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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모 -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이승욱.신희경.김은산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대한민국이 어떻게 하다가 여기까지 온 것일까?
바로 지금 이 시간에도 이와같은 일이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은 가정에서.
<대한민국 부모>는 바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가족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더하지도 않고, 빼지도 않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은 2명의 심리학자와 1명의 인문학자가 공동으로 쓴 책인데, 그들은 '이승욱의공공삼담소'에서 만난 대학민국의 부모와 그들의 자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오늘날 부모와 자녀들의 문제점을 차근차근 파헤쳐 나간다.
상담실에 온 부모와 자녀의 이야기 중에는 그들의 대화를 그대로 소개하고 있는데, 리얼하게 전개되는 대화를 읽으면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어떻게 이렇게 일그러지고 망가졌는가?' 하는 탄식이 나올 정도이다.
부모를 향해서 욕을 서슴치 않고 뱉어 내는 아이들. 자녀를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양, 일거수 일투족까지 관찰하고 간섭하면서 아이들을 피폐하게 만드는 부모들. 특히 자녀를 사랑한다는 미명하에 아이들을 사육하는 엄마들.
오죽하면 아이들은 다시 태어난다고 하면, 아무 것도 안하고, 먹고 놀기만 해도 사랑받는 개로 태어나고 싶다고 할까.
그러면 대한민국의 아빠들은 개보다도 서열이 낮으니... 그들은 돈은 벌어오지만 뭐하러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권위도, 영향력도 없는 '찌질이'.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노라며 억울해 하며 자식을 포식하며 욕망을 채우려고 하는 '미친년'.
오해하지 마시라. 위의 글들은 책 속에 나오는 내용들 중의 일부일 뿐인데도, 내가 써 놓고도 섬뜩할 정도이니, 저자들이 상담소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가감없이 썼는가를, 그리고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가정의 현실임을 어떻게 하겠는가.

"아이들에게 공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유를 불문하고 그냥 해야 하는 의무 같은 것이다.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라 하지만 그건 부모의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현재 아이들에게는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그 공부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일 뿐이라는 점이다. " (p. 26)
책 속의 사례를 소개하면, 이런 이야기도 있다. 아들을 닥달해서 삼수끝에 의대에 입학을 시켰고, 드디어 의사가 되었는데, 아들에게서 이런 내용의 글이 날아 왔다고 한다.
" 당신의 아들로 산 것은 지옥이었습니다. 이제 당신을 떠나니 더 이상 찾지 마십시오. 찾는다면 또 떠날 것이니 저를 제발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 (p. 63)
성장기에는 부모의 간섭을 참고 견뎌서 명문대를 가고,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장도 얻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아프리카로 자원봉사를 떠나 버린 딸의 이야기도 있다.
특히 엄마들은 자녀들을 자신의 소유물이란 생각과 함부로 해도 되는 대상이라 생각하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말하는 훌륭한 엄마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사회적으로 성공시킨 엄마, 자신이 하지 못했던 완벽한 자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거기에 자녀를 좋은 대학을 보내는 것은 신분상승을 위한 교두보라기 보다는 신분하락을 막아주는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이 작용하여, 만약에 자녀가 30,40 대 가장이 되었을 때에 제 앞가림도 못한다면 부모의 노후는 암담할 것이라는 생각도 담겨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 자신이 숨이 막힐 정도로 사방이 콱 막힌 느낌이니,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즈음에는 자녀 교육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와서 부모들도 아이들의 문제가 부모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부모들의 생각을 조금도 바뀌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의 5부 에필로그에는 '다시 태어나기 위해 이제 무엇을 할까'라는 주제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고쳐 나가야 할 것들이 22가지 수록되어 있다.
그중의 몇 가지를 소개하면,
삶의 기준을 '남들 타령'을 하지 말고, 자기자신을 기준으로 삼으라는 것, 부모들이 먼저 자신의 고유한 삶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부모들의 삶을 어떻게 가치있게 살아 갈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엄마는 자식과 남편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지 말아야 한다. 자식에게 집착을 할 때에 아이들은 수렁 속에 빠지게 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이들의 문제는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의 문제이기 이전에 부부의 문제인 것이다.
부부관계가 좋을수록 자녀에게 집착을 하지 않으며, 부모는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거나, 부모니까 대접을 받으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흔히, 자녀들이 시험준비를 하니까 집안의 경조사에 빠져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공부하는 아이라고 해서 봐주거나 책임을 덜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이 책 속에는 저자들이 상담한 사례들이 다양하게 소개되는데, 거기에 저자들의 자녀가 겪었던 문제점들도 소개한다.
대한민국 이대로는 절대 안된다. 부모가 바뀌어야 하고, 아이들이 바뀌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엄친아' '엄친딸' 누가 만들어낸 말인가?
먼저 대한민국 사회가 바뀌어야 하고,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 내는 매스컴이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