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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권의 얇은 만화책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 이거 내 이야기가 아니야 !'하는 생각을 잠시라도 하지 않는 여자들은 없을 것이다.
결혼을 했다면 결혼을 한 상황에서,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일본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스다 미리'는 잘 표현하고 있다.
만화책 속의 그림은 어설프거나 엉성하게 그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지는 않다. 그래서 얼핏 몇 장을 들춰보면 성의없는 그림들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일상이 그렇게 섬세하게 짜여져 있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얼마전에 '마스다 미리'의 만화 3종 세트인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주말엔 숲으로>가 동시에 출간되었다. 그중에 처음 읽게 된 책이니, 다른 책의 내용은 잘 모르겠고지만, 책제목으로 유추하여 보건대, 여성들의 꿈, 결혼, 휴식을 다루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면 간단하다. 여성들이 가지고 있던 꿈, 하고 싶었던 일, 그것이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듯한 상황이 들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마흔 살 생일을 갓 넘긴 미나코는 초등학교 다니는 딸 리나을 둔 평범한 전업주부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하여, 가사일에 충실한 일상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게 된다.
리나의 고모는 독신주의자이다. 아니 꼭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독신주의자라고 남들이 말한다. 가끔씩 리나의 엄마가 외출을 할 때에 직장에 월차를 내고 리나를 돌봐 준다.

리나는 엄마와 고모 사이에서 결혼을 한 여자와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의 생활과 생각을 엿 보게 된다.
물론, 아직 어려서 잘 이해 하지는 못하지만....
어른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 한 마디에서, 대화 속에서 꿈을 이루지 못한 엄마와 꼭 원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일을 하는 고모의 생활을 들여다 본다.

" 나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고모는 종가시나무같다. 아까의 작은 나무. 푸르디 푸르러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울타리가 되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벚꽃나무처럼 모든 사람이 이름을 알아 주는 것도 아니다. 종가시 나무.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다. 종가시나무는 사실은 커다란 나무이다. 그런데도 종가시나무는 울타리 역할까지 잘 해낸다. 벚꽃나무는 할 수 없는 일을 종가시나무는 하고 있다. " (p. p. 22~25)
엄마가 원하는 것은 자신을 일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존재감, 고모가 원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보장.

전업주부 엄마와 직장여성인 고모는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니, 그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처지와 고민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두 사람은 겉으로는 나타내지 않는 경쟁의식이 있다.
그것을 작가는 디테일하게 잘 표현한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연결해 주는 리나가 없었다면 이 책은 무미건조했을 지도 모르겠다.
어린이의 눈에 비친, 어린이가 순수한 마음으로 생각하는 그런 이야기가 엄마와 고모의 이야기를 좀더 사실적이고 현실감있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그녀들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은근슬쩍 가르쳐 준다.
갑자기 책을 읽다가 한숨이 푹~ 나온다. 젊은 날에는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건만, 언제부턴가 존재는 하지만 존재감을 느낄 수 없어진 일상이 리나 엄마의 생각도 같기에.
그러나, 금방 깨닫게 되는 것은 꿈을 이루었다고 해서 삶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나는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엄마는 '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라고 말하지만.
그럼, 엄마는 지금 뭐지? 투명인간? 엄마는 여기 확실하게 있는데도 이상한 말을 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는 모두 나무가 되는 게 아니라 새에게 먹히거나 밟혀서 으깨지고 새싹이 나올 수 없는 곳을 굴려 다니기도 한다. 나무가 되는 것은 도토리에게 아주 힘든 일이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엄마는 이미 '있다.' 그것은 무척 대단한 일이다. 분명히 이 도토리에게는...." (p.p. 124~125)

엄마도, 고모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을 리나는 알고 있다.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꿈? 일? 성취감? 도전? 자존감? 보장?.... 그밖에 또다른 어떤 것?

독자들은 두 여자가 자신들의 일상에서 찾지 못했던 것들을 리나의 생각을 통해서 찾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