '노무현의 남자'라고도 한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ㅣ 돌베개ㅣ 2002>, <청춘의 독서/ 유시민 ㅣ 돌베게 ㅣ 2011>도 읽었지만, 이 책들을 읽으면서 글을 참 잘쓴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특히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였기에, <청춘의 독서>는 책 속에 담겨 있는 고전을 비롯한 책들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는 자신을 말할 때에 '지식소매상'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그것은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경우에 그가 재미있게 읽었던 여러 현대사 책을 다이제스트(발췌요약)한 것 처럼 그의 글쓰기
작업이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찾아 요약하고 발췌하고, 해석하고, 가공해서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것을 일컫는 것이다.
어쨌든,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역사에 관한 많은 지식을 섭렵할 수 있었던 책이다.
어떤 사람인가가 유시민을 '옳은 말을 싸가지 없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유시민이 말을 할 경우에 강한 어조와 양보하지 않는 태도 등이 그런 말을 낳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13년 유시민은 정치계를 떠나서 자유인으로 돌아갔다.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가 글쓰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자유인이 됨과 동시에 자신이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있었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생각은 '말과 글'이 가지는 차이점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들이 마음 속에 담아 놓았던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는 힘든 경우가 있는데, 글로 쓰게 되면 좀더 부드럽고 정제될 수 있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아니, 오히려 때로는 말 보다 글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정치인 유시민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강한 이미지보다는 평지풍파를 겪은 후에, 자신이 있었던 자리로 돌아와서 어느 만큼의 시간이 흐른 후에 자신을 되돌아 보는 성찰의 시간을 거친 유시민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주장하던 것들이 사라졌다는 생각은 그리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런 정치적 성향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뿌리이기에.
어쩌면 자신이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되었던 가족사나 성장과정 등의 개인적, 사회적, 정치적 경험까지도 모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책의 구성은,
제1장 : 어떻게 살 것인가
제2장 : 어떻게 죽을 것인가
제3장 :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제4장 :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으로 되어 있다.
먼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지금부터라도 내 삶에 대해 더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싶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서 의미와 기쁨을 느끼고 싶다." (p. 38)고는 그는 말한다. 자기가 하고 싶고,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해야 했던 청춘의 시간을 다른 곳에 썼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인 글쓰기를 하면서 자유롭게 살기를 희망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인 배우고, 깨닫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을 하고 싶어하며, 내면에서 솟아나는 욕망을 긍정적으로 표출하면서 살고 싶어 한다.
삶에 대한 생각은 이러하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깊은 성찰 끝에 나온 것임을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죽음은 삶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완성해 가는 것임을 말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 온 것일까?' '계속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고 그에 대한 깊은 생각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던져야 할 질문들이지만, 그리 쉽게 답을 얻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질문이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도 그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게 될 것이다.
생명이 존엄하듯이 죽음도 역시 존엄해야 하기에 존엄사에 관한 생각도 함께 담아 놓았다.
1장, 2장으로 거쳐서 제 3장에서는 '평생해도 즐거울 것 같은 일을 찾으라'고 말한다. 바로 이것이 그가 가장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이 처한 당면한 과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 이 사람은 이런 좋은 이야기를 할 자격이 되나? ' 아마도 의아해 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내가 하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p. 178)
" 나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 적대감을 느꼈다. 남이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 주기를 원하면서도 남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적게 했다. 그렇게 하면 소통과 협력을 이루어 내기 어렵다. " (p. 186)
이제, 그는 소통과 인간관계의 비결은 자기 마음을 닦는 것임을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성찰로 깨닫게 되었으리라.
그밖에도 '아이를 옳게 사랑하는 방법' 으로 부모들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잘못으로 지적한 자녀의 삶을 대신 설계하고 자녀의 행복을 대신 판단하는 것에 대하여도 말한다.
특히, 18대 대통령 선거나, 오늘날의 정치에 대한 생각들도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언급을 한다.
이런 이야기를 유시민이 어떤 매체를 통해서 말로 전달했다면 그의 억양이나 어조 등으로 인하여 글로 쓰는 것보다는 좀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글쓰기 능력은 자타가 인정해 주는 것이기에 책을 통해서 그의 생각을 읽게 되니, 그동안의 마음 고생이 많았음을 느낄 수도 있고, 삶이나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도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그는 정치계를 떠났으니, 자유인으로서 많은 독자들에게 지식 소매상으로서의 임무를 잘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자유인으로서의 '유시민다운 인생'을 살아가기로 하면서 펴낸 첫 책이기에 그에게도 의미있는 책이고, 독자들에게도 관심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