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와 함께 A학점을 - 시험 잘 보며 세상 바꾸기
버텔 올먼 지음, 김한영 옮김 / 모멘토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도대체 이 책의 정체는?

이 책의 저자인 '버텔 올먼'은 대학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하였으며, 정치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변증법적 방법론과 사회주의 이론을 가르쳤으며, "미국에서 손꼽히는 변증법과 마르크스 방법론의 권위자"라고 칭해지기도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자본주의, 즉 우리 사회의 부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체제가 어떠한가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학생들은 어떤가?

그들은 이런 주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주제는 어떤 것일까? 시험, 시험이다.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하면 눈이 '번쩍'... 레이저 광선이라도 쏘아댈 것이다.

그래서 '버텔 올먼'은 학생들과 거래를 한다. 내가 시험의 법칙을 알려주겠다. 그 대신 내가 이 책 속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자본주의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학생들로서는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A학점을 받을 수만 있다면.

생각해 보면 얼마나 기발한 아이디어인가?

"나는 젊은이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시험을 잘 치르는 요령과 세상을 바꾸는 기량을 나란히 익혀, 무척이나 별나게 서로 엮인 이 한 쌍의 주제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았다고 느끼게 되기를 바란다. " (p. 10)

그러나 '버텔 올먼'은 공짜로 시험 잘 보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는 없으니, 그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자본주의와 마르크스 주의와 시험보는 요령을 단락 단락 섞어서 책을 꾸며 놓았다.

" 시험 요령과 정치적 사실 및 개념들이 푸가 음악의 대립하는 주제들 처럼 경합을 벌이게 된다. 시험 요령을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라. 구석 구석에 있다. " (p. 14)

눈치 빠른 학생들은 시험보는 요령만 골라서 읽을 수도 있으나, 이 다른 두 주제는 교묘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책을 읽다 보면 정치, 경제적인 내용들과 시험보는 요령을 함께 읽어 나가게 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두 이야기가 단락과 단락 사이를 오가면서 교차적으로 설명이 되니, 혼란스럽기도 하고 집중이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내가 더 관심이 있었던 내용은 시험의 법칙이었으니,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는 건너 뛰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두 이야기는 별개의 내용이면서도 어떤 이야기에서는 일치되는 점들도 나오게 되니, 자연스럽게 책을 순서대로 읽어 나가게 되는 것이다.

먼저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 여기는 시험의 법칙은 정말 잘 짜여져 있다. 시험의 종류별로 그 시험에서 출제자가 원하는 답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방법에서부터 어떤 답안지를 작성하여야 하는가를 정말 친절하게 잘 알려준다.

몇 년전, 고등학생의 공부를 도와 주기 위해서 EBS 방송을 각 과목별로 같이 들은 적이 있다. 내용 설명과 문제풀이까지 EBS 교재를 가지고 공부를 했는데, 문제풀이 과정에서 강사들은 시험문제를 파악하고 정답을 고르는 요령까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다.

강사들 자신이 출제자이기에 문제를 출제할 때의 자신의 생각이 곧 문제의 답을 구할 수 있는 지름길이니, 정답을 맞추는데도 요령이 존재하는 것이다.

OX 문제, 단답형, 선다형, 논술시험, 구술시험 등을 중심으로 답안 작성, 출제자의 심리 파악, 채점 요령까지 완벽하게 알려준다.

이것만을 숙지해도 이 책은 그 값을 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왕이면 저명한 정치학 박사의 이론이 담긴 책이니, 그 부분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학창시절 변증법이나 마르크스 이론은 거의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웠던 기억이 난다.

마르크스 이론을 깊이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었던 시대에 살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의 불의나 부조리에 관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거기에 마르크스의 이론이 더해진다.

오늘날의 사회문제들을 주로 다루면서 비판적인 경향의 이야기를 늘어 놓기도 하지만, 저자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기에 유머러스하게 문제점들을 풀어나가는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잘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책 속의 삽화는 저자가 풀어 나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이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날카롭고 비판적인데, 그것을 보다 더 감각적이고 풍자적으로 표현하기에 그 삽화만으로도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정치적 사실과 개념, 그리고 시험의 요령,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주제가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발한 발상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하여 자본주의와 마르크스 주의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면 이 책은 그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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