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 - 여행, 인간과 대자연의 소리 없는 위로
함길수 글 사진 / 상상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 지난 20년간 자동차 탐험가로, 사진작가로 길 위에서 바람처럼 살아 왔다. " ( 저자 소개글 중에서)

책장을 펼치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사진들...

해맑은 아이들의 미소, 주름살 진 노인들의 평화로운 얼굴.

인간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길 원하기에 욕망과 집착 속에서 갈등하고 방황하건만, 그들에게는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마다가스카르, 우간다. 모로코, 터키, 미얀마, 노르웨이, 방글라데시, 케냐, 뉴질랜드, 알래스카,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을 돌아 다니면서 그곳의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았다.

그가 스쳐간 곳들은 몇 곳을 빼면 모두가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그가 담아 온 사진들은 가슴 속에 잔잔한 여울물을 만들어 준다.

사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작가의 글 역시 우리들이 가지고 있었던 욕심을 내려놓게 만들어 준다.

그는 지구 한 모퉁이에서 행운처멀 다가오는 작은 감사의 시간을 전하는 것이다.

" 소유보다 존재에, 물질보다 가치에, 좌절보다 용기에, 절망보다 소망에 시선을 가져다 주는 지혜가 필요한 순간" ( 책 속의 글 중에서)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바오밥 나무를 알고 있는가? 그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천 년 가까이를 버텨온 어린왕자 속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를 보면서,

" 곧고, 단순하며, 강직하고, 고고하고, 변함없이 살아가고 있느냐고, (...)" ( 책 속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물론, 그것은 독자들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할 것이다.

우간다, 캄팔라 나카세로 시장에서는,

" 삶은 고단하여 보여도 삶은 또 이토록 아름답다, 살아가는 일은 알 수 없는 무수한 질문이지만, 그 자체로 신이 주신 선물이기도 하다. 바나나 한 송이를 팔기 위해 쉴 새 없이 멈추지 않는 열정, 아프리카 장터의 삶은 간절한 순간들로 이어진다. 아름답게 기다리고, 소중하게 건네준다. 가끔은 슬퍼도 산다는 건 희망이며, 선물임이 분명해 보인다. " (p. 74)

코뿔소의 눈동자를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그는 우간다 엔테베의 동물원에서 멸종위기에 놓인 코뿔소의 눈동자를 들여다 본다. 드넓은 초원에서 마주쳤다면 좋겠지만, 동물원 구석에서 마주한 슬프고 외로운 코뿔소의 눈동자.

그는 나무를 들어서 한참을 코뿔소의 등을 긁어 준다. 코뿔소는 여행자의 곁에 누워서 슬며시 잠을 잔다. 우리들의 편견이었을까?

코뿔소를 무서운 동물로 생각했던 것은 우리들의 생각이었을 뿐, 동물원의 코뿔소는 외로웠던지, 누군가의 손길에 마음을 놓고 평화를 찾는 것이다.

사하라 사막, 그리고 뉴질랜드의 프란츠 요제프 빙하, 알래스카의 마타누스카 빙하.

인간들의 손에 자연은 파괴되고 있으니...

지구상에서 최악의 곳이라고 생각되는 방글라데시, 그곳에서 그는 벽돌공장 노동자도 만나고, 기차역 주변의 헐벗은 아이들도 만난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고통스러운 곳이기에 가슴에서 지워 버리려고 하지만, 반가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아이가 있기에 그는 그곳을 다시 가슴에 품게 된다.

" 결국, 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

그들을 만나러, 그곳에 다시 돌아갈 꿈을 꾼다.

안녕, 다시 만날 때까지...." ( 책 속의 글 중에서)

그가 여행한 곳은 문명과 멀고, 문화가 결핍된 곳들이 대다수이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도 더 넉넉하고 자유롭고 평화스러워 보인다.

아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사진작가의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본 삶의 모습들이기에 아름답게 다가온다. 어떤 사진은 환상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자연을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가 쓴 글들은 마음이 편안하게 해주는 감성적인 글들이다.

거대한 자연이 쓰러지고 부서지는 모습에 가슴 아파하기도 하고,

비록 가난하지만, 마음이 넉넉한 사람들의 모습에 훈훈함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창문너머 비치는 오후의 햇살을 받으면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읽으면 좋은 것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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