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맥주, 문화를 품다 - 벽을 허무는 소통의 매개체 맥주와 함께 하는 세계 문화 견문록
무라카미 미쓰루 지음, 이현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는 맥주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맥주에 대하여 박학다식하다.
그가 처음 맥주와 깊은 인연글 가지게 된 것은 1961년에 그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을 수행하고 유럽의 유명 양조지를 방문하게 되면서부터 그의 '비어 라이제'가 시작된다.
그동안 맥주 제조, 연구, 생산 등 맥주 관련 업무를 하였으며, 지금은 맥주와 관련된 집필과 맥주 여행 기획과 방송 출연 등으로 맥주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미 1984년에 <세계 맥주 기행>, 1994년에 <지구 맥주 기행>을, 이번에 출간된 <맥주, 문화를 품다>까지 합쳐서 이 책들을 맥주 3부작이라고 일컫는다.
'무라카미 미쓰무'가 꿈꾸는 것은,
" 나는 인류의 역사와 맥주의 에피소드가 씨실과 날실처럼 얽히며 마침내 장대한 '맥주 이야기'로 완성된날을 꿈꾼다." (p.8)
그런 의미에서 <맥주, 문화를 품다>는 그의 꿈의 일부를 적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맥주의 기원에서부터, 맥주가 각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어떻게 발전하였는가를, 그리고 맥주마다 어떤 생산 공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가를, 오늘날의 맥주의 생산량 등을 자세하게 이 책 속에 담아 놓고 있다.
서양의 술이라고 하면 와인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와인에 관한 책들은 많이 나와 있지만, 그에 비하면 맥주에 관한 책은 다소 적지 않은가 생각된다.
맥주의 기원은 기원전 3500년전에서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발상하였음을 슈메르인의 점토판을 통해서 알 수 있지만, 그것이 명확하지는 않은 것이다. 아마도 그 이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수메프인의 맥주 제조법은 이미 보리를 이용한 맥주 8가지, 밀로 만든 맥주 8가지, 혼합곡물로 만든 맥주 3가지가 있었으나, 지금의 제조법과는 다르다.
함무라비 법전에는 맥주에 관한 벌률이 새겨져 있기도 하니, 그 당시에 맥주가 존재한 것은 기록으로 충분히 증명이 된다.
이집트에서도 맥주가 제조되었다. 이집트, 라틴 지식인들에게 와인은 고급술로 성직자에게 올리는 술, 맥주는 일반 서민이 마시는 술이라는 생각이 짙었기에 아무래도 와인보다는 그 위치가 낮았다고 볼 수 있다.
맥주의 씁쓸한 맛을 내는 홉은 독일의 바이에른 지방에서 처음 재배하게 되었으니, 그 이전까지의 맥주는 에일을 빚어서 양조한 것이다.

18세기 초에는 인기있는 맥주 3종류를 섞어서 마셨는데, 이 3종류의 맥주를 섞은 제품이 개발되기도 했다.
중세의 수도원하면 포도주를 떠올리게 되는데, 수도원에서도 맥주를 제조하였던 것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게 되니 그 많은 사람들에게 와인을 주기 보다는 맥주를 주기 위한 목적에서 였다.
그래서 저자는 유럽의 많은 수도원을 돌면서 그 곳의 맥주를 연구하기도 했다

맥주하면 독일이 떠오르듯이 저자도 맥주 공부를 하기 위해서 뭔헨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그래서 북독일과 남독일의 맥주의 맛의 다름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 맛의 차이는 맥주의 진한 맛과 강한 맛의 균형감이 맥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이다.

19세기 전반까지 맥주 양조기술의 모범이었던 에일, 19세기 말의 담색 맥주, 20세기의 라거 맥주.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을 선두로 한 맥주 산업의 발달, 20세기 말부터는 맥주의 후진국이었던 중국이 맥주 생산량에서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생산국이 되었다.

저자는 이런 내용의 글들을 자료 수집과 신문 기사 등을 인용하여 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런데, 서양의 맥주 산업 못지 않게 궁금한 것은 우리나라에서의 맥주 산업의 발달 과정인데, 책의 끝부분에는 '한국의 맥주와 생활'에 대해서 덧붙여 놓았다. 우리나라에 맥주가 처음 들어온 것은 1876년 강화도 조약이후에 일본에서 삿포로 맥주가 처음 들어 왔고, 이 맥주는 부유층이나 상류층의 술일 정도로 귀한 술이었고, 1920년대의 맥주 한 병의 값이 4~5일치 식료비와 맞먹었다고 한다.

이처럼 맥주의 발상, 맥주의 변천과정, 어떤 맥주 제조방법이 개발되고, 다른 맥주 제조방법이 개발되면서 이전의 제조방법이 쇠퇴해가는 과정, 시대마다 맥주가 누렸던 술로서의 위상 등을 살펴 본다는 것은 그 시대의 식생활이나 문화, 사회상을 살펴 볼 수 있는 것이기에 이 책을 통해서 맥주의 역사도 알고, 맥주의 발달이 가져다 준 문화도 엿 볼 수 있어서 이 책은 유익한 정보와 지식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