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 산문집
이지상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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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를 많이 읽다보니, 책을 펼쳐 몇 장을 읽다보면 읽었던 책인 경우가 간혹 있다.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도 이지상의 신작 에세이가 아닌 2007년에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라는 것을 책을 읽던 중에 알게 되었다.

이지상의 책 중에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은 <황금소로에서 길을 잃다/ 이지상 ㅣ 북하우스 ㅣ 2004>이다.

체코의 프라하성에는 아주 좁은 길이 있다. 예전에 이곳에는 황금을 가지고 세공을 하는 연금술사들이 살았기에 황금소로라고 불리는 길이다. 이 골목의 집 중에 No.22는 카프카의 작업실로 쓰이던 곳이라고 하여 어느 집보다도 여행자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그곳을 갔었던 적이 있기에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끌려서 읽게 된 동유럽 여행기이다.

그후로 여행작가 '이지상'의 책들을 가끔씩 읽곤 했다. <길 위의 천국>,< 언제나 여행처럼>, < 나는 지금부터 행복해 질 것이다>등을.

그리고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의 개정판 이전의 책도 읽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은 그리 새롭지는 않다. 오랜 친구의 여행기를 읽고 또 다시 꺼내 읽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ㅣ 달 ㅣ 2012>의 작가인 '이병률'은 그의 여행의 시작이 한 장의 사진에서 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여행이란 떠나고자 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길을 떠나게 되고, 때론 배낭을 짊어지고 길 위를 떠도는 삶을 살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지상'도 역시 고등학교때부터 그의 상상은 세계 각 지역을 헤매고 다니는 것이었고, 오죽하면 당시에 밀항선을 타고 나라 밖으로 나가고자 인천항구를 어슬렁거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직장생활 중에 떠난 첫 번째 여행에서 돌아 온 후에 그는 직장에 사표를 내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그리곤 돌아왔다가 다시 떠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잠수하고 싶을 때, 완전한 익명성을 즐기고 싶을 때는 도시로 짧은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낯선 나라, 낯선 도시로 깊이깊이 잠수해 익명의 여행자가 되어 게으르게 빈둥거리는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에서 잠시 벗어나 숨구멍을 좀 트면 바쁘게 살아오느라 잃어 버렸던 모든 것이 되살아나 우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 (p. 35)

이 책 속에 담긴 글들은 그가 그런 일상을 블로그에 올려 놓았던 글들을 다듬어서 정리한 글이다. 그러니, 그에게 첫 여행지였던 대만에서부터 인도, 유럽, 아프리카 등의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 때의 느낌들, 그리고 현재는 대학 강의를 하면서 만난 학생들과의 대화, 블로그에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던 생각들이 함께 담겨져 있다.

그가 1988년부터 약 25년간에 걸쳐서 여행자로, 아니면 몇 달씩 어떤 곳에서 현지인처럼 살았던 삶에서, 그리고 지금은 비교적 국내에서 강의와 집필 활동을 하게 되면서 느꼈던 것들 중에서 가장 그를 혼란스럽게 했던 것은 "여행과 현실사이"라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돌아 오고 싶을 때 돌아 오는 그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한없이 부러워 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여행기를 쓴다는 것의 어려움, '왜 여행기를 내야 하는가"라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이다. 30대 초반부터 삶은 여행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어찌 그런 생각을 안 해 보았겠는가. 그런 이야기를 이 책 속에 진솔하게 담아 놓았다. 그래서 그는 누눈가 여행작가가 되려고 하거나,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면 " 무조건 떠나라"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난 여행자들이 떠나기 전의 자신의 자리로 돌아 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인것이다.

현실적 여행자가 되었다가 모든 걸 훌훌 털어 버리는 방랑자가 되기도 했었던 그였기에,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행 이야기와 함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 여행과 사랑에 빠지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성공과 명예의 수단이 아니듯이, 이제 자기 인생의 수단이 되기에는 여행이 너무도 애틋해진다. 사랑하는 연인과 보내는 시간이 너무도 좋기에 불안해도 그 길을 가는 것이다. 물론 상처입고 가다가 깨지고 자기의 삶이 망가질 위험도 있다. 그러나 삶은 원래 그런 모험으로 가득 찬 길이다. 용기 있는 자만이 모험을 즐길 수 있으며 운명을 사랑하게 된다. " (p. 208)

끔찍하게도 여행을 사랑했기에 그는 그 길을 갔지만, 여행작가들의 겉으로 나타나는 모습만을 보고 그 길을 가겠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길 위에서 보냈던 그의 25년의 삶의 모습은 그였기에 가능했고, 그 였기에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저 일생에 몇 번, 아니 단 한 번이라도 우리다운 여행자로 변신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그곳에는 우리를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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