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1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중학교시절에 빨간 표지의 탐정소설들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그후에도 서양 작가들이 쓴 추리소설을 꽤나 많이 읽었다. 유명 탐정들이 나오는 추리소설, 특히 존 그리샴의 법정추리소설은 빼놓지 않고 읽었다.

요즘에 와서는 일본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다 보니, 그 소설들을 골라 읽게 된다.

'다카기 아키미쓰'라는 추리소설 작가는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이다. 일본에서 2차세계대전 이후에 활동을 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28살에 에도가와 란포의 추천으로 <문신 살인 사건>(1948)을 출간하면서 작가활동을 하게 된다.

이번에 읽게 된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도 1955년작인데, 작가의 사후에 재출간된 교정본(작가 교정본)을 번역하였기 때문인지 첫 출간시기에서 반세기가 훌쩍 넘은 현시점에서 읽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작품의 시점이 1950년대이기에 2차세계대전 이후의 사회상이 그대로 나타나기는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미즈 교스케'는 일본의 3대 명탐정이라고 하는데, 35세의 미남으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6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도쿄대 법의학자이자 의학박사이다. 별명은 추리기계라고 하니, 그의 활약이 이 책 속에서도 기대된다.

그런데, 잘 나가는 사람들은 나중에 등장한다고 했던가. 소설 속에서 '가미즈 교스케'는 스케즐이 너무 바빠서 첫 번째, 두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난 후에 본격적으로 활약을 하게 된다. 그 이전에는 '가미즈 교스케'와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탐정소설 작가인 '마쓰시타 겐조'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인형과 살인사건이라고 하니, 사탄의 인형 처키가 떠오르지만, 이 소설 속의 인형은 단지 살인을 예고하는데 사용되는 장치일 뿐이다.

잠깐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면, 아마추어 마술협회의 회원들이 새로운 마술쇼를 보기 위해서 모였다. '마리앙투아네트의 처형'이란 마술인데, 여자 연기자가 단두대에 놓여 있고, 단두대의 칼날이 내려와서 처형을 하면 머리가 달랑 떨어지게 되는 으시시한 마술이다. 그런데, 마술쇼가 시작되기 직전에 마술에 사용하게 될 눈속임용 인형의 머리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리고 얼마후 그 인형머리는 마리앙투아네트의 드레스를 입은 머리없는 시체와 함께 발견된다.

시체에 머리는 없지만, 지문과 시체의 맹장수술을 받았던 흔적들을 근거로 유리코가 살해당했음을 알게 된다. 유리코는 마술쇼에서 마리앙투아네트로 분장을 하고 단두대에서 머리가 잘리는 마술을 보여줄 주인공이었다. 그런 그녀가 왜 살해당했을까?

유리코는 전쟁 전에 자작이었던 아야노코지 가문의 정실부인이 아닌 여인이 낳은 딸이고, 그녀에게는 시게코와 요시코, 노리코의 세 자매가 있다.

가문의 이야기를 추적해 보니, 아야노코지 가문에는 선조대에 원한을 품은 사람에 관한 괴담이 있고, 그 괴담에서는 후손들을 해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으니....

두 번째 살인사건은 마술 협회 회원들이 아야노코지 가문의 별장인 지수장에 모인 날 일어난다. 이때도 지하실에 있던 마네킹이 사라지게 되고, 그 마네킹은 열차에 치여서 얼굴이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다음 열차가 지나갈 때에 살인사건의 시체가 발견된다. .

그 누군가가 인형을 살해하는 것은 곧 살인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두 번째 살인사건의 소식을 전해들은 '가미즈 교스케'는 사건 현장인 지수장에서 사건을 추적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살인사건, 잡히지 않는 범인, 그리고 두 번째 피해자의 약혼자의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약혼자의 자살. 이렇게 이야기는 계속되면서 사건이 종결되는 듯하지만, 또 다시 인형의 머리가 잘리는 살인의 예고장이 도착하게 된다.

이 사건의 풀 수 있는 실마리는 인형 살해사건의 의미를 꿰뚫어 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야 사건 전체를 풀 수 있는 비밀을 찾아 낼 수 있는 것이다.

즉, 인형의 머리를 잘라 놓는 것은 살인사건의 예고이기도 하지만, '인형이 왜 살해되는가'의 이유를 풀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는 것이다.

얼굴없는 시체, 왜 얼굴이 없어졌을까? 경찰 수사의 헛점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야노코지 가문의 자매들이 살해되는 것은 괴담처럼 그 누군가가 복수를 하기 위해서 저지르는 살인사건일까?

추리소설의 장치인 트릭은 여기 저기 숨겨져 있기도 하고,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심지어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 살인사건을 풀 수 있는 부분들을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친절함을 받아 들일 수 있는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헛다리를 짚게 마련이다.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는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 단 한 순간도 놓치지 말고 따라잡아야 한다.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범인이 왜 살인을 저지르고 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요즘 추리소설이라면 싸이코 패스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무작위로 무차별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추리소설에서는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장치들이 있기마련이다.

그리고 작가는 멋진 반전을 보여주려고 하기에 쉽게 찾을 수 있는 범인은 범인이 아닐 확률이 높다.

중학교 시절에 탐정소설을 읽고 있으면 그 책을 먼저 읽은 언니는 어떤 힌트를 주려고 했지만, 강하게 거절을 했다. 내가 범인을 찾고 싶은 마음에.

한 번은 범인의 이름이 쉐퍼드 인가, 뭐 그런 개 종류와 유사한 이름이었는데, 언니는 책을 읽고 있는 내 앞에서 '멍멍' 거리는 것이다. 그래도 그것을 눈치 못 챘었는데 추리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어느 정도 범인을 맞추는 능력이 늘어났다.

이 소설도 역시 3번의 살인사건이 밀실에서 일어난다. 2번째 사건의 시체가 철길에서 발견되고, 네번째는 자연사를 위장한 살인사건이다. 마술쇼를 하기로 했던 장소, 아야노코지 가문의 지수장이란 장소, 지수장에서 검은 미사를 하게 되는 방.

그렇다면 범인은 밀실 안에 있었던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가장 큰 트릭은 살인사건이 있었던 장소에 있었던 사람만을 생각하는데서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이 책에는 잘 짜여진 플롯, 여기 저기 깔려 있는 트릭, 괴기스러운 살인사건 등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추리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가장 의심을 받는 사람은 범인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에서 범인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살해동기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 책 속에는 '가미즈 교스케'가 나오는 짧은 추리 단편소설이 두 작품 더 담겨 있다. < 무고한 범인>과 <뱀의 원>, 이 작품까지 읽게 되면 '다카기 아키미쓰'의 추리소설의 성격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3 작품 모두 스피디한 전개와 교묘한 트릭이 갸져다 주는 재미가 있기에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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