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PD, 정혜윤 작가.
그녀를 일컫는 말들이다. 그런데, 나는 정혜윤가 기획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청취한 적이 없으니, 정혜윤은 나에게는 그저 작가일 뿐이다.
그것도 독서와 관련된 책, 여행에 관련된 책으로 만났던 작가.
그녀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었던 <침대와 책>은 아직 안 읽어 보았지만,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런던을 속삭여 줄게>, <여행, 혹은 여행처럼> 등을 읽어 보았기에 어떤 장르의 책을 쓰고 있는지, 어떤 내용의 책일 것인지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저자가 쓴 책들을 보면, 쉴새없이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책들에서 인용된 문구들이 발췌되어 실려 있다.
어떻게 하면 이처럼 이야기마다 거기에 적확한 책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진 독서광이다.
그래서 저자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녀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되지만, 저자의 생각과 더불어 다른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책은 그동안 정혜윤이 독서 관련 모임이나 독서 관련 강의를 하던 중에 사람들에게 많이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가끔은 책읽기에 관련되어서 궁금했던 질문들이 있기는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8가지 질문은 보편적인 질문들이기도 하고,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여야 할 질문들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독서를 하기에 그녀에게 " 왜 책을 읽으시나요?" 하는 질문을 많이 하는가 보다.
어떻게 생각하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질문인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저 습관이고, 삶의 한 자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나로서는 그런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하여 저자는,
" 왜 책을 읽느냐고 묻는다면 책은 저에게 그저 고향같은 존재라고 대답합니다. " (p. 63)
" 책은 우리에게 대놓고 무엇을 가르쳐 주는 것도, 위로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책은 자꾸 자신을 만나게 합니다. 돌아보게 합니다. (...) 하지만 바로 돌아봄이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인간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 (p. 100)
책은 '마치 남의 일처럼 보는 내 이야기' (p. 125) 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렇다, 어떤 책의 경우는 읽으면서 나와 빗대어 생각하게 되기에 책을 통해서 나를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습관처럼 읽곤 하던 책. 물론, 책읽기는 달콤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기에 나에겐 참 좋은 벗이다.
정혜윤의 책이야기에는 책이야기, 사람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여행, 혹은 여행처럼>에서 사람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책에 소개되었던 한충자 할머니의 이야기는 이 책 속에서 다시 읽어도 감동적이다. 택시기사 할아버지 이야기,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 이야기....
저자는 서평쓰기에 대해서,
" 우리는 꼭 문학 평론가나 학자가 되려고 읽고 쓰는 것이 아닙니다. 사는 데 도움을 받고 자기를 표현하기 위해서 읽고 쓰는 겁니다. 서평은 자기 생각을 써 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혼란스러워 보여도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으면 됩니다. 서평은 자기 자신입니다. " (p. 167)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나에게 있어서의 서평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나는 읽는 책들에 대해서는 모두 서평을 쓴다. 그 이전에는 책읽기로 끝냈으나 2009년 어느날부터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가끔 작가의 신간 서적이 나올 경우에 전에 읽었던 그 작가의 책에 대한 서평을 다시 읽어 보는 경우가 있다.
'아니, 그때 내가 이런 생각으로 그 책을 읽었었구나 ! ' 가끔은 정말 내가 쓴 서평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롭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저자가 많이 받는 질문 중에 "제가 읽을 책의 리스트를 작성해 주세요" 하는 질문받게 된다.
읽고 싶은 책의 리스트 작성은 첫째로, 자신의 관심사에서 출발하는 방법,
둘째로, 책 속의 책을 따라가는 방법,
세째로, 세상에 대한 관심에 따라 책을 찾아 읽는 방법을 소개한다.
둘째 방법은 책을 읽다가 그 책 속에 소개되는 책의 이야기를 읽고 관심이 가서 읽게 되는 경우인데, 그런 경우가 종종 있으니, 책은 또 다른 책을 소개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주로 중고등학교 시절에 고전을 많이 읽는다. 그것도 문학이나 논술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10대 후반, 인생을 알까?, 사랑을 알까? 이별을 알까? 죽음을 알까? 정치를 알까?
그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읽게 되는 고전은 지루하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세계적인 문호들의 그 좋은 작품을 왜 그때 읽어야 했을까?
고전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생각, 어설프게나마 한 번은 읽었다는 그 때 시절에 읽었던 고전들은 다시 접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올해 초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너무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땐가 필독 도서에 나와 있던 책을 읽다가 너무도 지루하고 이해하기 힘들어서 덮어 버렸던 책.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인생의 연륜이 쌓이니, <노인과 바다>를 재평가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한다. 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었을 때의 경험을...
이 책 속에는 책이야기, 그리고 사람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읽기에 대한 생각들을 되짚어 보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