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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 - 제1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사계절 1318 문고 79
홍명진 지음 / 사계절 / 2012년 8월
평점 :
예전에는 북한주민들이 우리나라로 온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탈북자들에 대한 기억으로는 북한에서 일가족과 몇몇 친척까지 함께 배를 타고 내려왔던 김만철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초중학생까지 있었던 김만철 가족의 이야기는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매스컴의 초점이 되기도 했다.
전혀 다른 체제에서 생활하던 탈북자들이 이곳에서 자리잡고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탈북자들이 우리사회에는 2000 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하니,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이미 황석영 작가는 <바리데기>를 통해서 탈북소녀를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소설의 바리는 영혼이나 짐승과도 소통을 할 수 있는 초능력에 가진 아이였고, 북한을 탈출해서 중국을 거쳐서 런던으로 들어간다.
바리의 이야기에서는 탈북소녀의 삶이 제3국을 통해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탈북자들의 삶과는 차원이 다른 삶이었기에 특별한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탈북자들이 겪는 문화적 충격은 어떤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혼돈스러움,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들에게 보내는 편견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홍명진은 청소년 소설을 통해서 탈북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장맛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밤에 14살 승규는 어머니와 누나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도망을 친다.
어릴적에 아버지는 돌아가셨기에 온가족이 북한을 탈출한 것이기는 하지만, 탈북 과정에서 누나의 손을 놓쳐서 어머니와 단 둘이 남게 된다.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서 우여곡절끝에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승규는 17살(실제로는 19살)이 되지만, 누가 보면 중딩이라고 할 정도로 왜소한 아이이다.
어머니는 밤에 식당일을 해서 번 돈을 누나를 한국으로 데려 오기 위해서 중간책에게 보내다 보니, 승규는 검정고시 학원에도 다니지 못하고 혼자 공부를 해야 한다.
승규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도와주는 복지관의 노애리 복지사에 의해서 밴드부에 가입하여 드럼을 치게 되고, 어느날 어머니는 누나가 중국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향한다.
이야기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이다. 갈등 구조가 얽혀 있지도 않고, 극적 요소가 강하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바로 그것은 탈북 청소년의 내면세계를 묘사하기 위한 이 소설의 특징인 것이다.
우리의 청소년들과 같은 탈북 아이들. 그들은 우리의 청소년과 그리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 그들이 발을 딛고 살아가기에는 많은 제약들이 있다. 사람들의 편견이 항상 뒤따라 다니고,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 (...) 우린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는 다르니까. 그런데 눈치 보지 말고 해. 니가 하고 싶은게 있다면, 그게 옳다고 믿는다면 뭐든 열심히 하는거야. 너도 알잖네.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p. 86)
바로 승규의 경우가 그런 것이다. 그의 앞에 놓인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어머니가 식당일로 벌어 오는 돈은 누나를 한국으로 데려올 비용으로 쓰이게 되니, 승규는 공부를 할 돈도 없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누나가 행방불명이 되었다니...
이보다 더 암울한 현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현실을 무덤덤하게, 담담하게 받아 들이는 것이다.
오늘의 삶이 힘들어도, 비참해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승규의 삶이 더 안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결말도 확실한 결말이 아닌,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여운을 남겨준다.

그래도 승규가 앞으로 밝게 살아갈 것같은 것은 복지관 밴드부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 밴드부의 명칭이 '우주비행'.
" 무한한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떠다닐 수만 있다면, 힘들고 괴롭던 생각 날려버리고...." (책 속의 글 중에서)

청소년들이 <우주비행>을 읽는 것을 계기로 자신들과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편견이 아닌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살고 있는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다문화 가정들이 많이 늘어나기에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려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탈북자들도 차츰 늘어나기에 그들과 어우러져서 살아 가는 사회가 될 수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