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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 김수영이 만난 25개국 365개의 꿈
김수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당신의 꿈은 몇 개입니까?"
나는 그동안 내 꿈이 여러 개라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언젠가 터키의 기독교 성지에 갔을 때에 작은 샘물이 나오는 곳이 있었는데, 그 성수를 마시고, 그곳의 벽에 소원을 써서 붙여 놓으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말을 듣고 고민, 고민을 했다.
우리 가족의 소원을 빌 것인가, 아니면 아들의 소원을 빌어 줄 것인가.
그당시 아들이 대학입시 준비로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여행을 온 엄마 맘이 그리 좋지는 않았었기에, 고민 끝에 두 가지를 합쳐서 종이에 적고는 바람에 날려가지 않게 단단하게 매달아 놓았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김수영의 경우를 보면 그녀의 꿈은 70가지, 80 가지가 넘는 것이다.
이전에 읽었던 <멈추지 마,다시 꿈을 써 봐>를 보면 73가지의 꿈 중에 상당히 많은 꿈을 이루었다고 자랑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쉽게 이룰 수 없는 꿈들임에도 그녀에게는 어떤 마력이 있는지, 잘 이루어 내는 것이다.
김수영의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전직 아나운서였던 '손미나'의 에세이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손미나 ㅣ 삼성출판사 ㅣ 2009>를 읽던 중에 알게 되었다. 실업계 출신의 도전 골든벨 소녀를 해외 어딘가에서 만났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녀의 꿈 이야기가 그 책 속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몇 년후에 <멈추지 마, 다시 꿈을 써 봐/ 김수영 ㅣ 웅진지식하우스 ㅣ 2010>를 통해서 그녀의 삶과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는 '이건 기적이야!'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지지리 가난한 가정에서 책속의 표현을 빌리면,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에, 엄마는 울보였다고 한다. 중학교 때는 문제아로 일진의 폭주족이기도 했기에 선생님들은 자퇴를 시키려고 했고, 그녀는 더 이상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중퇴를 하게 된다. 그리고 1년 후에 검정고시로 실업계 고등학교에 들어간다.
그리고 연세대를 거쳐서 골드만 삭스에 입사, 다시 영국에서 대학원 졸업, 지금은 세계 매출 1위 기업인 로열더치쉘의 영국 본사에서 근무한다.
그러나, 그의 학력과 경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녀는 그 과정 속에서 세계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거리의 아이가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꿈이 차곡 차곡 실현되고 있다.
10대에는 암울했고, 20대는 화려하게 비상을 했고, 갓 서른 살이 되는 지금은 또 다른 꿈들 속에서 살아간다.
" 그렇게 나는 하늘과 땅처럼 다른 두 개의 삶을 살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기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참한 과거의 삶과 행복한 현재의 삶의 간극을 메운 것은 바로 꿈이었다. " (p. 6)
요즘의 청소년들과 비교하면 너무도 다른 삶의 모습.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청소년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디론가 내몰리고 있는 혼돈 속의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충분히 인생의 멘토가 될 수 있는 인물이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는 김수영이 세계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꿈에 관한 이야기이다.
꿈이란 청소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그 대상은 어린이에서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다. 물론, 나라도, 인종도, 성별도,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2011년 6월부터 1년간, 365 일간 25 개국 365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인터뷰이들에게 자신의 꿈을 쓰게 하고, 그 과정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였으며, 자신도 역시 1년 동안에 이루고 싶은 꿈 10가지를 선정하여 9가지를 달성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저자 자신의 힘만으로 되었다면 훨씬 값진 일이었겠지만, 이 프로젝트는 '킵 워킹 펀드'를 받고 다큐제작 제안까지 받아서 수행한 계획적인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또한 SBS 스페셜 <나는 산다 : 김수영의 꿈의 파노라마>로 방영까지 되었다.


나는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는데, 간혹 출판사의 제의로 돈을 받고 여행을 하고 쓴 에세이를 접하게 되면 그 감동이 팍 줄어든다.
여행의 목적도, 그 곳에서 느낀 감상들도, 작위적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도 그런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365 명의 꿈은 거창한 꿈들은 없다. 소박하고 작은 꿈들이지만,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마음들이 담긴 꿈이다.
탈레반 밑에서 경찰로 일했다는 쉐르자드는 바티칸에서 잡상인으로 일하면서 경찰을 피해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 평화로운 세상이 와서 고국에 돌아가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

우리가 생각하면 평범한 꿈이지만 그 꿈을 이루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스 케팔로니아 섬에서 저자가 세일링을 배우면서 만난 세일링 선생님의 꿈은 " 나는 내 꿈을 이뤘어요. 죽을 때까지 이 섬에서 사는 게 꿈이죠 "

29살 아들을 암으로 잃은 그리스에서 만난 디오니는, " 파노스의 뜻을 기리며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돕는 것, 그 자체가 제 삶의 전부이자 남은 삶의 꿈이에요."

종교 경찰이 옷 입는 것부터 생활 양식까지 간섭하는 이란에서 만난 히잡을 입은 여인들은, " 우리의 선택은 하나뿐이에요. 어떻게든 외국으로 나가서 자유롭게 사는 것" 이라고 말한다.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할머니는 " 데라반의 우리 집과 올리브 나무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이다 난민촌 아이들은 하나같이 " 팔레스타인 독립이 꿈이" 라고 말한다.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가장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가장 행복한 꿈을 가진 사람은, 암벽등반가였다가 사진 다큐의 모델이 되었고, 지금은 아웃도어 사진 작가인 댄의 꿈이다.
"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 자체가 꿈만 같아요, 지난 25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그대로 해 왔으니까요. 전 정말 행운아죠? 영원히 이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아요."
댄과 같은 행운가가 이 세상에는 얼마나 될까?

" 아... 정말 누구에게나 꿈이 있고, 그래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구나. 그래, 난 이 세상에 흩어진 꿈들을 멋지게 하나의 파노라마로 이어볼 거야. 그렇게 반짝 반짝 빛나는 꿈들을 모아 고민만 하는 이들에게 빛을 비춰주는 거야. " (p. 41)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프로젝트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10 년후에 지금 꿈을 인터뷰 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서 그들이 그들의 꿈을 이루었는지, 아니라면 어떤 꿈을 이루지 못했는가를 추적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잠깐 여기에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저자는 부모님을 위해서 집을 지어 드렸고,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엄마의 꿈인 성지순례를 같이 떠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자동차를 빌려서 운전을 하여 가는 길은 구비 구비 굽어진 험한 곳이었다. 그녀는 이 길을 운전하면서 몹시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아빠가 운전 중에 " 왼쪽으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니야?" 하고 조심스럽게 묻는 말에 " 가면 될 거 아냐"하고 소리를 지른다.
또한, 운전 중에 신경이 쓰인다고 뒷 좌석에게 과자를 먹는 엄마에게 핀잔을 준다. 나중에 엄마는 딸에게 " 나 과자 먹어도 돼" 하고 물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언행에 깊은 반성을 하기도 한다.
물론, 많은 독자들은 이 부분을 에피소드 정도로 지나칠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세계인의 꿈에 관한 이야기이니까.
그러나, 나는 이 부분을 그냥 넘어가기가 힘들다. 물론, 반성의 글이 뒤따르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는 자신의 승승장구하는 삶의 모습이 자신의 힘으로만 이룩한 것이기에, 부모에 대한 마음이 그런 언행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보게 된다.
지금의 그녀가 있기 까지에 부모들은 조력자라기 보다는 방해꾼이었을 것이다. 어느날, 자신이 정신을 차리고 용기있게 삶을 개척하였기에 오늘날의 김수영이 있었던 것이다.
안락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가정에서 올바른 가정교육을 받은 자녀라면 아무리 신경이 예민해졌다고 해도 부모가 자녀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그 어떤 청춘들보다 많은 꿈을 이루었고, 그래서 많은 청소년들과 청춘들에게 멘토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못난 부모라도 부모는 부모이기에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 마음이 없다면 그녀가 이룬 꿈은 물거품과 같은 것이 될 것이다.
"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다" 고 한다.
우리의 인생도 그와 같다.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마음 속에서는 자만심이 커져 가게 마련이다.
때로는 냉정하게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부모라면 자녀들에게 성공한 삶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어야 할 것이다.
간혹, 부모의 꿈이 자식의 꿈으로 착각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책 속에 담겨 있는 많은 사람들의 꿈을 되짚어 읽어 보면 그 속에 꿈에 대한 정답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