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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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은 순결의 상징이던가~~

첫 눈이 오는 날은 왜 그리도 마음이 설레이는지, 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들뜬 마음에 뛰쳐 나가기도 하고....

함박눈이 내린다면 눈을 굴려서 눈 뭉치를 만들고, 그 눈 뭉치를 또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사람에 눈과 코와 다리를 만들어 주고, 예쁜 스카프까지 둘러 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날이 있을까...

첫 눈이 내리던 날에 일어나는 실종사건이나 연쇄 살인사건.

고운 눈이 내리는 날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같은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스노우맨> 읽기를 시작한다.

<스노우맨>은 노르웨이의 국민작가이자, 뮤지션, 저널리스트, 경제학자인 <요 네스뵈>의 추리소설이다.

얼마전에 우리나라에 선보였던 작품인 <헤드헨터 / 요 네스뵈 ㅣ 살림출판사 ㅣ2011>의 작가이기도 한 '요 네스뵈'는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추리소설 중에 해리 홀레 반장이 시리즈는 총 9권인데, 그중의 한 권이고, <스노우맨>은 비교적 시리즈로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별 무리없이 한 권의 책으로 읽힐 수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1980년 11월 5일로부터 시작된다. 첫 눈이 내리는 날, 아들을 차에 잠깐 혼자 두고 외도를 하는 사라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아침 11시, 무채색 하늘에서 쏟아지는 함박눈이 외계 행성의 무적함대처럼 로메리케의 언덕과 정원, 잔디밭을침공했다. " (p. 530)

그리고, 시간은 흘러서 2004 년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비르케 베르케 실종사건, 그리고 또다른 살인사건.

그런 사건들의 현장에는 누군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눈사람, 아니면 눈사람 위에 얹혀진 피해자의 끔찍한 살인의 실체가 있었다.

또다른 공통점은 아들을 둔 여자들이며, 그녀들이 외도를 하였다는 것, 그들의 아들이 여자들의 외도에 의해서 낳아진 자식이라는 공통점.

이 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해리 홀레 반장.

그에게는 헤어진 여인인 라켈이 있고, 그녀의 아들인 올레그는 해리를 아빠처럼 잘 따른다.

그가 전형적인 형사였으면 좋겠지만, '요 네스뵈'의 추리소설 시리즈에 의하면 한 때 알코올 중독에 비리까지 있었던 형사라고 한다.

해리가 문제투성이였던 형사를 생각하면서 자신과 너무도 닮았음을 느낄 정도로 그는 형사다운 형사는 아니다.

" (...) 위험한 음주습관과 까다로운 성격, 외톨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며 의심스러운 도덕성, 그리고 오점 투성이의 인사기록까지 그와 똑같았다. " (p. 244)

이런 형사에게 사건의 열쇠가 될 것같은 한 장의 편지가 날라온다.

" 첫눈이 올 때 눈사람이 나타난다. "

그의 파트너로 카드리네 브라트 여자 경관이 활약을 한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아픈 가족사가 있고....

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연쇄살인이라는 점과 함께 또다른 살인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이른다.

" 아무도 없는 주차장과 어둠, 눈에 찍힌 검은 발자국에 대해서, 목에 와 닿는 칼과 볼에 닿던 얼굴없는 숨결에 대해서 (...) " (p. 201)

과연 누가 연쇄살인범일까?

살인의 공통점이 가지는 의미는 ?

치밀한 구성과 날렵한 필력은 읽는 독자들을 한순간도 한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책 속에 빨려 들게 만든다.

책의 중간 부분쯤에, 그리고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연쇄살인의 가닥이 잡힐 것같은 고비 고비가 있지만, 그것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장치에 불과하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들이라면 어렴풋이 책의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서 스노우맨의 실체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의 첫 장면에 나오던 사라의 아들과의 연관을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다.

엄마의 외도를 목격한 아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가를 알게 된 아들, 친구들로부터 어느 순간, 자신의 신체적인 결함이 놀림감이 되는 것이 힘겨운 아들.

비상한 두뇌회전은 완전 범죄를 꿈꾸면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것이고, 그것은 외도를 하는 여자들에 대한 복수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에는 " 스칸디나비아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의 15 퍼센트에서 20 퍼센트는 자신이 생각하는 아버지가 친부가 아니다." (p.352) 라는 문장이 여러 번 나올 정도로 북유럽의 성문화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매춘도 불법이 아니라고 한다.

살인범은,

"자신이 저지른 모든 살인이 엄마의 살인을 재현하려는 시도라는 걸 알았고, 자신이 미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심각한 인격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가 읽은 전문가들의 논문도 하나같이 그 점을 지적했다. 살인이 일종의 의식이 되어 버린 점, 매해 첫눈이 내릴 때 살인을 저질러야만 하는 점, 살인 현장에 눈사람을 만들어야만 하는 점, 특히 그의 가학성이 점점 더 강해진다는 점이 그러했다. " (p. 548)

요즘, 다시 돌아온 셜룩홈즈의 열풍이 불고 있는데, 영국에 셜룩홈즈가 있다면, 노르웨이에는 해리 홀레가 있다고 한다.

해리 홀레는 국민적 사랑을 받는 캐릭터이다. <스노우맨>에서도 해리 홀레의 활약은 대단하다.

600 페이지가 넘는 <스노우맨>은 추리소설답지 않게 서정적이면서도 문학성있는 문체와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살인 사건의 이야기들이 상세하게 표현되기에 잔혹할 만큼 살벌하고 끔찍하다. 밤늦게 혼자 앉아서 읽기에는 뒤에서 무언가 나타날 것같은, 창문에서 눈사람이 기웃거릴 것같은 무서움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근래에 가끔씩 접하게 되는 북유럽 작가들의 소설이 흥미롭게 잘 읽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요 네스뵈'의 다른 소설들도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소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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