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나를 만나기 위해 너에게로 갔다
박재영 지음 / 황소자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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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나를 만나기 위해 너에게로 갔다>는 배낭여행 블로그인 '하늘호수의 세계여행'의 블로거가 쓴 책이다.

2008년, 서른다섯 살의 직장인은 사표를 내고 1년간의 세계여행을 떠난다. 서울대학교 졸업, 해군장교 제대, 서울대 대학원 석사, SK 주식회사 석유 마케팅분야에서 근무라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력과 연봉이 빵빵한 직장을 가지고 있건만, 그는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게 된다.그래서 그는 진짜 자신의 모습을 만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하루 전에 읽었던 대학을 휴학하고 인도와 남미로 220일간의 여행을 떠났던 여학생의 책과 여행목적이나 여행루트가 비슷하다.

그런데, 책 속의 내용은 많이 차이가 난다. 먼저 읽은 책은 책 속에 담긴 사진들이 자신의 익살스러운 모습과 낙서처럼 써놓은 책 속의 자필 메모가 책을 읽는데 집중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일기 형식이기에 여행지에 대한 단상이나 정보보다는 잡문과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데 비하여 이 책은 목차부터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저자가 직접 가보았던 곳들의 여행루트와 추천 여행루트, 나라별로 꼭 가보아야 할 곳, 그곳에서 해 볼 수 있는 투어에 대한 정보 등을 친절하게 담아 놓고 있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자신의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장기 배낭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럽기는 하다. 그러나 섣부르게 따라 할 수 없는 것이 장기배낭여행이기도 하다.

모든 재산 탈탈 털어서, 떠나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 이후의 삶이 걱정되기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남미에서 230일을 여행하고, 또 다시 4개월을 스페인, 모로코,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태국, 라오스, 캄보디아를 거쳐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또다시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진짜 행복한 삶일까?' 하는 생각에서 떠난 여행이 그에게 삶과 행복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남미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그들이 그 속에서도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던 것이다.

소소한 것에 기뻐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의 지혜, 고난이나 슬픔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여행이 가져다 준 가장 큰 깨달음이라고 그는 말한다.

일반적으로 유럽여행은 많이 하기에 그에 관한 책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에 비하면 남미 여행에 관한 책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그래서 우린 마야, 잉카, 아즈텍 문명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조금이나마 남미 문화를 엿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남미는 치안이 불안하고, 삐끼가 판을 치고, 여행자들을 삥 뜯는 악명높은 경찰까지 있으니, 인프라는 열악하기만 하다. 그러나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대하게 된다면 진흙 속에서 숨은 보석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언급이 되는데, 서양미술처럼 기교와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그들의 역사와 현실, 분노와 열정, 슬픔과 아픔을 표현한 것이 바로 라틴 미술작품이라고 한다.

남미대륙 중 남위 40도 이하의 지역을 파타고니아라고 하는데, 그곳의 풍취가 담겨진 사진들은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도 더 아름답다.

" 그래, 서른다섯이라는 나이에 사표를 내고 전셋집과 차를 팔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떠났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가슴 한 구석에 무거운 돌덩이가 놓여 있는 것처럼 답답해서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 만은 없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 남아 있던 모든 근심들이 파타고니아의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것 같다. 이런 것을 떨쳐 버리기 위해 멀고 먼 파타고니아에 꼭 와 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 (p. 281)

이 책의 저자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살사 댄스를 배울 정도로 치밀한 계획에 의해서 여행을 한다.

자신이 인생에서 꼭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인, 스쿠버 다이빙, 승마, 빙하트래킹, 고래상어투어, 패러글라이딩, 바다낚시, 팜파스 투어 등도 빼 놓지 않고 한다.

"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남미의 눈부신 아름다움. 내 두 다리로 걷고 내 두 눈으로 본 이 땅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바꿀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햇살 속에 파랗던 카리브해, 매일 가슴을 뛰게 하던 파타고니아의 대자연, 눈부시게 빛나던 우유니, 나를 압도하던 안데스산맥의 장엄함....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지 못하고 좁은 땅덩어리에 갇혀 살다가 죽었다면 한 번 사는 이 삶이 얼마나 억울했을까. 이제는 천상병 시인의 시에 나오는 구절처럼 이 세상 삶을 마치고 떠날 때 진심으로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 362)

현재의 삶이 빡빡하다면 한 남자의 세상구경 이야기를 읽어 보아도 괜찮을 듯하다. 그러나, 이 남자처럼 훌훌 털고 지구촌으로 내달리면 아니아니아니되오.

저자는 아직 미혼으로 처자식도 없고, 홀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스펙과 용기와 도전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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