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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하루 - 실록과 사관이 미처 쓰지 못한 비밀의 역사 ㅣ 하루 시리즈
이한우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평점 :
우리는 그동안 역사 관련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아 왔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처럼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하드라마로 방영되는 역사 드라마를 보면, 역사를 왜곡하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상당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역사물들은 흥미를 위주로 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많은 오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록은 믿을 수 있을까?
실록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에 있어서도 의구심이 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조선의 실록 편찬에 있어서는 '태조실록'이후에 선왕이 죽으면 바로 다음 대에 실록을 편찬하였다.
정상적으로 왕권이 적자승계가 되었다면 모를까 왕자의 난이나 반종 등에 의해서 왕권이 계승되었다면 선왕에 대한 실록이 제대로 쓰여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선조실록>, <현종실록>, <숙종실록>, <경종실록>등은 수정, 개수, 수정까지 거친 <수정실록>이 있기도 하다.

그러니, 우리가 좀더 객관적으로 조선 왕들의 일상에서부터 정책 등을 알기 위해서는 <조선왕조실록>을 완독함으로써 조선시대에 대한 통각(통일적인 감각)을 갖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을 완독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이 책의 저자인 '이한우'는 역사 연구가는 아니다. 그렇지만 <조선왕조실록>을 2001년부터 2007년에 걸쳐서 통독함으로써 조선 왕들의 일거수 일투족, 그들의 일상, 정책, 사상등을 연구하게 되면서 여러 권의 책들을 펴내게 된다.
저자의 인문학적 깊이와 기자 출신의 날카롭고 감각적인 필치가 책의 바탕이 되어서 책 읽기가 수월하면서도 흥미롭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는 '왕의 하루'라는 의미가 왕의 일상만을 다루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보다는 훨씬 넓고 깊이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왕의 하루를 통해서 왕들의 일생을 살펴 본다는 의미로, 이 책은 조선사 전체를 다루고 있다.
제1부 역사를 바꾼 운명의 하루
1부 에서는 조선의 5명 왕이야기가 나온다. 그들 왕에게는 어느날 보다도 힘들고 어려웠을 하루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추체험(追體驗)한다. 물론, 실록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지만, <조선왕조실록>을 통독했기에 그 당시에 왕은 이렇게 행동했으며,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는 이야기이다.
조선이 건국하던 날의 태조 이성계, 중종반정 당일의 연산군, 인조반정 당일의 광해군, 소현세자의 마지막 하루, 정조의 최후의 날이다.
이 날들은 천지개벽을 했던 날, 역사를 바꾼 운명의 하루이기에 그 어느 하루보다도 더 길고 극적인 날이다.
물론, 저자는 사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실록에 기록되지 않은 뒷 이야기까지 추론해 낸다.

" 소현세자, 보기에 따라서는 조선의 개화, 서구화, 근대화를 300년 앞 당길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역사에서 그러하듯 위대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인물들은 종종 비운의 삶을 살다 갔고, 소현세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 (p. 136)
제2부 군신이 격돌한 전쟁의 하루
이방원과 정도전, 수양과 김종서와 한명회, 중종과 조광조 등의 이야기와 함께, 실록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조선에는 총 27명의 왕이 있었는데, 학계에서는 독살을 당했거나 독살 당했을 가능성이 있는 왕을 8명으로 꼽고 있다. 예종, 인종, 선조, 효종, 현종, 경종, 정조, 고종.
그리고 왕위를 둘러싼 권력투쟁에 희생당한 소현세자와 사도세자까리를 같은 범주에 넣는 것이다.
이런 독살이나 희생을 당한 왕들이 조선 중기 이후에 몰려 있는 것은 그만큼 조선 정치 체제가 취약했음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제3부 하루에 담긴 조선 왕의 모든 것
왕의 즉위식, 제왕학 수련, 묘호제정, 효와 불효, 국혼등이 이루어지는 현장 속이 왕의 하루를 다루고 있다.
보통 왕의 즉위식은 선왕의 부음이 있은 후에 행해지는 경우가 많았으니, 눈물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왕이 죽은 후의 묘호는 어떻게 제정했는지, 왕과 세자는 어떻게 갈등하고 대립하였는지, 왕실에서 치러지는 혼례의식은 어떠했을까 하는 이야기가 자료들과 함께 담겨 있다.
그리고 책 중간 중간의 <역사의 이면 읽기>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물이나 그 당시의 상황들을 보충설명해 주는 부분들이기에 책읽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독자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흥미롭기도 하고, 사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도 사료나 사관들은 미처 쓰지 못한 부분들까지 다루었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