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또르 씨의 시간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프랑수아 를로르의 저서 중에 <꾸뻬 씨의 행복여행>이 있다. 거의 10 년전에 출간된 책인데, 요즘 갑자기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다.

그 이유는 '달빛 프린스'라는 TV 프로그램에 나온 여자 연예인이 이 책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출간당시에 읽었으니, 지금은 겨우 줄거리 정도 만 기억에 남아 있다. 그렇지만 책표지에 나와 있는 문장은 지금까지도 마음 속에 남아 있는데, 이 문장은 다른 책에서도 인용된 것을 읽을 적이 있다.

"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 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 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 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날인 것 처럼" (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중에서)

<꾸뻬 씨의 행복여행>을 쓴 프랑수아 를로르는 프랑스 파리의 권위있는 정신과 의사인데, 자신이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실화 소설을 썼다.

그 중의 대표적인 심리치유 소설이 <꾸뻬 씨의 행복여행> <엑또르 씨의 사랑여행> <엑또르 씨의 시간여행>이다.

이 소설들의 주인공은 작가와 마찬가지로 정신과 의사이다. 마치 자신의 분신과 같은.

각각의 책에서 꾸뻬 씨는 행복을 찾아서, 엑또르 씨는 사랑을 찾아서, 시간을 찾아서 신비한 나라를 탐험한다.

나는 그 3권의 책 중에 <엑또르 씨의 사랑여행>은 아직 읽지를 못했다.

흔히, 우리들은 이런 말들을 하곤 한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가?" Yes or No.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한탄하는 사람, 지루한 시간을 견디다 못해서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냐고 투덜거리는 사람.

엑또르 씨가 만난 환자들도 이와 다르지는 않았다.

꼬마 엑또르는 학교 생활이 너무 지루해서 시간이 너무 늦게 간다고 말하고,

또 어떤 환자는,

" 시간이 느려졌으면 좋겠어요. 인생을 즐길 시간을 갖고 싶어서요. 나만을 위한 시간을,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구요." (p. 15)

시간을 늦추고 싶어하는 사빈.

자신의 수명을 개의 수명으로 계산하는 페르낭.

시간을 앞당기고 싶어하는 꼬마 엑또르.

그리고 엑또르가 사랑하는 사람인 클라라.

엑또르는 환자들의 치료과정에서, 그리고 자신의 일상 속에서 시간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다. 그의 꿈 속에서도 시간은 존재하고 어떤 계시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가 꾼 이상한 꿈, 달리는 기차 속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늦추지도 못하고, 종착역만을 향해서 가는 그 꿈을 꾼 후에 그는 시간을 찾아서 먼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첫 번째 여행은 시계가 없다고 해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얼음의 나라, 이누이트족의 마을을 찾아간다.

이누이트족은 매년 겨울마다 석 달씩 계속되는 하루 밤을, 매년 여름마다 석 달씩 계속되는 하루 낮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에스키모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는 그 개념부터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들은 시간이 순환한다고 생각한다. 계절이 되돌아 오는 것 처럼, 태양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것 처럼, 사람은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 11. 당신의 손목시계를 감춰버려라. 가끔씩 짐작으로 시간을 기록해라, 그러고 나서 손목시계의 그것과 비교해 보라." (p. 99)

엑또르 씨는 시간에 대한 생각들을 작은 수첩에 적어나가는데, 윗 문장은 그가 이누이트 족의 마을에서 느낀 시간에 관한 단상을 적은 것이다.

우리도 한 번 시계를 감추어 보면 어떨까? 그리고 시간을 측정해 보는 것이다.

다음 여행지로, 그는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돌아간다는 중국으로 간다. 중국에는 그가 만나고 싶은 노스님이 있기때문이기도 하다. 노스님은 어느날 훌쩍 세상에서 사라져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그래서 세인들은 노스님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중의 하나는 스님의 나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 모든 사람들....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든 불쌍한 사람들에게, 자네도 알겠지만, 나는 일종의 상징이네. 그래서 나는 내 나이를 알게 될 경우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종교를 향해 달려들 것이라고 생각했지, 마치 그렇게 하기만 하면 틀림없이 오래 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야. " (p. 264)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엑또르 씨가 느낀 것은 무엇일까?

"현재가 곧 영원이며, 그것이 전부인 동시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 을 깨닫게 된다.

이해할 듯,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라고 생각되는 이 한 문장이 이 책의 키워드이다.

이 책은 심리치유소설이기 때문에 소설이라기 보다는 자기계발서나 심리 관련 서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책의 내용 중에도 엑또르의 꿈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그것은 그의 행동에 대한 암시이자, 시간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가질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엑또르 씨는 작은 수첩 속에 시간에 대한 단상들을 꼼꼼하게 적어 나간다.

그 단상은 번호가 매겨져서 25번에 이른다. 그리고 마지막 번호가 없는 방법이 소개된다.

" 번호가 없는 방법 : 현재가 곧 영원이며, 그것이 전부인 동시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도록 애써 보라" (p. 272)

시간 !

지나가 버린 시간, 잃어버린 시간, 지금의 시간, 그리고 다가올 시간들.

나에게 시간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해 보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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