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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와 함께한 수학 일기
알렉산더 즈본킨 지음, 박병하 옮김 / 양철북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는 아이의 공부는 엄마의 책임인 것처럼 생각한다. 사교육을 시키는 경우에는 발빠르게 어떤 곳에 좋은 선생님이 있는가를 알아야 하고, 연령대에 맞추어서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는가도 엄마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아빠는 아이의 공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무관심한 이 시대에 '아빠의 수학일기'라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내 경우에는 아들이 처음 숫자를 익히는 과정에서 중학교 과정이 끝날 때까지는 함께 공부를 했기에 '내 아이와 함께 하는 수학 공부'라는 것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수학 올림피아드 문제 같은 경우에는 응용력을 많이 요구하는 문제이기에, 때로는 함께 생각하고, 함께 풀면서, 정답을 맞추어 가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어떤 과목보다도 수학 과목을 잘 했고,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되었다. 그리고 경제학을 전공하다 보니 아들에게 수학은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 내 아이와 함께한 수학일기>를 보는 순간,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인 '알렉산더 즈본킨'은 소련개방기에는 과학기술원 소속 연구 위원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고, 그후에는 러시아 석유 가스 산업 자동차 연구소에서 수학, 컴퓨터 연구원으로 일했다.
러시아가 어느 나라보다도 기초학문인 수학과 과학이 발전되었기에 그들의 수학 교육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당시 저자는 4살된 아들이 지마와 또래 친구들을 모아서 수학동아리를 만들고, 1주일에 1번 15분에서 1시간동안 수학을 가르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는 가르친다는 표현을 썼지만, 그의 수학일기를 읽어 보면 수학을 가르치기 보다는 수학으로 놀기, 놀면서 수학문제 풀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표현도 이 책을 읽어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반드시 수학문제를 풀어야 겠다는 그런 개념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수학을 접하고, 수학과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렇게 4년간을, 그리고 딸 줴나와 또래친구들에게도 2년간, 이런 수학동아리 활동을 아빠가 주체가 되어서 함께 한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간혹 " 왜, 자신의 아이에게만 수학을 가르치는 것도 힘들텐데, 다른 아이들까지 가르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그건 자신의 아이를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부모들이면 잘 알 것이다. '자신의 아이만' 일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서 수업을 게을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되면 서로 같은 생각을, 다른 생각을 하게 되기에 거기에서 배울 수 있는 점들도 많은 것이다.
책 내용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아주 수학을 싫어 하는 엄마가 질문을 했다. 자신도 자신의 아이를 이런 방법으로 수학을 가르칠까 하고, 저자의 답은 " 아니요, 하지 마세요" 이다.
그 이유는? 자신이 싫어한다면 아이에게도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친구이자 수학자이며 교육자인 '안드레이 토옴'은 '즈본킨'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 넌 수학이 아니라 삶이 무언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구나." (p. 32)
그 말이 의미하듯이, 앞에서도 말했듯이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수학적 두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문제를 제시하고 아이들의 반응을 관찰한다. 그래서 그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 " 왜, 그렇게 생각하니?" 이다.
설령 문제의 답이 틀려도 상관은 없다.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다.
한 번은 아들이 틀린 답을 이야기했는데, 그 답이 왜 틀리는지,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지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한다. 1년인가 흐른 후에, 어떤 계기로 아들은 그 때의 아빠의 질문과 자신의 답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때서야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수학 문제가 실려 있다. 수학을 공부한 어른들이 보면 분명, 집합, 확률, 도형, 조합 등에 해당하는 수학문제이고 아이들의 수준에는 너무 높은 수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지만, 저자의 생각은 그와는 다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생활 속에서 집합이 아니고, 확률이 아니고, 조합이 아닌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문제들을 수학적 문제로 생각하는 것부터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차근차근 읽어 보아야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저자가 이 책을 출간을 목적으로 쓴 것이 아닌, 자신의 아이들과 수학 동아리를 가르치면서 개인적인 기록들일 뿐이다.
그런데, 어느새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면서 20 년후에 출판을 권유받게 되면서, 오래전의 수학일기인 아빠의 기록에 아이들의 당시 기억들이 합쳐져서 책으로 엮어진 것이다.
우리나라 저자가 쓴 책으로 <아빠 수학노트 / 민병갑 ㅣ 예담 ㅣ2012>이 있는데, 이 책은 아빠가 수학을 어려워 하는 두 아들에게 수학의 개념을 쉽게 풀어 낸 책인데, 이 책에는 < 내 아이와 함께 한 수학일기>보다는 학교 수업내용을 중심으로한 내용들이다. 그런데 앞의 책과 공통점을 찾자면 수학공부와 인생의 상관관계를 일깨워 준다는 점이다.

< 내 아이와 함께 한 수학일기>가 <아빠의 수학노트>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수학 이외의 학문까지도 다루고 있다.
아이들의 수학 공부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한 번 쯤 이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최소한 아이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라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수학은 어렵게 공부하는 과목이지만, 나중에 별로 소용이 없는 학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두뇌 회전을 비롯한 사고력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되고, 모든 학문의 근간이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아빠가 바쁘다면, 엄마면 어떻겠는가? 자녀와 함께 수학일기를 써보는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