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혜민스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 젊은날의 깨달음/ 혜민 ㅣ 클리어마인드 ㅣ2010>을 통해서였다.
스님들의 저서가 많은 깨닫음을 가져다 주기는 하지만, 때론 법어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 책은 스님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일반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듯한 진솔하고 담담한 이야기들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고, 스님의 마음이 아름답기에 내 마음도 아름다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고 서평을 올렸는데, 어느날인가 그 서평에 혜민스님의 댓글(쪽지가 왔던가)이 달렸다. 그때 그 감동은~~
그리고, 트위터를 하게 되면서 혜민스님의 글들이 트위터에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트위터의 특성상 아주 짧은 글들이지만, 그 글을 읽게 되면 내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가끔씩 트위터에 답글을 달았는데, 거기에도 스님의 답글이 도착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글에 답글을 다시다니....
그후에는 스님의 글을 살짝 읽기만 하게 되었다. 일일이 답글을 다시는 수고를 덜어드리기 위해서...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스님의 진정한 마음을 알게 되었다. 스님이 트위터를 통해서 만나는 글들은 스님이 이 세상을 알아 갈 수 있는 소통의 길이었음을....
그래서 스니은 '가장 영향력이는 트위터리안'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이러저러한 생각들을 뒤로 하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아주 천천히 읽어 내려간다.이 책에는 스님의 트윗글들, 그동안 써 온 글들이 소개된다.
" 세상은 왜 미워하는 사람을 가지게 하는가?"
" 세상은 왜 슬픈 일, 힘든 일이 있는가?"
이런 마음의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나 스님의 글들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바로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아야 함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순간 잠깐 멈추어서 나를, 내 마음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 세상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투사된 내 마음을 보고 우리는 세상이 이렇네, 저렇네, 하는 분별을 일으키며 사는 것" (p. 33)
멈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
그러나, 멈추는 순간 내 앞에 보이는 것들.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올 때
못 본
그 꽃 "(고은의 그 꽃)
바로 <그 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마음을 다스리기 보다는 마음과 친해지기, 마음을 조용히 지켜보기.
그런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음표와 음표 사이의 거리감, 쉼표때문이다.
말이 아름다운 이유는
말과 말 사이에 적당한 쉼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쉼 없이 달려온 건 아닌지,
내가 쉼 없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때때로 돌아봐야 합니다. " (p. 24)
<젊은 날의 깨달음>을 통해서도 스님의 종교관이 자신의 종교인 불교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 벽을 허물고 서로 소통하기를 이야기했듯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도 그런 말씀을 하신다.
이웃 종교끼리 서로 존중해주고 인정해 주는 풍토를 이야기한다.
믿음은 너무 과대평가되었고, 실천은 너무 과소평가되었음을 이야기하는데, 바로 그것이 오늘날의 종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아닐까 한다.
종교는 그들의 교리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실천은 자비와 사랑이 다르지 않으며 같은 모습이라는 것.

흥미로운 것은 스님이 좋아하는 성경구절을 몇 구절 소개해준다.
성경 말씀 중의 어느 구절도 삶의 이정표가 되는 것이기에.
개신교의 홍정길 목사님의 한때 내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이셔서 설교를 들었었는데, 목사님의 말씀이 한 문장 소개되니, 감회가 새롭다.
이렇게 혜민스님은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스님들이 많이 사용하시는 은유적 표현대신 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씀을 우리들에게 전하시는 것이다.
트위터의 그 짧은 글들이 그 메시지는 강렬했듯이, 이 책은 스님의 마음을 그대로 나타내는 잔잔함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언제나 스님의 글은 맑고 잔잔한 여울같은 느낌이 든다.

" 가슴에 사랑이 있으면
세상은 아름답게 보입니다.
가슴에 사랑이 있으면
잔잔한 기쁨이 솟아납니다.
또한 사랑은
마음을 열고 경계를 지웁니다.
사랑하세요. 세상을 사랑하세요. " (p. 45)
"아무리 서운해도 마지막 말은 절대로 하지 말아요.
그 마지막 말이
좋았던 시절의 기억마저도 모두 불태워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변했어도, 상황은 달라졌어도
추억은 그대로 남겨둬야 하잖아요. " (p. 80)

"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옳은 말보다는
그 사람을 향한 사람과 관심입니다. " (p. 157)

같이 있어 주는 것.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그를 믿어주는 것.
사랑하는 그 이유 말고 다른 이유가 없는 것.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은 것.
그를 지켜봐 주는 것. " (p. 164)

세상을 살아가기 힘겹다면 지금 이순간 잠깐이라도 멈추어서 나를 바라보기를....
그때 보이는 것이 바로 우리들이 잊고 있었던 것들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