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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내 맘을 몰라 -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27
재니 호커 지음, 앤서니 브라운 그림, 황세림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즐거워야 할 주말 여행 !!
그런데, 나만 소외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던가?

엄마를 일찍 잃은 리즈는 아빠와 오빠와 함께 캠핑카로 주말 여행을 갔다. 물론, 주말여행이지만 아빠는 이곳 칼튼 홀 오토바이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서 왔다.
리즈가 미술 시간에 멋진 작품을 그려서 선생님으로 부터 받은 고급스러운 스케치 북에 오빠는 누드화를 그려 놓았다.
그런데, 아빠는 그런 오빠를 야단치기 보다는 오빠가 장난을 한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들러리가 아니라고요!" ( 책 속의 글 중에서)

리즈는 속상하다. 언제나 아빠와 오빠의 들러리처럼 느껴지는 것이.
어린 시절 우리에게도 이런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첫 째 아이였다면, 부모님이 동생만 귀여워 해 주시는 것 같았고, 첫 째 아이가 아니라면 오빠나 언니만 위해 주는 것 같고...
그래서 마음이 언잖았던 기억들이 있는 어린이들이라면, <아빠는 내 맘을 몰라>를 읽고 진짜 자신의 마음, 부모의 마음, 형제 자매간의 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연결된다. 아빠와 오빠의 들러리가 싫었던 리즈는 캠핑장을 떠나서 칼튼 홀을 돌아 다니다가 아흔 살이 넘은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그 할머니는 자신이 이 정원 최고의 정원사였는데, 어린 시절에는 남자로 살아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아빠는 내 맘을 몰라>는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는 액자 형식을 갖추고 있다.
리즈의 이야기, 샐리 벡 할머니의 이야기가 교차되어서 전개된다. 할머니가 남자로 행세하며 살 수 밖에 없었던 날들.
샐리 벡 할머니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한때는 남자로 살았지만, 그것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없었던 날들이었음을 이야기해 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리즈는 자신의 가족들에 대하여 느꼈던 감정들이 부질 없었던 생각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은,
" 저는 그냥 제 모습 그대로 갈래요." (p. 111)

가정에서 들러리란 없는 것이다. 사랑을 받고 있으면서도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자신이 들러리인 것 처럼, 외톨이인 것 처럼 느낄 뿐인 것이다.
자신의 본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 이며,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가정에서의 자신의 위치, 가족간의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앤소니 브라운'은 어린이들에게 잘 알려진 그림 동화 작가로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잘 표현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 중에 감명깊게 읽었던 작품으로는 < 우리 아빠가 최고야>, <우리 엄마>, <나와 너>, <앤소니 브라운의 마술 연필>가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앤소니 브라운'은 그림만 그리고, '제니 호커'가 글을 썼다.
그래서 그림은 낯익게 들어 오지만, 글은 새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그림동화를 쓰고 그리는 '앤소니 브라운'의 글을 절제된 표현 속에서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앤소니 브라운'이 그림을 그린 동화로 어린이들은 액자 형식이라는 새로운 글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어린이와 함께 이 책을 읽는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귀중한 가족인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