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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평점 :
'더글라스 케네디'는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ㅣ 밝은세상 ㅣ 2010>로 인하여 독자들에게 충분히 그의 소설에 매혹될 수 있게 해 주었다. 월스트리트이 잘 나가는 변호사인 '밴 브래드 포드'. 그는 어릴 적에 할아버지의 콘도에서 뷰 파인더로 본 세상에 매료되어서 사진작가를 꿈꾸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변호사가 된다. 인생에 있어서의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 그의 인생을 험난한 길로 내몰게 된다.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고 순간의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완전한 범죄를 위하여, 은둔형 사진작가였기에 대중에게 그 모습이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의 삶을 살게 된다.
게리 서머스로 변신하여 사진작가로서 유명세를 타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되고 사랑도 얻게 되지만, 그 삶 역시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게리 서머스를 교통사고로 죽게 만들고 또다시 얻은 새로운 삶인 앤드류 타벨의 삶.
그러나, 세 사람의 삶을 거치며서도 '밴 브래드 포드'는 결코 행복할 수 없었다. 자신이 원하던 사진작가의 삶도 살아 보았고, 부와 명예도 잡아 보았지만, 그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자식에 대한 사랑과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지난날의 삶이 있었기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가지 못했던 노란 길을 그리워하면서, 그 길로 갔다면 지금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한다. 그래서 <빅 픽처>는 세 사람의 인생을 살아 갈 수 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삶을 통해성공과 몰락, 명예와 부, 사랑과 이별, 자녀에 관한 폭넓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 출간될 때마다 망설임없이 읽게 된 그의 소설들.

작가가 남자임에도 주인공인 여성의 심리를 어떻게 이렇게도 잘 꿰뚫어 볼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 위험한 관계 >는 샐리와 토니의 만남, 원하지 않았던 임신으로 인한 결혼, 그리고 샐리의 임신중독증, 난산에 의한 출산 후의 우울증, 토니의 외도.
잘 짜여진 토니의 계략에 의한 아들을 빼앗기 위한 법정 공방까지 기막힌 대결 구도인 ‘진실 대 거짓’,‘여자 대 남자’, ‘부인 대 남편’, ‘영국인 대 미국인’, ‘영국사회 대 미국사회’ 등의 다양한 대비와 갈등은 이 소설을 돋보이게 한다.
그밖에 <모멘트>와 <파리 5구의 여인>이 있는데, <파리 5구의 여인>은 작가의 다른 소설들보다는 스릴러 요소가 강하게 들어가 있으면서도 로맨스가 담겨 있고, 거기에 판타지 요소까지 가미된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해리 릭스.
'인생에 있어서 이처럼 처참하게 추락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동안 살아온 날들이 한순간에 곤두박질을 치게 된다. 영화학과 교수였던 주인공은 18살 제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단 한 번의 외도로 그의 명성은 산산이 부서지게 된 것이다.
여제자의 거짓 임신, 그것을 악용한 대학 학장인 가드너 롭슨의 술수로 여제자는 자살을.
바닥까지 추락하여 겨우 생계 유지를 하던 그가 만나게 되는 마지트라는 여인. 그런데 그녀와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어떤 함정이었을까. 악마의 덫이었을까. 그동안 해리 릭스를 괴롭히던 사람들은 그 누군가에 의해서 한 사람씩 살해당한다. 살인의 끝은 어디일까? 해리 릭스는 그 덫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이처럼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들은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그끝이 보이지 않는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내용들을 이렇게 쓰는 이유는 <템테이션>은 그의 작품 속에서 한 번쯤은 다루었던 소재와 주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소설을 읽게 되면 너무도 낯익은 이야기들에 '더글라스 케네디'가 주로 쓰던 장치들이 조금씩 변화를 주어서 다시 쓰여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지만 그리 쉽지 않은 상황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행운과 같은 성공,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승승장구, 한순간에 바닥으로 내팽겨지는 삶, 권태로운 결혼생활, 그리고 새로운 여자의 등장, 이혼, 이혼 후에 아이를 그리워 하는 부정, 아이를 만날 수 없게 되는 상황 등.... 그래서 또 그 이야기... 하는 순간, '역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책을 잡으면 놓을 수가 없구나 '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 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
이 소설은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가 배경이다.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데이비드에게 시트콤 <샐링유>의 시나리오가 맡겨지게 되고, 시트콤은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2부, 3부를 거듭하게 되는데...
오랫동안 갈망하던 꿈이 이루어지면서 부와 명예는 뒤따르게 되고, 그와 함께 따라오는 것이 새로운 연인 샐리와의 사랑. 어려운 날들을 함께 했던 아내 루시와는 이혼하게 되고.
" 새로운 성취를 이루면 또 다른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이 모든 걸 그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모래처럼 손아귀에서 슬며시 빠져 나가는 건 아닐까? 아니, 더 나쁜 경우는 그 모든 것에 질려 버려 사실은 이전에 이루었던 게 진정 원하던 게 아니었을지 자못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 (p. 121)
미국 8위 부자이자 한때 감독인 필립 플렉의 제안으로 그의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별장에서 즐거운 날들을 보내면서 자신의 무명시절의 시나리오를 개작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 신문 칼럼에서 자신의 글이 표절이라는 기사가 뜨면서 그의 화려한 작가 인생은 끝이 나게 된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가진 플렉이 의도적으로 그의 작품들을 자신의 작품으로 둔갑시키고 데이비드를 추락시키기 위한 의도였다.
데이비드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몰려오는 시련 속에서 성공을 했기 때문에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성공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도 어렵고, 성공 후에 오는 추락은 재기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된다.
무명시절에 투덜거리면서도 묵묵히 곁에 있어 주었던 루시, 그러나 자신의 실패를 아는 순간 싸늘하게 변해 버리는 샐리, 그리고 플렉의 별장에서 만나게 된 플렉의 아내 마사.
세 여인과의 사랑은 각각 빛깔이었는데... 루시와의 결별은 후회를, 샐리와의 결별은 무감각을, 마사와의 결별은 아픔으로 남는다. 인생의 타이밍을 놓쳤기에 마사는 너무도 낭만적이지 않은 플렉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게 되는 너무도 낭만적인 사람인 것이다.

" 무엇일까? 우리가 궁극적으로 다다를 곳은 어디일까? 그것이 가장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우리는 '그 어디에' 다다르기 위해 몇 년 동안 애쓸 수도 있다. 그러나, 마침내 그곳에 다다랐을 때, 모든 게 발 아래에 있고, 자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마지 않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불현듯 낯선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정말 내가 어디에 다다르긴 한 것일까? 아니, 그저 중간 지점에 다다른 게 아닐까? 더 바랄 게 없을만큼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저 멀리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목적지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또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건 아닐까? 종착지가 존재하지 않는데, 어떻게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겠나? 그런 생각들에서 내가 얻은 깨달음은 하나였다. '우리 모두가 필사적으로 추구하는 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다. 그러나 그 확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나에게는 마사가 그런 사람이었다. " (p. p.446~447)
할리우드에서의 영광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를, 그 영광은 타인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또 그 영광을 차지한 사람은 또 타이에 의해서 끌어내려질 수도 있는 것이니,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은 한순간인 것이다.

인생에는 위기가 있기 마련이고, 그 위기를 통해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무엇인가를,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수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이 행복과 불행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올라 갔던 성공, 그로 인한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
데이비드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서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 사랑을 생각하게 해 준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의 전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는 책의 내용을 더욱 흥미롭게 해준다.
그동안 읽었던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중에 <빅 픽처>가 가장 사랑받는 책이라면 그 뒤를 이을 수 있는 소설이 <템테이션>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재미있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 모든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