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오늘도 유럽에서 클래식을 듣는다 - 테너 하석배의 힐링 클래식
하석배 지음, 김효정(밤삼킨별) 사진 / 인디고(글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여행을 하면서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느끼는가는 여행자마다 다르다고 생각된다. 홍콩, 할리우드 하면 영화가 먼저 떠오르듯, 유럽하면 문학작품과 함께 음악이 떠오르게 된다.
유럽의 웬만한 도시들은 음악가와 연관이 있을 정도로 음악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니, 유럽의 도시를 여행한다면 그곳에서 꼭 들어야 하는 음악들이 있는 것이다.
헝가리에서 체세니 다리 아래를 오가는 유람선을 타면 영낙없이 요한스트라우스의 왈츠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울려 퍼진다. 그곳을 지나는 강이 도나우강(= 다뉴브강)이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의 빈에 가면 슈테판 성당을 중심으로 게른트너거리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홍보하는 모차르트로 분장한 사람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유럽의 도시들은 어떤 음악가와 작품 활동을 한 곳이기에 음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이 많다. 그래서 음악을 사랑하는 여행자라면 유럽 여행이 음악 여행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오늘도 유럽에서 클래식을 듣는다>의 저자인 테너 하석배는 20대 초반부터 이탈리아에서 음악을 공부하였고, 각종 오디션과 공연을 위해서 유럽의 도시들을 드나들었으니, 도시마다 그곳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음악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유럽의 도시를 갈 때는 그 도시에 어울리는 그만의 클래식 선곡 리스트를 작성하여 듣는다고 한다.

로마에서는 <토스카>의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 별은 빛나건만>을,
파리에서는 '드뷔시'의 <달빛>을,

빈에서는 테너 '분더히리'의 <빈, 나의 꿈의 도시>를,

피렌체에서는 푸치니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베네치아에서는 '비발디'의 <사계>를,
폴란드에서는 '쇼팽'의 <이별의 왈츠>를....
이루 다 적을 수도 없을 정도로 유럽의 도시들은 음악과 함께 걸어도, 음악과 함께 사색에 잠겨도 좋을 정도로 음악이 함께 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는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만나 사랑에 빠진 곳이기에, 이곳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미래를 약속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이 곳에서 '푸치니'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들어야 하는가는 이 곡에 대한 내용을 알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음악가들은 유독 사랑에 약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 쇼팽과 마리아,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 등.

그래서 쇼팽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의 마리아를 위해서 <이별의 왈츠>를 작곡하지 않았던가.
쇼팽은 이 곡을 작곡해 놓고, 발표를 하지 못한 채, 그녀가 보낸 편지와 악보를 서로 포옹하듯이 한데 묶어 서랍에 보관하였다. 그러다가 쇼팽이 죽은 후에 발견되었다고 하니, 그 애틋한 마음이 느껴진다.

독일의 함부르크에서는 멘델스존과 브람스를 만날 수 있다. 멘덜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는 중학교 1학년 첫 음악 시간에 배운 노래인데, 그 아름다운 선율이 지금까지도 추억 속의 한 자락으로 남아 있다.
"멘델스존은 '음악은 평생 아름다워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 (p. 192)
'아~~ 그래서 그의 음악이 그렇게 아름답고 행복하게 느껴졌구나!'
멘델스존의 음악은 서정적이어서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다.

스페인의 남부 세비아에서는 그곳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카르멘>을.
그리고 알함브라의 궁전에서는 쓸쓸하고 애잔한 키타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알함브라의 궁전의 추억>을.
저자는 이렇게 이탈리아에서 시작하여 스웨덴에 이르기까지 각 도시와 연관된 음악 이야기, 음악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 준다. 그리고 그 도시의 음악이야기가 끝날 때에는 그 도시와 관련된 음반 CD와 영상 DVD를 추천해 준다.
테너 하석배의 음악을 따라 떠나는 유럽 여행 이야기는 선율이 흐르듯, 그렇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 속에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