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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이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22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름다운 아이>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R. J. 팔라시오'의 데뷔작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어거스트는 선천적으로 안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다. 27 차례의 대수술을 했지만, 그 아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헉' 하고 놀라거나 아이들일 경우에는 '꽥'하고 놀랄 정도로 얼굴이 형편이 없다. 심한 화상을 입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기이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마치 곤죽처럼 뭉개진 얼굴을 가진 아이이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따라 다니는 별명은 생쥐소년, 변종, 괴물, 프레디 크루거, 이티, 구토유발자, 도마뱀얼굴, 돌연변이 등이다.
" 나는 평범하다고 느낀다. 마음속으로는. 그렇지만 평범한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다른 평범한 아이들이 꺄악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게 만들지 않는다. 어딜 가나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을 받지 않는다. " (p.8)
아마도 누구나 길을 가다가 외모가 몹시도 이상한 사람들을 보게 된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에 우린 어떤 표정을 지었던가?
아이들이라면 그 모습에 놀라서 자꾸 쳐다보기도 했을 것이지만, 어른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그 모습을 보는 것을 자제할 것이다.
쳐다 보기가 민망하여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바닥만을 응시한 경험도 있을 것이다.
어거스트는 자신의 이 괴상한 외모때문에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꿰뚫어본다. 그만큼 이런 사람들에게 타인의 시선은 버겁기만 한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 학교 가는 언덕길에는 아침부터 등교하는 아이들로 붐볐다. 그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아주 큰 저택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참 부잣집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곤 했는데, 그 집에는 아주 예쁜 딸과 왜소발육증 (난쟁이) 딸이 있었다.
왜소발육증 딸은 나와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가정부가 학교를 데리고 다녔다. 워낙 부잣집이기에 아이들에게 집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것도 주고, 잘 해 주었기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소곤 소곤 그 아이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런 시선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아이>에서는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어거스트는 열 살이 될 때까지 집에서 엄마의 교육을 받으면서 공부를 하다가, 5학년으로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
" 굳이 고개를 들지 않아도 온통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고 있음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다들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흘깃 흘깃 곁눈질로 나를 살폈다. 그런 시선쯤은 예사롭게 넘길 정도는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 (p. 87)
어거스트가 학교 생활에서 겪게 되는 힘겨운 1년의 기록이 이 책의 내용이다.
아무도 옆에 앉으려고도 하지 않고, 몸이 닿으면 전염병에라도 걸릴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는 아이들.
거기에 그를 계속해서 괴롭히는 무리들.
철석같이 믿었던 친구인 잭이 교장 선생님이 어거스트를 잘 돌보아 주라고 해서, 친절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순간에 느끼게 되는 배신감.
" 솔직히, 걔 말이야. 그 쪼그라든 머리처럼 생기지 않았냐? 너희들 그거 본 적 있어? 아마존 원주민들이 만든 거 있잖아. 걔랑 똑같다니까"
"나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오크 족 괴물 같던데."
" 야, 내가 걔처럼 생겼으면 하느님한테 맹세코, 맨날 얼굴에 모자를 덮어쓰고 다닌다. "
" 뭐가 문제냐면, 걔는 맨날 나를 졸졸 따라다니잖아. 어떻게 하면 좋지?"
" 그냥 따돌려 버려."
누구보다도 믿고 따르던 누나인 비아가 고등학생이 된후, 연극 공연이 있는 날, 자신이 학교에 나타나는 것을 꺼려서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처절함.
" 올리비아? 맞아, 걔 착하더라. 그런데 동생이 기형아라며?"
그러나, 어거스트는 외모는 그렇지만, 학교에서는 과학에 뛰어난 모범생이다.
과연 어거스트는 외계인을 보듯 하는 학생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학교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닐 수 있을까?
이 책은 어거스트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그를 둘러싼 주변인물인 비아, 서머, 잭, 저스틴, 미라다가 각 장마다 주인공이 되어서 같은 시점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시각으로 그려나가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똑같은 사건이지만, 그것을 여섯 사람은 나름대로 해석하고 갈등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내 비친다.
어거스트가 마음 아파할 때는 나도 마음이 아프고, 그가 작은 기쁨을 느낄 때는 나도 큰 기쁨을 느끼게 된다.
어거스트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날이 할로윈 날이라고 한다. 가면을 쓸 수 있기에 자신의 외모를 숨길 수 있는 그날이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거스트도 할로윈 날이 아닌 다른 날도 좋아할 수 있는 그런 아이가 된 것이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 자신만의 매력으로, 그의 힘으로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자가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 (p. 462)
이 책을 읽으면서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ㅣ 창비 ㅣ 2011> 아름이가 생각난다.
비록 병으로 인하여 얼굴과 신체는 조기 노화로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꿈을 잃지 않고 담담하고 밝게 살아가는 아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름다운 아이>도 역시 'R.J. 팔라시오'가 어느날 공원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어거스트처럼 안면 기형아이를 보고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처럼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성형과 다이어트로 밖으로 나타나는 외모에만 치중하는데, 그 보다 더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이고, 행동임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작가는 섬세한 필치로 어거스트를 비롯한 인물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어거스트같은 아이들이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것은 관심도, 무관심도 아닌 일반인처럼 자신을 대해 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 인생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봅시다.... 언제나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려고 노력하라. " (p. 455)
" (...) 친절이란, 참으로 간단한 일. 누군가 필요로 할 때 던져 줄 수 있는 따뜻한 격려의 말 한 마디. 우정 어린 행동. 지나치며 한 번 웃어주기." (p. 457)

일반인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 주는 것이 이들에 대한 배려이자 사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