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이제야 읽게 되다니....

지난 한해, 출판계를 떠들석하게 한 미스터리 소설임에도 눈길만 주고 지나쳐 버렸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처음 접하는 작가에 대해서 관대하지 못하다는 나의 독서습관때문인 것이다.

한 번 좋은 작품으로 다가온 작가는 그 작가가 새로운 책을 출간할 때마다 빠트리지 않고 챙겨 읽지만, 낯선 작가의 작품들은 쉽게 접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소설인 경우에 많이 해당되는 것이다. 에세이 등은 몰입하지 않고 읽어도 무방하기에 손에 잡히는 대로 읽곤한다.

음력으로 임진년을 맞이하기 하루 전에 읽기 시작하여 설 준비를 하면서 이 책을 읽다가 남겨둔 부분들이 얼마나 궁금했던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작가인 '넬레 노이하우스' 는 독일출생으로, 처음에는 미스터리 소설를 집필하여 자비로 출판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당당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을 하게 되었다.

전업작가라기 보다는 남편의 사업을 도와주는 틈틈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보덴슈타인와 피아 형사 콤비가 활약을 펼치는 타우누스 시리즈는 그의 대표작인데, <미움받는 여자>, <너무 친한 친구들>, <깊은 상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있다.

그중에 나는 <너무 친한 친구들>에 관심이 간다. 그래서 다음에 읽을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은 <너무 친한 친구들>로 정해 놓았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상당히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흡입력이 아주 강한 작품이어서 한 번 이 책을 손에 잡으면 좀처럼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야기는 프롤로그에서 석연치 않은 짧은 이야기에 이어서 2008년 11월 6일, 토비아스가 로켄베르크 교도소를 출소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2008년 11월 24일까지의 이야기로 아주 짧은 기간의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11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침묵과 거짓으로 일관하였던 한 동네의 무서운 음모가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전도유망한 학생이었던 토비아스는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로라 바그너와 스테파니 슈네베르거 두 명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살인죄로 뒤짚어쓰게 되는데, 피해자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고, 증거와 정황만으로 재판이 이루어 졌던 것이다.

"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그 시간, 블랙 홀처럼 뻥뚫린 구멍"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가 10년의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황폐해진 집안의 이야기를 알게 되는데, 마을 사람들은 극심한 배척을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토비아스는 그 동네를 떠나지 않고, 그 날의 진실을 밝히려고 마음을 먹게 된다.

" 떠나지 않을 것이다. 11년전에 이곳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진실을 밝혀 내기 전에는..." (p34)

이와함께 폐쇄된 비행장터 지하 탱크에서 발견되는 한 구의 시체.

이 시체로 인하여 두 명의 콤비 형사가 이 시체와 토비아스의 살인사건이 어떤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토비아스가 살인자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으로 11년 전의 사건을 파헤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죽은 스테파니와 너무도 닮은 아멜리라는 소녀가 있는데, 어느날 그 소녀 마저 실종이 되게 되니....

" 백설처럼 희고 정교한 얼굴 도톰한 입술 진실을 꿰뚫어 보는 듯한 검고 깊은 눈.... 너무도 닮았다. "

이 책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지방의 경제권을 쥐락 펴락하는 테를릴덴은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 가식저인 인물이다. 겉으로는 토비아스를 비롯한 이 마을 사람들을 위하는 척하지만, 그 속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위해서 움직이게끔 조작하고 위협을 가하는 이 지방의 유지이다.

라우터 바흐는 토비아스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선생님이었지만, 아내의 위력으로 문화교육부 장관에 까지 오르게 되는 나약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아내인 다니엘라.

그리고 토비아스의 친구들도 그들의 음모를 숨기기 위해서 전전긍긍하는데, 그 중심에는 영화배우인 나디야 폰 브레도프가 있다.

그리고, 텐를릴덴의 쌍둥이 아들인 자폐아 티스와 똑똑한 아들 라르스.

이들의 캐릭터만으로도 인간군상들의 욕망과 야욕이 얼마나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제법 두꺼운 책인데도 이 책을 읽는내내 지루하다거나, 흥미가 반감된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두 명의 보덴슈타인과 피아 형사를 따라서 사건의 진실을 밝혀 나가는 과정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토비아스가 결코 살인자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로라 바그너와 스테파니 슈네베르거의 행동으로 미루어 짐작하게 되는 살인자의 윤곽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측할 수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천만에....

그 진실 중의 어느 부분은 예측한 그대로의 이야기로 펼쳐지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엄청난 음모와 질추와 복수, 그리고 추악한 성욕 등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음모를 감추기 위해서 행해지는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한 가정에 가해지는 집단 따돌림과 위협.

한 여학생에게 가해지는 집단 성폭행.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또 다른 인물.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겉으로는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욕망을 위해서는 그 어떤 행동도 서슴치 않는 위선자들의 가식적인 모습.

이런 이야기는 현재의 우리 사회에서 접할 수 있는 모습들이기도 하기에 더욱 끔찍하고 추악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는 두 형사의 사생활도 이 이야기 속의 또 하나의 읽을거리이자 생각할 거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느니, 다른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또 다른 특색이기도 한 것이다.

사랑을 위해서... 부를 위해서... 명예를 위해서....

한 사람을 이렇게도 처참하게 밟아 버릴 수가 있을까?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를, 그리고 과연 누군가를 믿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강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마을 전체의 침묵과 함께 죄없는 소년이 10년간의 세월을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는데, 범인들은 한 치의 양심의 가책조차도 없이 그 마을을 활보하고 다녔으니...

토비아스의 지나간 10년의 세월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될 수 없는 것이기에, 이 사건에 얽히고 설키게 된 그가 한없이 가엾게 생각되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은 그 무엇일까?

우리 사회의 부도덕한 사람들에게 이 소설을 읽힐 수 있다면 그들은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인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한 해를 빛낸 책으로 각 인터넷 서점을 달구었던 이 책을 시작으로 이 소설의 작가인 '넬레 노이하우스'가 나에게는 관심이 가는 작가로 새롭게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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