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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상페
장 자크 상뻬 지음, 허지은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장을 펼치면서 어딘지 모르게 눈에 익은 그림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꼬마 니꼴라/ 르네 고시니>의 그림을 그렸던 작가가 '장 자끄 상뻬'라는 것이다.

커다란 배경 속에 홀로 작게 그려진 사람,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있는 그림, 같은 동작을 하는 사람들이 연속적으로 그려진 그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이런 모습, 저런 모습으로 그린 그림, 악기를 연주하는 콘서트장의 모습이나 그 뒷이야기 등을 담은 그림, 발레를 하는 아이들이 연속적으로 그려진 그림....
'장 자끄 상뻬'하면 떠오르는 그림들이다.
그의 그림을 보면 아무리 이야기를 꾸며 낼 줄 모르는 독자들이라도 어떤 이야기가 떠오를 수 있을 정도로 그림 속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그의 그림들은 보는 순간 살포시 미소가 떠오르기에 마음이 포근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림 속에는 유머가 있고, 풍자가 살아 숨쉬고 있다.
딱 보면 '상뻬의 그림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자신만의 독창성을 가진 그림을 그리는 풍자 화가가 바로 상뻬이다.

<뉴요커>는 1925년에 창간된 독특하고도 독창적인 잡지이다. 표지에 제목없이 그림을 싣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본문 기사에 풍자화의 거장들의 삽화를 싣으며, 당대 유명한 작가들에게 글과 기사를 청탁하여 과감하고도 차별화된 다양성이라는 전통을 이어가는 잡지이다. 그래서 모든 그림작가들은 <뉴요커>의 표지화가가 되기를 꿈꾼다.
지금은 너무도 잘 알려진 '상뻬'도 한때는 <뉴요커>의 표지화가가 되기를 꿈꾸었는데, 어느날 그 꿈이 이루어지게 된다.
<뉴요커>의 '숀' 사장은 '상뻬'에게 미국적인 표지화가 아닌 상뻬다운 표지화를 요구한다. 그래서 그는 그 나름대로의 특색이 묻어나는 표지화를 약 30 여년에 걸쳐서 그리게 된다.

<뉴욕의 상뻬>에는 그가 1979년부터 2009년까지 그린 <뉴요커>의 표지화가 연도별로 실려 있다. 그리고 '상뻬'와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는데, 인터뷰 내용은 그가 <뉴요커>표지화가가 되기를 꿈꾸던 시절부터, 그의 꿈이 이루어져서 표지화를 그리게 되었을 때 왜 그 표지화를 그렸는가, 그 때의 반응 등에 관한 일화들을 담고 있다.



" 그의 그림을 당연히 문학과 연결시킬 수도 있다. 그림마다 시치미를 뚝 떼고 때로는 스캐너처럼 정밀하게, 때로는 시처럼 감미롭게 인간의 영혼 깊숙한 곳을 분석하는 교육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 (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의 글 중에서)

그의 그림들을 보면 아주 거대한 것들을 그리면서 그 속에 아주 미세한 부분들을 표현하기도 한다.
책 속의 그림 중에 몇 작품을 살펴보면,
아래 그림의 왼쪽과 오른쪽의 그림은 같은 장소를 그린 그림인데, 한 장의 그림은 멀리서 또 다른 한 장의 그림은 가까이에서 그리고 있다. 어떤 그림은 아주 세밀하게, 또 어떤 그림은 아주 거칠게 그리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상뻬' 그림의 특색이다.

'상뻬'의 작품 중에 <뉴욕 스케치>가 있는데, 이 그림은 <뉴요커>의 사장이 가 프랑스에서 출간한 '상뻬'의 화집인 <랑베르 씨>를 보고 영감을 받아서 그 책의 내용을 미국인들의 이야기로 재구성해 보라는 말에 의해서 펼쳐낸 그림집이다.


<뉴요커>의 표지는 독자들이 자기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는 일종의 거울과 같은 것이라고 하는데, <뉴욕의 상뻬>를 보니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소장하고 싶었던 <뉴욕의 상뻬>를 구입하게 되니 기분이 참 좋다. 좋은 그림들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뉴욕의 거리들을 보니, 그곳에 다시 가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