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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플까봐 ㅣ 꿈공작소 5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이승숙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11월
평점 :
<마음이 아플까봐>를 읽는 동안 마음이 아파옴을 느끼게 된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그 힘겨움이 한 소녀의 마음에 그대로 담겨 있는 듯하기 때문이었다.

머릿속이 온통 호기심으로 가득한 소녀.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들을 보는 순간에도, 인체의 신기함을 아는 순간에도, 동물과 식물의 생태계를 보는 순간에도 소녀에게는 할아버지가 함께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할아버지의 빈 의자를 발견하는 순간 소녀는 마음을 빈 병 속에 가두어 버린다.
마음을 병 속에 가두어 목에 걸고 다니는 그때부터 소녀에게는 호기심도 사라지고, 열정도 없어져 버린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이 되어 주었던 할아버지의 부재가 그만큼 소녀에게 아픔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우리는 어른들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아픔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그 아픔은 어른보다도 더 크다는 것을 <마음이 아플까봐>를 통해서 깨닫게 된다.
이런 그림책으로는, <무릎딱지/ 샤를르토 문드리크 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ㅣ 한울림 어린이 ㅣ 2010>과 < 사랑하는 아빠 / 싱지아 훼이ㅣ 주니어 랜덤 ㅣ 2011>가 있다.
<무릎딱지>는 온통 빨간색으로 그려진 그림책이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 아이는 혼자서 그 슬픔을 삭힌다. 혼자 울고, 혼자 앉아서 엄마를 생각하고, 화를 내고...
아이는 자신이 그렇게 아픈데도,
" 걱정 마, 아빠 내가 아빠를 잘 돌봐줄게" ( 무릎 딱지 중에서)라는 생각을 한다.
<무릎 딱지 중에 나오는 그림 중에서>
아이는 엄마 냄새가 새어 나가지 않게 더운 날씨에도 창문을 꼭꼭 닫아 놓는다.
엄마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귀를 막고 입을 다물고, 엄마 목소리를 기억해 낸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의 무릎에 상처가 났다. 그 순간에 들리는 엄마 목소리.
" 괜찮아, 우리 아들. 누가 우리 착한 아들을 아프게 해? 넌 씩씩하니까 뭐든지 이겨 낼 수 있단다. " ( 무릎딱지 중에서)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앉으면 손톱으로 긁어서 또 상처를 낸다.
왜, 그럴까 ? 아이는 자신의 마음 속에 울려 퍼지는 엄마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아이는 무릎에 상처가 나서 아파도, 엄마 목소리를 듣는 편이 더 좋은 것이다.
<사랑하는 아빠>는 엄마를 잃은 소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엄마가 부탁했던 '아빠를 돌 봐 드려라'라는 소원을 들어 주기 위해서 여러가지 노력을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절망에 빠진 아빠에게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한 소녀의 노력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사랑하는 아빠 중에서>
<무릎딱지>, <사랑하는 아빠>, < 마음이 아플까봐>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의 어린이들의 마음이 잘 나타난 그림책이다.
마음을 닫아 버리기 보다는, 슬픔에 잠겨 있기 보다는 그 아픔을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게 해 준다.
<마음이 아플까봐>에서는 소녀가 호기심 많은 작은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병 속에 갇혀 있던 마음을 다시 꺼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아픔은 누군가의 작은 배려로 떨쳐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아픔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프다고, 상처를 받았다고, 마음을 숨겨 버리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도 중요한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 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