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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집, 이슬람은 어떻게 유럽 문명을 바꾸었는가 - 9세기 바그다드의 지식혁명
조너선 라이언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책과함께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이슬람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서남아시아의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자살 테러사건이 머리를 스치고 갈 것이다. 그래서 이슬람 세계하면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폭력이 떠오른다.
학창시절에 배운 이슬람의 포교활동에 관한 내용 중에는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이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이것 또한 이슬람의 호전적이고 폭력적인 면을 나타낸 말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유럽 중심의 세계사가 가져다 준 잘못된 지식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 문화권의 나라를 여행하게 되면, 그들의 찬란한 문화를 보고 어리둥절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들이 그동안 알고 있었던 이슬람 문화와 매치가 되지 않기때문이다.
흔히, 중세 유럽을 암흑시대라고 하는데, 그것은 기독교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과학, 천문학, 철학 등은 설 자리가 없었으니, 자칫 잘못하면 위대한 과학적 성과를 이루고도 이단이라는 이름으로 처형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런 반면에 이 시기에 이슬람은 과학, 수학, 의학 등이 발달하면서 아랍문화가 번창한 때이다.
아마도 우리는 이와는 반대로 생각해 왔을 것이다. 이슬람이 야만적이고, 유럽은 문명인들이라고....
" 방위각에서 천정에 이르기까지, 대수학에서 숫자 영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기술용어들이 아랍인들의 소중한 유산임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는 그보다 세속적인 영역에서도 일상 음식들 (예를 들면 살구, 오렌지, 아티초크 등)에서부터 제독, 범선, 몬순 같은 항해 용어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에 아랍의 영향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알까? 심지어 모리스 춤 같은 전형적인 영국 전통 춤도 실은 무어인의 춤이 변형된 형태로서, 그 기원은 아랍 음유시인들이 이슬람 스페인의 귀족들을 즐겁게 해주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 (p.p.36~37)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가게 계기가 되는 사건이 십자군 전쟁인데, 처음에는 교황의 선동에 의해서 '하느님이 원하신다!'고 연호하면서 전쟁터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이 전쟁은 차츰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변질된다. 그래도, 십자군 전쟁이 세계사에 남긴 변화는 상당히 많은데 그 중의 하나가 이슬람 학문이 서양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십자군 전쟁을 계기로 유럽인들은 이슬람 문화가 번창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용감한 기독교 학자들은 지식을 찾아서 이슬람 세계로 가게 되고, 이슬람의 과학지식과 철학 사상을 서양으로 가져오게 된다. 그것이 결국에는 르네상스의 기본정신이 된다.
서양인들은 십자군 전쟁 이후에도 아랍문화가 근대과학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들을 고의적으로 은폐하거나 왜곡시키거나 때론 비난을 일삼아 왔다.
'이슬람은 폭력으로만 전파된다', ' 이슬람은 억압적이다', '인간의 성을 타락시킨다'
이슬람의 술탄을 하렘이나 일부다처제와 관련지어서 부도덕적이라고 비난한다. 무함마드는 엉터리이며 악마의 도구이고, 그리스도의 적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관점에서 중세의 유럽과 이슬람을 생각해 본다면, 아랍의 과학이나 문화없이는 오늘날의 서양 문명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조너선 라이언스'는 이슬람 국가에서 20 년 넘게 에디터와 해외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보고 듣고 알게 된 지식들을 토대로 아랍학문이 중세 기독교 세계의 나라들과 그로 부터 탄생한 국가들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그당시, 영국인, 배스 애덜라스는 아랍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 안티오크에 들려 천문학과 수학에 관한 귀중한 서적들을 가져 오게 되는데, 그것이 서양의 학문에 기여하게 된다.
시칠리아의 루지에르 2세는 70 여 권의 아랍문헌을 라틴어로 번역하여 사람들에 새로운 학문을 접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렇다면 이슬람 문화가 이처럼 번성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심에는 이슬람 문화의 황금기 왕조인 아바스 왕조의 왕립 도서관인 '지혜의 집'이 있었다. 이 도서관은 칼리프의 지원하에 학문을 연구하고, 고전을 번역하는 일을 하였는데, 이곳에는 약 40만 권의 장서가 소장되어 있었으니, 당시 서양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었다.
암흑기의 중세 유럽은시간관념 조차 없었던 무식하고 야만적인 족속들이 살고 있었고, , 중세 이슬람에는 체계적인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서양 중심의 역사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과연 이 모든 사실들을 전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린 유럽인들을 너무 높게 평가해 왔었던 것은 아닐까? 중세의 무지함에서 벗어나 르네상스를 꽃피우게 된 것은 그들의 역량으로만 생각했던 것이 그런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이슬람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