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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평점 :
<살아야 하는 이유>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답답하고 멍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은 <고민하는 힘>의 후작이라고 하는데, 그 책을 읽지를 않았다. 또한 저자에 대해서도 어떠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책 속에 나오는 '나쓰메 소세키', '막스 베버',' 윌리엄 제임스' , '프랑클' 은 이름만 들어 보았을 뿐이지, 그들의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없다.
만약에, 이런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읽기를 포기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책의 행을 가득 메운 문장들은 눈으로 들어 오기는 하지만, 머리로는 들어 오지 않는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눈에 들어 왔다가 그냥 튀어 나가 버린다.
그래서 인문학 서적은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없으면 읽어도 읽는 것이 아닌 것이다.
책의 서문에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이 담겨 있다. 그 시작부터가 무겁게 가라 앉아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저자가 가난한 재일교포 2세이며,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비판적이고 냉철한 시각을 가진 학자임을 알게 되었다.
'무엇이 행복이라고 느끼는가?' 와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의 두 질문의 답이 바뀌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복감을 맛 보게 된다는 것을 인지시킨다.
이미 100 년전인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나스메 소세키'는 자신의 작품 속의 인물들을 통해서 기존의 행복 방정식의 한계를 간파하고, 새로운 행복의 형태를 이야기 했다.
소세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행복론을 말하게 된 것은 영국 유학 당시 윌리엄 제임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과학의 보편적 법칙보다는 개인적인 감정에 중점을 두고 인간성의 본질을 파악해 간 인물이다.
또한 여기에 유대인 정신의학자인 프랑클의 생각도 가세를 하게 된다. 그는 2차 세계 대전 강제수용소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학대를 받았으나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인물이다.
여기에 또 한 사람의 생각을 덧붙이는데, 그는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이다.
고민하는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이 타자와의 만남에서 흔들리고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고 변화하는 양상을 소세키, 베버, 제임스, 프랑클이 각각의 분야에서 각각의 입장에서 어떻게 고민하고 통찰하였는가를 비교하여 설명해 준다.

특히 소세키의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의 마음을 괴롭혔던 고민거리를 5가지로 분류해 본다. 돈, 사랑, 가족, 자아의 돌출, 세계에 대한 절망.
그런데, 이것들은 하나 하나 떨어져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뒤엉켜 한꺼번에 몰려오는 형태로 작품 속에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분석들이 왜 필요한 것일까?
결국에는 일본의 3.11 대지진의 참사 앞에서 사회에 대한 불안감은 그 한계를 넘었으며, 그 공포는 일본인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끝없이 밀려오는 불안과 절망 속에서 우리가 왜 살아가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우린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려운 이 인문학 책의 핵심이자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다음과 같다.
" 하지만 행복은 추구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노력해도 안 된다는 허무주의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 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 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가 죽을 필요도 없이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는 것.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고 생각되어도, 마침내 인생이 끝나는 1초 전까지 좋은 인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는 것. 그리고 마음이 명령하는 것을 담담하게 쌓아 나가면 나중에 돌아 보았을 때는 저절로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 등등. 이러한 '태도'가 아닐까요." (p. 191)
덧붙이자면,
" 제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낙관적 인생론이나 행복론을 체로 쳐서 비관론을 받아들이고 죽음이나 불행, 슬픔이나 고통, 비참한 사건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인생을 마음껏 살아가는 길을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바로 '인간이 덧없이 죽을 운명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어디까지나 겸허히 인간적인 것을 긍정한다." 는 것입니다. (p. 195)
이렇게 저자는 책의 끝부분과 '글을 마치고' 를 통해서 위와 같이 자신의 행복론을, 그리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간결하게 마무리 지어 준다.
혹시, 이 책을 읽기가 힘겨운 독자들이라고 해도, 이 부분을 마음에 담아 두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생각해 보고,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