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전집 1 -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 2017년 개정판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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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상은 부당한 법 집행에 탈옥을 도와주는 친구가 있었지만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면서 독약을 마시고 세상을 떠났다는 것과 그의 부인이 악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명성과는 다르게 우리들이 그의 가르침이나 사상을 접해 본 적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름이 더 잘 알려진 그리스의 철학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에 의해서 쓰여진 이 책은 일생에 한 번은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플라톤은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하였지만,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본 후에 정치에 뜻을 두지 않았다.

(사진출처 : Daum -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사진출처 : Daum - 왼쪽: 플라톤 조각상, 오른쪽 : '아테네 학당'의 부분 -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 철학을 확립한 철학자들로, 고대 철학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사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아무런 저서도 남기지 않았기에 그의 사상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디오게네스, 라이프티우스, 크세노폰 등의 저서에서 언급되고 있는 부분들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소크라테스의 언행이 잘 나타난 저서는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향연>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독자들은 이 책들을 읽어 보기도 전에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에 책을 펼쳐 보려는 생각 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도 이런 책은 철학을 공부하거나, 그 분야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그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을 거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첫 작품인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B.C. 399년 소크라테스가 자신에게 제기된 고발 사건에 대해서 법정에서 자기를 변호하는 과정을 담아 놓은 것이다.

고발사건은 초기 고발과 후기고발로 나눌 수 있는데, 초기 고발의 경우에는 소크라테스가 자연현상에 관한 문제를 탐구하고 사론(邪論)을 정론(正論)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고발이다.

후기 고발은 나라에서 섬기는 신들이 아닌 다른 신을 섬기며 청년들을 타락시키고 있다는 고발이다.

물론, 이런 고발은 소크라테스를 따르는 청년들이 많아지기에 거기에 대한 경계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에 대해 자기는 소피스트도 아니고, 자연 철학자도 아니며, 자기의 유일한 지식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뿐이라고 변론을 한다.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하는 신들을 인정하는 대신 다른 새로운 신들을 믿음으로써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 주요 쟁점이 되었다.

" 여러분은 이 점을 고려하여 아뉘토스의 말을 따르든지 말든지, 나를 무죄방면 하든지 말든지 하십시오, 아무튼 나는 백 번 죽는 한이 있어도 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 (p. 45)

거기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의연하고도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설득한다. 작은 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재판을 받게 되면 애걸복걸, 눈물로, 가족들을 동원해서 최대한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물론, 소크라테스를 아끼는 사람들은 동정심을 유발하라고 까지 했지만 그는 자신을 고발한 사람들이 자신을 해코지하기 위한 의도였음을 주장한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변론을 보면,

" (...) 하지만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 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중에서 어느쪽이 더 나은 운명을 향해 가는지 신말고는 아무도 모릅니다. " (p. 69)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생각보다 훨씬 길고, 논리적이며 당당함이 담겨져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이와같은 변론에도 소크라테스는 사형을 구형받고 독약을 마실 시간이 가까워 오게 된다. 이 사실을 안 친구 크리톤이 감옥에 찾아와서 소크라테스에게 탈옥을 권한다. 그 이유 중에는 자식들을 위해서도 탈옥을 하라고 다그치는 것이다.

그때의 이야기인 소크라테스와 크리톤의 대화가 그대로 담겨 있는 책이 <크리톤>이다.

첫 장면은 크리톤이 감옥에 찾아와서 단잠을 자는 소크라테스를 깨우지 않고 그대로 보고 있는데, 잠에서 깨어난 소크라테스는 꿈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음을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는 탈옥할 수 없는 이유를 문답형으로, 묻고 대답하면서 친구를 이해시킨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악을 악으로 갚아서는 안된다' 것이다.

" 사랑하는 친구 크리톤이여, 잘 알아두게, 나에게는 국법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들리는 것만 같네. (...) 지금 내 생각이 그러하니 자네가 이의를 제기해도 소용없네. (...) 그렇다면 그만두게, 크리톤, 그리고 국법이 권하는 대로 하세. 신께서 우리를 그쪽으로 인도하시니까. " (p. 99)

그 다음 이야기가 쓰인 책이 <파이돈>이다.

파이돈은 엘리스 출신으로 노예로 팔러 왔다가 해방이 되어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있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죽자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에 친구인 에케크라테스를 만나게 된다. 에케크라테스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알고 있기에 그의 마지막 몇 시간 동안을 알고 있는 파이돈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마시는 순간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했었으며, 집행관은 독약을 마신 후에 어떻게 하면 좋은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해 준다. 이 책 속에는 처음에는 파이돈과 에케크라테스의 대화가 실려 있고, 그 다음에는 파이돈이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순간들을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소크라테스는 의연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난다. 독약을 마시기 전에 소크라테스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는 아내를 집으로 돌려 보낸다.

" 에케크라테스, 우리 친구는 그렇게 최후를 맞으셨소, 그분께서는 우리가 겪어 본 우리 시대의 인물들 가운데 가장 훌륭하고 가장 지혜로우며 가장 정의로운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오." (p. 234)

이 책의 마지막에 실린 <향연>은 비극작가인 아가톤이 레나이아 제의 비극 경연에서 우승한 것을 자축하기 위한 잔치에서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에로스에 관해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을 그대로 담아 놓고 있다. 그런데, 아폴로도로스는 나이가 어려서 그당시에 잔치에 갈 수가 없었고, 그 자리에 갔었던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아리스토데모스한테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다시 친구에게 해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야기 속에 또다른 이야기가 존재하는 액자소설 형식을 가지고 있다.

4 편의 이야기는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은 소크라테스에게 제기된 고발 사건의 변론, 투옥, 탈옥을 권하는 친구와의 대화, 마지막을 함께 한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순서대로 읽으면서 그 시대상과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향연>은 앞의 작품들과는 따로 읽어도 무방한 작품으로 그 시대의 사람들의 사랑에 관한 생각을 알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선입견만으로 어렵고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전의 향기를 이 책을 통해서 느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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