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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 2016 영광군민 한책읽기운동 선정도서 선정, 아침독서 선정, 2013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ㅣ 바람그림책 6
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6월
평점 :
2011년 3월, 일본에서는 대지진이 일어났고 쓰나미현상으로 원전이 폭발하고 집들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장면이 매스컴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전달되었다.
가족 잃은 사람들의 모습, 한순간에 폐허로 변한 그들의 보금자리...
삶의 모든 것을 송두리채 잃어 버린 사람들을 보면서 우린 무엇을 생각했던가?
그런데, 일본에서는 1995년 1월에도 그와같이 끔찍한 고베 대지진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미 우리들에게는 잊혀져 가는 일이지만,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결코 잊혀질 수 없는 큰 상처로 가슴이 '뻥' 뚫렸을 것이다.
고베 대지진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가 < 천 개의 바람 천개의 첼로>이다.
이 글을 쓴 '이세 히데코'는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인데, 이 이야기의 현장에 있었기에 더 생생한 자신의 마음을 펼쳐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소년과 소녀 그리고 할아버지.

그들은 모두 가슴 속에 큰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다. 소년은 애지중지하던 강아지 그레이를 잃어버리고, 몇 날 며칠을 울던 중에 아버지가 첼로를 사주셨는데, 그 첼로는 꼭 그레이 몸집만 했다.
어느날, 첼로 교습소에서 만난 소녀는 고베 대지진 현장에 있었고, 지진후에 아이가 키우던 새를 하늘로 날려 보내야만 했다.

사람도 살기 힘든 상황에서 동물까지 보호할 수 가 없어서 자신들이 키우던 동물들을 지켜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소년은 소녀와 함께 풀밭에서 연주를 하던 중에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는데, 그 역시 고베 지진 현장에서 살아 남은 사람으로 친구는 세상을 떠났지만, 친구의 유품인 첼로는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어느날, 소년은 소녀와 함께 풀밭에서 연주를 하고 공원을 내려 오던 중에 첼로를 든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같은 마음으로 뜻을 모아 <고베 대지진 복구 지원 음악회>를 열기 위한 첼리스트인 것이다.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모여서 만들어진 '천 명의 첼로 콘서트'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이 콘서트에는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모인 첼리스트 1013명이 참여하였다.
폐허 속에서 울려 퍼지는 1000 개의 첼로 연주.
소년은 그레이를 품 안에 안은 듯이 첼로를 켜고, 소녀는 자신이 지켜 주지 못하고 날려 보냈던 플로르의 소리를 듣는 듯 첼로 소리를 듣고, 할아버지는 친구의 유품인 첼로를 연주하고....

또는 그 누군가의 마음에 위안을 주기 위해서 첼로를 연주하는 것이다.
" 지진으로 무너진 마을이나, 피해를 당한 마음의 사람들을 응원하는 음악회란다. 첼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어. 이렇게 연습하는 날에 올 수 있다면 말이야" (책 속의 글 중에서)
"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마음이 하나가 되도록 느끼면서 연주하면 돼." ( 책 속의 글 중에서)
하늘로, 하늘로 울려 퍼지는 첼로의 대합창 소리는 그렇게 고베 대지진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울려 퍼지는 것이다.
너무도 많은 것을 잃었기에, 그 아픔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천 개의 첼로가, 천 개의 이야기를, 천 개의 소리로 울려 퍼지지만, 결국에는 하나가 되어 바람에 실려 날아간다.
그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서....

" 천 명이 첼로를 켠다.
다가 왔다가 물러가는 파도같은 첼로의 활,
바람이 되어 스치고 지나가는 첼로 소리..." ( 책 속의 글 중에서)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는 어린이가 읽어도, 어른이 읽어도 감동적인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특히 이 책의 그림은 수채화의 번짐이 전체적인 그림의 느낌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투명한 색의 은은함은 주변으로 번지고, 그 번짐은 여운을 남겨 주기에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
,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는 '우리도 이웃의 어려움이 있을 때에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사람들이 되자'는 의미에서도 어린이들에게 은은하게 감동과 교훈을 주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